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붙었지만 특별한 가성비? 노이즈캔슬링 담은 무선 이어폰 ‘인존버즈’
최근 게이밍 골무, 게이밍 젓가락, 게이밍 컵라면 등 기상 천외한 게이밍 제품들이 쏟아져나고 있는 가운데, 소니에서 게이밍을 붙인 무선 이어폰 ‘인존 버즈’를 선보였다.
소니하면 당연히 플레이스테이션을 떠올리겠지만, 헤드셋, 이어폰 분야에서도 뛰어난 노이즈캔슬링 기능 덕분에 나름 유명한 편이다. 특히 이번 제품은 유럽의 유명 프로게이머 구단인 프나틱과의 협업을 진행하면서, 소니 최초의 게이밍 무선 이어폰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요즘 나오는 게이밍 제품들을 보면, 기능은 별 차이 없으면서 LED 좀 넣어서 반짝거리게 만든 다음에 게이밍 이름만 붙여서 비싸게 판다는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이 제품 역시 20만원 대 중반으로 선뜻 구입을 결정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 대는 아니며, 이어폰이 게임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기기는 아니다보니 일부에게는 비싼 제품이라고 인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가성비 제품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고급형 기기에만 적용되던 노이즈 캔슬링 기능과 주변 소리 듣기 모드가 포함됐고,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활성화한 상태에서도 11시간이라는 긴 사용시간을 자랑하는 무선 이어폰이기 때문이다.
보통 게임을 즐길 때는 헤드셋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헤드셋을 장시간 착용하는 것이 답답한 이들이 많다. 특히 여름에 큰 헤드셋을 착용하면 많이 더우며, 머리 모양이 망가지는 것도 신경쓰이는 일이기 때문에, 편하게 착용할 수 있고, 마이크 기능까지 지원하는 무선 이어폰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필자 역시 같이 발매된 H5보다 이 제품이 먼저 눈에 들어온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나오자마자 매진 행렬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많은 이들이 원하고 있던 틈새 시장을 완벽히 파고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제품을 열어보면 C타입 케이블과 무선 이어폰이 들어있는 충전 케이스, 그리고 여러 사이즈의 이어캡을 확인할 수 있다. 아담한 사이즈의 충전 케이스를 열어보면 무선 이어폰과 동글이 들어오는데, 이 동글이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동글은 C타입이며, PS5와 모바일, 그리고 PC를 선택할 수 있는 스위치가 달려있다. 보통 무선 이어폰의 경우에는 블루투스 연결이 기본인데, 이 제품은 동글을 PC, PS5의 C타입 포트에 꽂으면 자동으로 인식된다. 참고로 닌텐도 스위치도 PS5/모바일로 놓고 사용하면 잘 인식되며, XBOX 시리즈 X/S는 경쟁사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C타입 포트가 없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
이 제품에서 동글이 핵심인 이유는 동글을 통한 2.4GHz 무선 통신 연결 덕분에 블루투스로 연결할 때보다 지연 현상이 적기 때문이다. 이 제품의 지연 시간은 0.03초 미만이기 때문에 아주 민감한 리듬 게임 정도만 제외한다면, 예민한 사람들도 체감하기 힘들 정도로 화면과 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보통 블루투스 연결의 경우 0.2초 정도 지연 현상이 발생하니, 게이밍이라는 이름을 붙일만 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블루투스를 지원하긴 하지만 LE오디오 방식이며, 현재 LE오디오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소니의 엑스페리아 시리즈뿐이라는 점이다. 다른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려면 PC처럼 동글을 끼워야만 하는데, 동글 사이즈가 작은 편이 아니다보니, 상당히 부담스러운 모습이 된다.
이번에 아이폰15에 C타입 포트가 추가되면서 아이폰15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되긴 했지만, 에어팟 프로와 갤럭시 버즈라는 훌륭한 선택지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이런 흉물스러운 모습을 선택할 사람은 없어보인다. 소문으로는 다음 세대 스마트폰에서는 LE오디오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그 때까지 버티면 스마트폰용으로도 쓸만해질 수도 있다.
모바일에서는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PC와 PS5에서는 상당히 훌륭한 모습을 보인다. PC에 인존 허브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기본적인 이퀄라이저 기능부터, 360도 공간 사운드, 사운드 톤 맞춤, 노이즈캔슬링 기능 설정 등 모든 기능을 사용자 맞춤으로 세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존 버즈 자체에서는 별도의 기능 설정을 못하기 때문에, 이 제품을 구입하면 PC에 인존 허브 설치가 필수이며, 인존 허브에서 한번 세팅해두면, 다른 기기에서는 세팅된 기능이 그대로 유지된다.
제품 홍보를 보면 360 Spatial Sound Personalizer 기능 얘기도 나오는데, 이것은 제대로 테스트를 해보지 못했다. 귀 모양에 맞춰서 사운드를 조절해준다는 기능인데, 앱을 설치하고 귀 모양 촬영까지는 큰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지만, 정작 인존 허브에서 저장된 프로필을 불러오기가 안된다. 필자가 잘 못 찾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앱 리뷰를 보면 같은 현상을 얘기하는 이들이 많은 것을 볼 때 기능 개선이나 좀 더 상세한 설명서가 필요해보인다. 동봉된 설명서에는 제품 성능과 파손 주의 정도만 나와있고, 기기 조작법 안내조차 없다.
공간 사운드 등 필요한 기능 세팅을 마치고 게임을 실행해보면 상당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7.1채널 공간 사운드 기능 덕분에 배틀그라운드처럼 사운드 플레이가 필수인 게임에서 뒤에서 발생하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으며,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상위 기종만큼은 아니지만, 키보드 소리, 바로 옆에 틀어둔 음악소리, 거실 TV 소리 정도는 가볍게 막아준다. 집에서 많이 사용되겠지만, 주변 소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PC방에서 더 매력적일 것 같다.
주변 사운드 기능을 켜면 이어폰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주변 소리가 잘 들리며, 마이크 기능도 일반적인 무선 이어폰 수준으로 준수한 편이다. PC에서 개인에게 최적화된 세팅을 해뒀다면, 세팅값이 PS5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별다른 추가 설정없이 PS5에서도 최적화된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다.
보통 자녀가 있는 유부남일 경우에는 집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도 겨우 밤이나 되어야 개인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 자녀가 ‘오늘 아빠랑 잘래!’라고 외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애가 깨지 않도록 불편하더라도 조용히 헤드셋을 끼고 게임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 제품이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헤드셋과 달리 매우 쾌적하게 착용할 수 있고, 저렴한 가격 대는 아니지만 노이즈캔슬링과 11~12시간이라는 긴 사용시간, 5분 충전으로도 1시간 사용할 수 있는 급속 충전 등을 고려하면 가성비 측면에서 매우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까지 고려한다면 모두에게 추천할만한 제품은 아닐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지금까지 찾고 있었던 제품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