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협력을 배우다. 차세대 인디 스타 꿈꾸는 경기게임아카데미 출신들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 ‘데이브 더 다이버’ 등 국산 인디 게임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 인디 게임사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패키지 게임의 대명사 ‘창세기전’ 시리즈도 전체 누적 판매량이 100만장이지만, 세계로 눈을 돌린 국산 인디 게임들이 단일 게임 100만장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다만, 몇몇 성공 사례가 나왔을 뿐이지 여전히 많은 인디 게임사들이 자금과 인력 부족으로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창업기업의 5년 후 생존율은 33.8%에 불과하다고 한다.
때문에, 인디 게임사들이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원 사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능성 있는 이들에게 적절한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또 다른 스타 개발사가 계속 발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글로벌게임센터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지원 사업 ‘경기게임아카데미’는 지난 2016년부터 8년간 137개의 스타트업을 창업시켰으며, 2022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인디 게임 부분을 수상한 ‘산나비’를 개발한 원더포션 등 가능성 있는 인디 게임사들을 연이어 배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게임동아에서 올해 12기 창업 과정을 진행한 ‘경기게임아카데미’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 지원 기업으로 선발된 3팀을 만나, 창업 과정을 경험한 소감을 들어봤다.
“처음 시작할 때 15팀이 참가했었는데, 이제 3팀만 남았습니다. 동료이자 경쟁자들이 바로 옆에 있다보니, 게임을 개발하면서 굉장히 좋은 자극이 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 최종 선발된 3팀은 장난감들이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 하기 위해 겨루는 캐주얼 슈팅 배틀로얄 게임 ‘그레이트 토이 쇼다운’ 개발한 샌디플로어, 어두운 세계관과 맵마다 다르게 나오는 아이템을 파밍하는 재미를 강조한 ‘뱀파이어서바이벌’ 스타일의 핵앤슬래시 게임 ‘다크서바이벌’을 개발한 프리더스트, 캐릭터들이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시청자들을 후원을 받아 전투를 한다는 독특한 컨셉의 수집형RPG ‘마엘스트림’을 개발 중인 비누게임즈다.
다들 여러 인디 게임쇼 등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는 패기 넘치는 개발사들이지만, 이번 경기게임아카데미에서의 경쟁이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샌디플로어의 이종창 대표는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여러 팀과 같이 생활하면서 교육과 개발을 같이 하다보니 친해지고, 정도 많이 들었지만, 다른 팀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길 수 밖에 없어서 굉장한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여러 팀이 모여 있는 것이 부담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았다.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게임 테스트에 참여해주기도 하는 등 협력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누게임즈 정예준 대표는 “보통 소규모 개발사, 혹은 1인 개발사의 경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없어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인데, 이곳에서 다른 팀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도 받았고, 모두 전문가들이다보니 객관적인 평가도 해줘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창업 과정에서 받은 다양한 교육들도 상당히 큰 도움이 됐습니다. 실제로 창업 경험을 해보신 멘토분들이라서 평소에는 듣기 힘들었던 현실적인 조언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경기게임아카데미 과정에서 제공되는 멘토링과 다양한 교육도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한다. 실제로 창업 과정을 경험해본 전문가들이 현실적인 조언을 해줬으며, 각종 개발 교육부터, 실제 게임 출시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여러 상황들, 저작권법 관련 문제 등 다양한 분야의 조언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프리더스트 정승호 대표는 “창업 초기는 돈 문제가 어려운데, 초반 자금 관리 등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조언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며, “개발자들은 개발에만 집중하다보니, 사업 관련 일들을 잘 모르는데, 저작권 관리, 팀원 관리 등을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던 관점에서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1인 개발팀의 경우 아무래도 개발에만 집중하게되다보니, 팀원 관리 등 회사 운영 관련 교육에 집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다음에 경기게임아카데미에 지원하는 팀이 있다면, 1인 개발보다는 팀원들과 함께 지원하는 것이 더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3인 대표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교육 뿐만 아니라 개발 공간 지원, 구내 식당 지원 등 금전적인 지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특히 사무실 임대비는 초기 창업을 준비할 때 가장 많은 부담이 되는 부분인데, 최종 선발 팀이 되면 향후 1년간 사무실이 지원되기 때문에, 좀 더 안정적으로 창업에 도전할 수 있어서다.
또한, 개발을 하다보면 굉장히 결과물이 잘 나와서 소리를 지를 때도 있는데, 다른 사무실이었으면 바로 항의가 들어왔을테지만, 여기서는 모두 같이 소리를 질러줘서 더욱 신나게 개발할 수 있었다는 소감도 들을 수 있었다.
3인 대표 모두 샤워실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 주말에도 개발 공간을 오픈하기 때문에 언제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으며, 사무실이 경기글로벌게임센터에 있기 때문에, 각종 지원 사업 정보를 빠르게 알 수 있다는 점도 창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치열한 경쟁 과정을 뚫고 최종 지원 팀으로 선발된 팀들인 만큼 포부도 크다. 샌디플로어 이종창 대표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여러 가지 문제들로 개발을 중단하게 된 회사들을 도울 수 있을 만큼 성공한 퍼블리셔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으며, 정승호 대표는 인디 게임으로 한국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 10위 안에 들어가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비누게임즈 정예준 대표는 1인 개발로 충분한 경험을 쌓았으니, 다음에는 팀원을 더 모아서 더 규모 있는 게임을 개발해보고 싶고, 그리고 돈을 많이 벌어서 더 좋은 게임을 계속 만드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다고 한다.
물론, 이제 창업 과정에서 첫 발을 내딛은 새내기들인 만큼, 가직 갈길이 멀기는 하다. 하지만, 샌디플로어는 귀여운 동물 캐릭터 덕분에 캐릭터 IP 사업 제안을 받기도 했고, 프리더스트는 유명 퍼블리셔와 후속작 계약을 맺는 등 다들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들이 국내 인디 게임 시장을 대표할만한 또 다른 유명 개발사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