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또 터진 남성 혐오 사태 "이건 테러다"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체 남성 성기가 작다는 저 손가락이 뭐가 그리 중요하기에 이런 식으로 1프레임씩 집어넣어 논란을 일으키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이건 테러입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 폭탄을 숨겨 놓는 테러요"
최근 불거진 남성 혐오 사태에 대한 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최근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에서 제작한 게임 PV(트레일러)에서 남성 혐오 표현이 다수 포착된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중이다.
사건은 이렇다. 지난 11월 25일 스튜디오 뿌리에서 팀장급 위치에 있는 한 애니메이터가 과거 남성 혐오 관련된 트윗(현 X)을 여러 차례 리트윗했고, 자신이 작업한 작업물에 남성 혐오 표현을 집어넣었다고 밝힌 사실이 유저들에게 포착됐다.
이 사건은 순식간에 모든 게임 커뮤니티를 들끓게 했고, 스튜디오 뿌리에 외주 작업을 맡겼던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이터널리턴 등의 게임 개발사들은 협업을 진행한 즉시 모든 영상을 삭제한 뒤 주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수조사에 착수하여 사태를 파악하는 중이다.
본 기자는 이 황당한 사건을 접했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지스타부터 각종 대외 행사로 지쳤을 이들이 쉬지도 못하고 주말 근무를 하게 된 것에 대한 '동정심'.
또 하나는 2016년 이후 어떠한 발전도 보여주지 못하고 앵무새처럼 ‘여성혐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저들의 행태에 대한 실소였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외주 작업을 맡은 업체에서 남성 혐오 표현을 일언반구없이 일방적으로 작업물에 삽입했다는 것에 있다. 문제가 된 영상을 보면 지하철에 앉아있는 사람,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인물 등 여러 상황에서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손가락 모양을 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걸 기사로 쓰게 되어 상당히 민망하지만, 이 표현을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설명하면, 검지와 중지를 작게 표현하는 이 손동작은 “한국 남성의 성기가 몇 센티밖에 되지 않는다”라는 남성 혐오 사이트들의 은어다. 흔히 “뭔가가 작다”라고 표현되는 이 손동작을 저들만의 은어로 바꾸어 놓는 일종의 ‘언어 오염’과 비슷한 사례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심지어 이 손동작은 이미 2016년부터 만연했던 남성 혐오 단체들만의 언어였다. 이번 사태가 터지고 나서 몇몇 이들과 단체들은 “별것 아닌 손동작에 과민반응 한다”, “손가락 하나로 여성을 겁박하는 것을 보면 한국에 여성혐오가 이렇게 만연하다”라는 주장을 다시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저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저 ‘별것 아닌 손가락’은 이미 8년이 넘게 사용되고 있으며, 이미 수많은 사건 속에 많은 이들이 저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들의 주장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욕설로 사용되는 중지를 곧게 치켜세우는 동작을 하고선 이것은 수화로 ‘산’을 의미한다며, 너에게 욕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궤변에 불과하다. 뻔히 의도를 가지고 행동해놓고 문제가 일어나자 “그런 뜻이 아니었다”라는 초등학생도 속지 않을 주장을 8년이 넘게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저 게임 PV에 남성 혐오 표현을 집어넣었다는 사실은 스튜디오 뿌리의 팀장이 자신이 ‘X’(트위터)를 통해 스스로 밝힌 것이다. 저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밝혀져도 큰일이 될 텐데, 그 사건의 당사자가 당당히 증언해버린 것이다. 소위 ‘여성혐오’를 타파하기 위해 싸우는 이들이 어떤 수준인지 짐작될 만한 행동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게임사들이다. 어찌 보면 이들은 자다가 갑자기 집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통보를 받은 꼴이 됐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폭탄을 심어 놨으니 이 폭탄을 찾고, 해제해야 하는 것도 오로지 이들 게임사의 몫이다.
실제로 넥슨을 비롯한 카카오게임즈 등 스튜디오 뿌리에 외주를 준 게임사의 직원들은 주말을 불사하며 출근했고, 현재도 외주 영상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릇된 한 명의 신념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었고, 노동력을 소모하게 했는지 감도 잡히지 않을 정도다.
다행히 게임사들 역시 이번 사건을 허투루 넘기지 않을 예정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자인 메이플스토리의 개발진은 지난 26일 밤 긴급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이며, 뿌리를 포함한 외주사에는 조사 이후 그 결과에 따라 회사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는 강경한 뜻을 전했다.
여기에 스튜디오 뿌리에 외주를 주었던 게임사들 역시 공지를 통해 협업 영상을 모두 내렸으며, 현재 조사 중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매년 쉬지 않고 불어닥친 남성 혐오 단체에 공격당하며, 일종의 매뉴얼이 만들어진 게임사들이 이제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아직 게임사들이 어떤 행동에 나설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이 사건이 남길 교훈은 짐작할 수 있다. “하지 말라면 하지 말고, 하고 싶으면 너희끼리 해라”라는 것이다.
사상과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어떤 사상을 가지던, 그 사상에 따라 행동하던 모든 것은 본인의 자유다. 하지만 그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달라진다.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들을 깨우치게 하려고 ‘남성 혐오’를 말하고 싶다면, 자기 뜻과 맞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된다. 뜻이 통하지 않는다면, 시위나 공론화 등으로 이슈를 일으켜도 상관은 없다. 그것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이고, 그 행동에 따라 발생하는 결과 역시 본인이 감당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외주 계약을 맺고 회사에 전달할 작업물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자신의 사상을 집어넣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행위는 계약 위반이기도 하며, 이 사태로 인해 실제로 금전적인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범죄의 영역이다.
이번 사건으로 많은 분노와 추측, 서로에 대한 비난이 오가고 있고, 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감정 소모도 이어지고 있다. 왜 이들이 이런 일을 하는지, 도대체 이 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지식이 짧고, 이해력이 낮은 본 기자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번 사건을 일으키고 또 이를 옹호하는 이들에게 한번 질문을 던지고 싶다.
“8년이나 같은 행위를 반복했으면 뭔가 데이터라도 있을 텐데, 저 행위가 ‘여성 인권 향상’에 무슨 도움이 되었는가?”
“성 상품화라며, 게임을 그리 혐오하는 사람들이 왜 게임과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면서 자꾸 문제를 일으키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