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게임백과사전] 히트작 제조기? 얼리 액세스를 아시나요
스팀 동시 접속자 수 3,257,248명을 기록하며 한국 게임의 역사를 쓴 'PUBG: 배틀그라운드'와 2023년 주요 시상식에서 최고의 게임에 오른 '발더스 게이트 3'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얼핏 봐서는 잘 만들고 크게 흥행한 게임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게임 장르부터 차이가 있어 그다지 공통점은 없어 보이는데요. 사실 두 게임 모두 얼리 액세스를 통해 출시된 게임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얼리 액세스는 우리말로 앞서 해보기로 불리는 시스템입니다. 이용자들은 얼리 액세스를 통해 게임의 정식 출시에 앞서 게임을 구매하고 플레이해 피드백을 남길 수 있습니다. 개발자들은 이용자가 보내주는 피드백을 보고 개발 중인 게임에 반영하고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죠.
온라인 게임이 발전한 우리나라의 경우 온라인 게임 출시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CBT(클로즈 베타 테스트)와도 비슷한 모습입니다. 다만, 실제 개발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보면 CBT보다 얼리 액세스가 개발자와 이용자 간 사이가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이용자가 보낸 피드백을 바탕으로 게임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특정 기간 한정적으로 진행하는 CBT와는 차이가 있죠. 무료 게임도 있기는 하지만. 이용자가 게임을 직접 구매하는 것도 CBT와 차이라 볼 수 있고요.
스팀은 얼리 액세스와 관련해 게임과 게임 개발이 고객과 커뮤니티의 참여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게임을 일찍 공개하여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더 나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도움을 준 사람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쌓고자 하는 개발자들을 지원하고 격려하고자 한다라며 얼리 액세스를 지원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얼리 액세스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두고 좋은 사례로 남은 게임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앞서 이야기한 'PUBG: 배틀그라운드'입니다. 'PUBG: 배틀그라운드'는 2017년 3월 24일 얼리 액세스에 돌입했습니다.
'PUBG: 배틀그라운드'의 얼리 액세스 버전은 정식 버전과 비교해서는 게임의 콘텐츠나 최적화 등 많은 것이 부족했지만, 게임의 핵심 재미인 배틀로얄이 많은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얼리 액세스 이후 약 2달 만에 전 세계 판매량 200만 장을 돌파하고, 3달째엔 동시 접속자 수 20만 명을 넘었습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게임은 단 16일 만에 백만 개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79일 만에 1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가장 빠르게 1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스팀 얼리 액세스 게임이 됐습니다. 스팀 동시 접속자 수 200만 명을 넘어선 최초의 게임이 되기도 했죠. 이러한 'PUBG: 배틀그라운드'의 기록들은 기네스에도 올라있죠.
2020년 출시되어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로그라이크 액션 게임 '하데스'도 얼리 액세스를 통해 성공을 거둔 대표작이죠. 에픽게임즈 스토어와 스팀에서 얼리 액세스를 진행한 '하데스'는 게임의 기본적인 뼈대만 만들어진 상황에서 얼리 액세스에 돌입했고, 게임의 많은 부분을 얼리 액세스 과정에서 완성해 냈습니다.
이용자와 함께 게임을 완성한 슈퍼 자이언트 게임즈의 '하데스'는 2020년 BAFTA, D.I.C.E. 어워드, GDC 어워드 등 게임 업계 5대 시상식 중 3개에서 올해의 게임에 오르는 영광을 차지했을 정도입니다. 적은 개발진으로 뛰어난 완성도의 게임을 개발한 슈퍼 자이언트 게임즈 개발진은 다음 작품도 얼리 액세스를 통해 개발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죠.
이 외에도 해양 서바이벌 게임으로 유명한 '서브노티카'나 전략 서바이벌 장르 이용자에게 큰 사랑을 받는 '림 월드',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이라는 독특한 장르로 사랑받은 '팩토리오' 등 다양한 얼리 액세스 사례가 있죠.
최근에는 국내 게임사들도 얼리 액세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넥슨 민트로켓은 '데이브 더 다이버'를 정식 출시하기에 앞서 스팀을 통해 얼리 액세스를 진행하며 97%라는 압도적인 긍정 반응을 끌어냈습니다.
넥슨은 이후 더욱 뛰어난 완성도와 풍부한 콘텐츠로 무장한 정식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닌텐도 스위치 시장에도 진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300만 장이라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님블류런의 '이터널 리턴'도 얼리 액세스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정식 서비스에 앞서 2년간 얼리 액세스 형태로 서비스하며 이용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얼리 액세스 기간 중 동시 접속자 수 5만여 명을 기록할 정도로 관심을 받은 '이터널 리턴'은 정식 버전을 통해 확 달라진 모습으로 이용자들에게 다가왔습니다.
넷마블은 올해 출시 예정인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을 에픽게임즈 스토어와 스팀을 통해 얼리 액세스를 진행하며 게이머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콘솔 기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까지 진행하며 출시를 위한 작업에 한창이죠.
다만 얼리 액세스가 항상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을 출시하기도 전에 돈을 벌 수 있어 이른바 '먹튀'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얼리 액세스는 곧 '먹튀'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스톰핑 랜드'는 2014년 5월 얼리 액세스 돌입 이후 약 3~4개월 만에 업데이트 소식이 중단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중간에 간단한 업데이트 등으로 부활하기는 했지만 결국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스팀에서 판매가 중단 됐습니다.
그리고 얼리 액세스의 경우 당장 수익이 필요한 인디 게임사들이 도전하는 경우가 많아 현재도 얼리 액세스 이후 개발 중단이 이어지는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의 불만 어린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는 이유죠.
아울러 지지부진한 개발도 얼리 액세스의 문제 중 하나로 꼽힙니다. 좀비 서바이벌 오픈월드 게임으로 큰 기대를 모은 '데이즈'는 얼리 액세스만 5년을 진행했고, 막상 정식 출시되자 게임을 즐길 이용자들이 다른 게임으로 떠나 있는 상황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게임의 부족한 퀄리티의 핑계를 위한 방패로 얼리 액세스를 내세우는 게임들도 보이면서 얼리 액세스는 게이머들에게 애증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양날의 검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얼리 액세스가 좋은 모습만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