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렇게까지?” 지나친 현실고증 게임들!
게임에서의 고증은 아주 중요하다. 고증이 있는 게임은 이용자가 몰입하기 쉽고, 이는 게임 내 세계관, 캐릭터 등과의 튼튼한 감정적 연결고리로 남는다.
하지만 고증을 너무 ‘잘’ 지켜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아는가? 적절한 ‘공감’과 ‘친근함’을 느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고증은 때론 편의성이나 밸런스 문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지금부터 고증을 지켜도 너무 잘 지키는 바람에 오히려 과하게 느껴지는 게임들을 소개한다.
클락타워3 - 너만 무섭냐? 나도 무섭다!
공포 게임을 하다 보면 꼭 “나는 이렇게 무서운데, 얘(캐릭터)는 안 무섭나?”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다. 특히 어린 여자아이가 어두컴컴한 곳을 막힘없이 쭉쭉 돌아다니고, 비명 소리가 나오는 괴물들 사이에서도 태연하게 아이템을 주워가는 걸 보면 더 그렇다.
이를 반박하듯 ‘클락타워3’는 당당하게 ‘패닉 미터’라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클락타워3’은 15세 여중생이 주인공인 서바이벌 공포 게임으로, 무시무시한 살인마와 괴물을 피해 도망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임 내에서 주인공은 공격을 받거나 놀라면 ‘패닉 미터’가 차오르고, 끝까지 오르면 갑자기 캐릭터가 버둥거리면서 조작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여기까진 괜찮다. 무서울 법하다.
하지만 이 ‘패닉 미터’는 이용자가 조절할 수 없는 점프 스케어, 일명 ‘갑툭튀’ 요소를 마주치는 순간 80% 가까이 차오른다. 갑자기 튀어나온 괴물에 놀라고, 도망치지 못하는 캐릭터를 보고 두 번 놀라게 되는 것. 공포게임 주인공이 왜 겁이 없는지 알기 딱 좋다.
데들리스트 워리어 - 원래 주먹으로 총은 못 이겨요
격투 게임은 본래 게임성, 캐릭터 밸런스를 위해 현실성을 일부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이 지닌 게임 실력으로 승부를 보는 장르인데, 캐릭터가 지닌 무기에 따라 손도 못 쓰고 진다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데들리스트 워리어’는 다르다. 이 게임은 고증을 위해 캐릭터 밸런스를 과감하게 포기했다.
사실 ‘데들리스트 워리어’는 과거 미국 스파이크TV에서 방영된 동명의 프로그램을 원작으로 한다. 당시 프로그램에서는 캐릭터 무기를 분석한 뒤 무기의 파괴력, 지형에 따른 차별점 등을 물리학자, 고고학자, 역사학자까지 동원해 어느 무기를 든 위인(혹은 집단)이 강한지 승패를 결정했다고 하는데, 이게 게임으로 만들어진 지금까지도 유효한 모양이다.
게임 내에서 쌍권총을 사용하는 ‘해적’ 캐릭터는 대부분의 캐릭터를 우월한 대미지와 사정거리로 아주 손쉽게 이길 수 있었고, 짧은 칼이나 주먹을 사용하는 캐릭터는 아무리 컨트롤이 좋아도 원거리 공격을 하는 상대를 이기기 어려웠다. 심지어, ‘가드(막기)’를 통해, 몇 번 공격을 막았다고 치더라도, 대미지가 축적되면 팔이 잘리거나 다리가 떨어져 더 이상 공격을 막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말 그대로 오직 고증만을 위한 게임이 아닌가 싶다.
스컴 – 좀비 앞에서도 똥은 마렵다
생존 게임은 보통 열악한 환경에서 오래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인 만큼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몇몇 장치를 마련해두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겨울에 얇은 옷을 입은 상태에서는 ‘동상’에 걸리며 꾸준히 체력이 단다든가, 음식을 오랫동안 먹지 않으면 굶주림에 큰 피해를 입는 상황 정도가 있겠다.
하지만 좀비 아포칼립스 생존 게임 ‘스컴’은 거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이 게임은 무려 ‘신진대사 시스템’을 도입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사실적인 요소를 자랑한다. ‘신진대사 시스템’은 무려 심박수, 체내 CO2, 체온, 호흡, 신체 영양소, 칼로리 밸런스, 달리기 속도 등 믿을 수 없이 세세한 요소들이 구현되어 있다. 게임 시스템 창만 봐도 어지러울 지경이다.
이 시스템 때문에 캐릭터는 ‘나트륨’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었다고 소변을 자주 보거나, 음식을 너무 많이 먹었다고 (‘위’ 수치 120% 이상 섭취 시) 구토를 하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심지어, ‘대장’과 ‘방광’ 수치가 가득 차면 좀비들에게 공격을 받는 와중에도 바지를 벗고 볼일을 보는 경우도 있어서 아주 세세하게 캐릭터를 관리해줘야 한다.
음식과 관련된 것 외에도 무거운 짐을 들면 걸음이 느려지고, 시야 범위까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등 이 정도면 뭐가 게임이고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리로더: 테스트 서브젝트 - 난 총은 잘 쏘지만 장전은 못하지
액션 게임에서 총은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무기다. ‘리로더: 테스트 서브젝트(이하 리로더)’에서도 총이 나온다. 하지만 여기에서 나오는 총은 익숙하지만 아주 낯설다. 사실적인 총기 액션을 표방하는 게임인 ‘리로더’에서는 탄창 삽입은 물론 총알 충전, 총에 걸린 총알 빼기(고장 수리) 등 총기와 관한 내용을 모두 이용자가 직접 조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총을 쏘기 위해선 탄창을 벨트에서 꺼내기 위해 숫자키를 누른 뒤, T버튼을 눌러 약실에 총알을 넣고, 왼쪽 마우스 버튼을 눌러야 방아쇠가 당겨지면서 총알이 나간다. 이 과정에서 나를 공격하는 적들이 있으니 C 버튼을 눌러 웅크려 엄폐물에 숨어야 하고, 총알이 다 떨어지기 전에 Q 버튼을 눌러 탄창을 줍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일반적으로 다른 게임이 R 버튼으로 가볍게 재장전하고, 왼쪽 마우스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총알이 나가는 것을 생각하면 고증을 지켜도 너무 잘 지킨 것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