[리뷰] 우주여행 조무사의 폴아웃 식 모험 '스타필드'
'스타필드'만큼 올 한해 국내 게임 커뮤니티를 달군 게임도 없을 것이다.
베데스다 게임에 대한 인지도가 상당한 한국은 언어 미지원에 어떠한 마케팅도 없이 그대로 패싱해 버리고, PC 게임 자체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일본 시장은 더빙부터 마케팅까지 심혈을 기울여 국내 이용자들이 싫어할 만한 짓만 골라서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스타필드'의 한국어 미지원으로 베데스다는 자사의 작품에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여전히 이어가는 기염을 토했다.('폴아웃64'는 H2 인터렉티브가 자막 한글화를 진행한 사례다. 베데스다는 한글 지원 X)
출시 전까지 베데스다의 수장 '토드 하워드'를 '토도키 하와도 상'이라 부를 만큼 국내 이용자들 의 ‘스타필드’에 대한 적개심은 하늘을 찔렀으나, 막상 게임 출시 이후에는 이러한 반응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수그러들었다.
그동안 ‘토드 하워드’가 수많은 매체에 언급한 ‘광활한 우주를 탐험하는 모험’, ‘우주 곳곳을 누비는 쾌감’은 온데간데없이 전작인 폴아웃을 답습한 ‘무난한 게임’ 그 이상도 아닌 퀄리티로 출시됐기 때문.
우선 ‘스타필드’의 우주는 매우 형식적이다. 우주선에서 아무리 부스터를 켜고, 속도를 높여도 행성에서 멀어지거나 가까워지지 않는다. 모든 우주 이동은 좌표를 찍고 이동하는 ‘빠른 이동’ 방식으로 진행되며, 행성에 착륙하거나 다른 행성계로 갈 때 우주선이 착륙하고, 이동하는 컷 신만 등장할 뿐이다.
물론, 모험적인 요소도 등장은 한다. 행성 궤도에는 다양한 해적선이 등장해 이 해적선들과 전투를 벌이기도 하고, 물자를 수송하는 민간 함선을 습격해 해적질도 할 수 있는 데다 여러 위성에 접근해 이에 잠입할 수도 있는 등 여러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다만 이 콘텐츠가 상당히 반복적이고, 돌발 상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몇 번 우주선을 움직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무시하고 빠른 이동으로 행성을 오갈 정도로 전혀 흥미를 돋우지 못했다.
본 기자가 이 게임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느낀 부분은 바로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의 거리감이었다. 이전까지 베데스다는 흡입력 있는 메인 스토리를 기반으로, 여러 독창적인 서브 스토리를 가미해 게임을 풍부하게 채우는 오픈월드 게임을 만드는 것에 도가 튼 장인들이 모여 있는 게임사였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이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메인 스토리는 여기저기 구멍이 곳곳에 보이고, 별다른 흡입력도 보여주지도 못한 모습이다. 이 게임은 광부로 일하던 주인공이 한 신비한 광석을 발견하면서 환각을 보게 되고, 이에 비밀 집단에 가입해 모험을 떠나는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이에 이 비밀 집단과 연계된 퀘스트를 중심으로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이 중 대다수가 어느 지역을 소탕하거나, 우주 혹은 건물 내 적들과 싸우는 상당히 단순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비해 서브 퀘스트는 폴아웃 시리즈와 스카이림 등에서 보여준 기상천외한 형태의 미션을 만날 수 있는데, 이 두 퀘스트 간의 간극이 너무 심해 서브 퀘스트를 즐기며 신나게 게임을 하다가 메인 퀘스트를 하면 바로 흥미가 떨어지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기도 했다.
또 하나 실망스러운 부분은 초반 이야기 전개의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베데스다의 전작들은 다양한 상황과 맞물리며, 급박한 상황을 연출해 게임에 확실히 몰입하게 만들어 초반부터 이용자들의 마음을 확실히 휘어잡았다.
‘스카이림’의 경우 목이 잘리기 직전 용의 습격으로 아수라장이 된 틈을 타 탈출하는 과정 속에 두 집단의 대립과 용의 강함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해준다. 여기에 ‘폴아웃’은 물건을 배달하고 머리에 총을 맞아 그대로 묻히거나, 핵전쟁을 대비해 만든 볼트(대피소)를 나오는 과정이 사실적으로 그려지는 등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초반 연출을 보여줬다.
하지만 ‘스타필드’는 이러한 극적인 연출이 전혀 없다. “이거 만지니까 환각 보였어? 그럼, 저 우주선 타고 우주를 가봐”라는 단순한 이야기가 전부다. 왜 주인공이 우주를 탐험하고, 어떤 이유로 싸워야 하는지 이용자들에게 동기를 유발하지 못하는 셈이다.
액션도 대작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다. 이전부터 베데스다가 액션 요소가 약했던 개발사인 것을 고려해도 ‘스타필드’의 총기 연출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탄약을 사용한 총기는 상대를 맞춰도 제대로 맞았는지 확인하기 힘들 정도이며, 레이저 총기는 타격감이나 피격감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실제로 전투 중에 내가 상대를 맞추거나 적이 나를 공격했을 때 확인하는 방법은 HP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타격감이 떨어지며, 게임 초반 아군은 도움이 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명중률이 극악에 가깝다. 더욱이 이 전투는 게임 상당수를 차지하는 요소인데, 이 전투 자체가 밋밋하게 흘러가니 게임에 집중하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다만 우주선끼리 맞붙는 함대전은 나름 잘 구현되어 있어 미사일을 쏘거나 기관총을 쏘며 싸우는 이른바 ‘도그파이트’는 상당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다만. 우주에서 할만한 콘텐츠가 없어서 메인 퀘스트가 아니면 거의 할 일이 없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이러한 무수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스타필드’는 퍽(능력치)를 중심으로 한 육성과 이 육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행성을 돌아다니며, 상대를 약탈하거나, 돕고, 가진 자들의 지갑을 털며, 약한 자들을 수탈하는 방대한 자유도를 지닌 게임인 것은 확실하다.
이러한 요소는 전작인 폴아웃과 상당히 비슷한데, 많은 이들이 비난하는 자잘한 맵 로딩은 “이 행성 전체가 그냥 큰 볼터다”라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하는 퀘스트를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폴아웃’ 특유의 재미가 나름 잘 구현된 모습이었다.
이처럼 ‘스타필드’는 베데스다가 만든 게임이 아니라면, 토드 하워드가 과도하게 게임을 홍보하지 않았다면, 자유도를 중시하는 이들을 위한 오픈월드 게임이라고 홍보했다면, 무난한 평작 이상의 평가를 받을 만한 게임이다.
하지만 ‘스타필드’는 수많은 명작 오픈월드 게임을 제작한 베데스다에서 만든 게임이며, 광활한 우주를 탐험할 수 있다는 요소를 메인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때문에 ‘스타필드’는 이러한 기대치에는 분명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기에 이 게임을 기다린 한 명의 이용자로서는 상당히 아쉬운 것이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