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딱 어린이와 포켓몬 덕후를 위한 게임, ‘돌아온 명탐정 피카츄’
“우리 라임시티 정상 영업합니다.”
라임시티의 명탐정 콤비, ‘팀’과 피카츄를 만나볼 수 있는 ‘돌아온 명탐정 피카츄’가 지난 6일 출시됐다.
‘돌아온’이 붙은 이름답게 이 게임은 2016년 처음 등장한 ‘명탐정 피카츄’의 후속작이다. 전작에서 온갖 복선이 남아있던 탓에 ‘명탐정 피카츄’를 플레이했던 이용자들은 이번 작품까지 플레이를 마쳐야 근본적인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은 이용자도 걱정할 것 없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피카츄가 전작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하나하나 스토리를 정리해 준다. 있었던 사건을 요약하자면, 주인공인 ‘팀’의 아버지 ‘해리’가 어느 날 홀연히 실종됐다. ‘해리’의 파트너였던 피카츄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기억을 잃었고, 거리를 방황하던 중 ‘팀’을 만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면 ‘팀’은 피카츄와 대화가 통했고, 같이 ‘해리’의 행방을 쫒던 중 겸사겸사 ‘라임시티’도 위기에서 구한다. 하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찾지 못한 상태. 팀과 피카츄는 여전히 ‘해리’를 찾고 있고, 이어지는 이야기가 지금 ‘돌아온 명탐정 피카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게임은 딱 어린이 이용자, 혹은 포켓몬 캐릭터 자체에 애정이 깊은 이용자들에게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온 명탐정 피카츄’는 추리 게임이지만 난도가 상당히 쉬운 편이라, 일반적인 이용자들은 지루함을 느끼기 쉬운 구조였다. 필자의 경우에는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고도 사건의 진상이 예측되는 탓에, 스토리 진행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시스템인 ‘현장 조사’와 ‘추리’가 오히려 답답하게 다가왔다.
게임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선 ‘현장 조사’를 통해 포켓몬이나 사람에게 당시 상황이나 특징 등의 질문을 거치고 ‘단서’를 획득해야 한다. 이 ‘단서’가 적절하게 모이면 ‘추리’를 해야 하고, 이 과정을 거쳐야지만 다음 단계(스토리)로 넘어갈 수 있다. 이미 답은 알고 있는데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증언을 수집해야 하니 생각보다 진행이 느리게 느껴졌다.
또, 포켓몬을 실험하고 착취하는 악당이나, 지구 온난화가 미치는 영향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적절하게 다룬 스토리 자체는 나쁘지는 않았지만, ‘우와’하고 감탄할 정도의 신선한 범행 트릭이나 반전 요소도 없어서 추리 게임이라기엔 아쉬운 면이 도드라졌다.
외에도 증거 수집을 위한 캐릭터 이동 동선이 어지러워, 부드러운 진행이 어려운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있었다. ‘현장 조사’로 A구역에서 단서를 모으고 B구역으로 이동했는데, 다시 A구역으로 이동한 뒤 무언가를 모아가야 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발생했던 것.
맵을 자주 돌아다니도록 유도해 더 많은 상호작용을 경험하도록 하는 건가 싶지만, 이미 모든 포켓몬과 사람들에게 한 번씩 말을 걸어본 뒤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니 피로감이 상당했다.
물론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다. 추리 게임을 기준으로 기대한 바가 큰 탓에 아쉬운 부분부터 언급하긴 했지만, ‘인간과 포켓몬의 이야기’, ‘두 종족이 공존하는 일상’을 중심으로 느끼고 싶은 이용자를 기준으로 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직접 경험한 ‘돌아온 명탐정 피카츄’는 포켓몬과 보내는 일상을 풍부하게 그려낸 게임이었다. 조사를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자신의 파트너 포켓몬을 자랑하는 트레이너도 있고, 야생 포켓몬들이 나무 열매를 따 먹는 등 포켓몬과의 일상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다. 오늘날의 반려동물과 비슷한 느낌이다. 포켓몬의 종류도 다양해서 포켓몬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용자라면 하루 종일 마을만 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포켓몬의 특성이 ‘조사’에 활용되는 것도 포켓몬과의 유대감을 느끼기 좋았다. 후각이 뛰어난 포켓몬인 ‘가디’를 이용해서 흔적이 이어지는 곳을 찾고, ‘불비달마’의 펀치 기술을 이용해서 막혀있는 공간을 뚫는 등 게임 내 포켓몬은 추리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존재로 등장한다.
범인마저 포켓몬의 특성을 이용해 사건을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자세한 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생략하겠다. ‘포켓몬 덕후’라면 바로 “아~ 이거 이 포켓몬의 이러이러한 특성을 이용해서 한 거네!”하고 자신의 ‘덕력’을 시험할 수도 있겠다.
포켓몬과의 유대감 이야기가 나왔다면, 피카츄와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인 ‘수다’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겠다. 피카츄는 게임 플레이 내내 함께하는 파트너인데, 사건 이야기만 하면 정이 없지 않겠는가? 그런 아쉬움을 채워주기 위해서인지 스위치의 우측 화살표를 누르면 피카츄와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스토리 진행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고, “요즘 레이첼과 잘 되어가?”, “시나몬 로스트인가, 가끔은 산미가 있는 커피도 좋지” 등 아주 일상적인 대화가 주를 이루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평소에 피카츄와 대화하는 느낌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가끔 길을 걷다 보면 피카츄 쪽에서 먼저 말을 거는 경우도 있어서, 자연스러운 상호작용 요소를 좋아하는 필자의 경우에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최종적으로 정리하자면, ‘돌아온 명탐정 피카츄’는 쉬운 난도와 밋밋한 스토리 라인으로 추리 게임으로서의 아쉬움이 있지만, 다양한 상호작용으로 포켓몬 자체의 매력을 느끼는 이용자들에게는 충분히 즐거운 게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