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현실 분쟁이 게임 시위로 이어지는 시대?

신승원 sw@gamedonga.co.kr

이제는 현실 분쟁이 게임 시위로까지 이어지는 시대가 됐다.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서 모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모일 수 있다는 특성을 지닌 게임이 시위의 창구로도 이용됐다는 분석이다.

게임 시위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건 ‘홍콩 민주화 운동’이 한창 뜨거웠던 2020년이다. ‘홍콩 민주화 운동’은 중국 정부가 추진한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홍콩송환법)’에 반대하여 2019년 6월 9일부터 2020년까지 진행됐던 대규모 시위다.

2020년 4월 당시 홍콩에서는 어드벤처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기반으로 중국을 규탄하는 시위가 뜨거웠다. 게임의 자유도가 높아 인 게임 이미지를 커스텀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중국 지도부의 얼굴을 그려 공격하거나,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노란 우산처럼 노란색 헬멧을 착용한 캐릭터의 캡처본을 SNS에 공유하는 형태다.

동물의 숲에서 시위하는 이용자들
동물의 숲에서 시위하는 이용자들

대표적인 예로 홍콩의 시민운동가 ‘조슈아 웡’이 있겠다. 그는 “광복 홍콩, 시대 혁명(光復香港 時代革命)”라고 적힌 바닥을 배경으로 캐릭터가 “Free Hong Kong”이라고 외치는 사진을 SNS를 통해 공유했다.

이어서 그는 다른 이용자들이 찍어 올린 사진도 공유하며 “이것이 #AnimalCrossing(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조슈아 웡’이 올린 사진들은 하나같이 중국 고위 간부들의 초상화를 걸어두고 비판하는 형태거나, 홍콩의 자유 의지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편, 중국은 톈마오, 타오바오 등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비롯한 모든 온오프라인에서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 판매를 금지했고, 2021년 3월 기준으로 ‘홍콩안전법’이 통과되며 자연스럽게 홍콩의 게임 시위도 사그라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게임 시위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지난 10월 7일부터 약 한 달간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서도 게임 시위를 만나볼 수 있다. 두 나라의 분쟁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둘러싼 영토 분쟁을 중심으로 민족, 종교적 갈등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했다.

로블록스에서 시위하는 사람들
로블록스에서 시위하는 사람들

‘홍콩 민주화 운동’에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이용됐다면, 이번에는 샌드박스 게임인 ‘로블록스’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는 팔레스타인을 옹호하고 응원하는 지지 세력의 시위로, 이용자들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행진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친 팔레스타인 게임 시위는 동영상의 형태로 여러 SNS에 확산됐고, 영상을 확인해 보면 참가자들이 가상의 거리를 로블록스 캐릭터로 행진한 뒤, “당신을 위한 연대(Solidarity Untukmu)”라고 적힌 광고판 앞에 멈추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행진은 누적 6만 명의 시위자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게임사 입장에서는 정치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어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 이후 ‘로블록스’ 측 관계자는 “우리는 사람들끼리의 연대적인 모습은 허용하지만, 폭력이나 테러를 지지하거나 집단에 대한 증오를 조장,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콘텐츠는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로블록스’에서는 ‘하마스’, ‘자유 팔레스타인’, ‘유대인’ 등의 단어를 사용할 시 당시 상황의 맥락과 상관없이 해당 채팅이 검열된다.

반면 이스라엘도 시위의 형태는 아니지만, 게임을 이용해 자국을 지지하는 광고를 송출한 바 있다.

전쟁 관련 광고 영상 중 일부
전쟁 관련 광고 영상 중 일부

로이터를 비롯한 해외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앵그리버드’, ‘엘리스의 머지랜드’를 비롯한 모바일 게임에 자국을 지지하는 광고를 올렸다. 광고는 팔레스타인 폭격으로 무너진 집, 복면을 쓴 괴환, 로켓 공격 등의 잔혹한 장면이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다.

‘앵그리버드’의 개발사인 ‘로비오’는 “저희는 게임을 재밌고 안전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부적절한 광고를 발견하셨다면 게임 내 플레이어 지원 기능으로 해당 광고를 신고해 주세요. 오류가 발생한 위치를 추적하겠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히며 이스라엘 전쟁 옹호 광고를 내린 바 있다.

한 게임업계의 관계자는 “게임은 누구나, 어디에서나 접근하기 좋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각국의 이용자들이 한 곳에 모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맞다. 특히, 커스텀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어 말하는 바를 이미지의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도 높은 게임은 시위자들이 소통의 창구로 사용하기에 적절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그렇지만, 어린 이용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잘못된 상식을 접할 수 있는 시위나 광고, 혹은 지나치게 폭력적인 메시지를 아무런 보호 없이 마주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며 “이용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접해야 할 게임을 정치적으로 악용될 만한 메시지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건 비난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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