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24] 반등 노리는 펄어비스, '붉은사막' 완성이 중요하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희망 고문이 계속 길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2023년 전망 기사에서도 같은 말을 했었지만, 2024년에도 또 똑같은 말을 하게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펄어비스의 2023년 실적을 살펴보면 1분기 매출 858억, 영업이익 11억, 2분기 매출 784억, 영업적자 141억, 3분기 849억 영업이익 21억으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4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증권가에서는 매출 866억, 영업적자 60억을 예측하면서, 2023년 전체 실적이 영업 적자 상태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대표 게임인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모바일’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처럼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회사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어 있는 기대작 ‘붉은사막’이 아직도 완성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매번 게임스컴 등 해외 게임쇼를 통해 신규 영상을 공개하고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 확실한 출시 시기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요즘 대작 게임들의 개발 기간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시장에서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늦어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도깨비’ 발표 시절 10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현재 52주 신 저가인 3만원대 초반까지 폭락했다. 공모가 10만 3000원으로 시작해 지난 2021년 1:5 액면 분할을 진행한 만큼, 공모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국내 게임주의 미래라고 불렸던 ‘도깨비’ 발표 시절과 비교하면 주주들의 실망감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회사 전체가 ‘붉은사막’ 출시만을 바라보고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야심차게 인수했던 CCP게임즈가 ‘이브온라인’ 외에 새로운 매출원을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기는 하나, 2023년 연초에 공개한 ‘검은사막’의 신규 지역 ‘아침의 나라’가 이용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펄어비스가 미국 LA에서 진행된 칼페온 연회에서 발표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인 ‘아침의 나라’는 과거 조선을 컨셉으로 만든 새로운 지역이다. 완벽한 고증을 위해 개발진이 현지에 직접 방문하고, 문화재청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세밀한 부분까지 디테일을 살린 덕분에, 이용자들 사이에서 개발진에게 커피트럭을 보내야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단순히 배경만 바뀐 것이 아니라 단순 반복 사냥 중심의 게임 플레이에서 우두머리 사냥 중심의 게임 플레이 변화를 통해, 직접 조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빠르게 쫓아가는 모습을 보인 것이 인상적인 부분이다.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은 ‘검은사막’의 특성을 잘 살린 변화다.
‘검은사막’의 서비스 기간이 길어지면서 IP 전체 매출액은 지난 2022년 1~3분기에 2219억원, 2023년 1~3분기에 1924억원으로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23년 2분기에 565억원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3분기에 684억원으로 다시 회복세를 보인 것은 ‘아침의나라’ 효과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로스트아크’ 등 경쟁 게임들이 업데이트 문제 등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유입된 신규 이용자들을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긴 하나, ‘아침의 나라 서울’ 등 현재 준비되고 있는 업데이트들이 다시 힘을 발휘한다면,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수도 있다. 애초에 한국 MMORPG의 무덤이 되고 있는 북미/유럽 시장에서 8년차에 접어든 게임이 여전히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한콘진 발표에 따르면 북미/유럽과 마찬가지로 한국 MMORPG가 부진한 편인 일본 시장에서도 9년째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 이용해본 한국 PC온라인 게임”이라는 설문조사에 30.7%가 ‘검은사막’이라고 답했으며, 주 이용 한국 PC온라인 게임 역시 ‘검은사막’이 9.7%로 1위를 차지했다.
또 하나 긍정적인 부분은 ‘검은사막’의 중국 진출이다. 비록 많은 기대를 모았던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진출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지만, 최근 텐센트를 통해 ‘검은사막’의 2차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중국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판호가 발급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도 ‘블레이드&소울2’와 ‘미르M’, ‘라그나로크 X 넥스트 제너레이션’ 등이 포함된 외자 판호가 발급된 만큼, ‘검은사막’의 외자 판호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쟁이 매우 치열한 모바일 게임 시장과 달리 중국 PC MMORPG 시장은 경쟁작이 많지 않은 만큼,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검은사막 모바일’과 마찬가지로 ‘검은사막’ 역시 오래 전부터 대만/홍콩/마카오 서비스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미 해볼 사람들은 다 해본 중고 신인이라는 점이 문제다. ‘검은사막 모바일’의 실패에서 이미 경험했듯이 중국풍 신규 캐릭터 추가 정도로는 신선함을 주기 힘들다. 미묘한 한중 관계를 건드릴 수도 있는 ‘아침의 나라’ 지역을 ‘진시황의 나라’로 바꾸는 등 중국 이용자도 예상하기 힘든 파격적인 변화까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검은사막’이 힘을 내고 있다는 것이 긍정적인 부분이긴 하나, 현재 펄어비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결국 ‘붉은사막’의 빠른 출시와 글로벌 성공이다.
아직까지 영상만 공개되고 있어 많은 이들이 불안해하고 있기는 하나, 지난 지스타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시연회 버전은 상당한 수준의 그래픽과 역동적인 전투 액션, 다양한 상호 작용을 선보여 정식 출시 기대감을 높여주긴 했다. 영상을 공개할 때마다 새로운 요소들이 많이 공개되다보니,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긴 하지만, 대부분 검은사막에서 이미 구현한 경험이 있는 콘텐츠들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어보인다. 레고로 비유하면 모든 블록이 잘 준비되어 있는 만큼, 멋지게 조립만 하면 되는 상황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스토리텔링 부분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는 요소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계속 불안함을 키우고 있긴 하다. 하지만, ‘아침의 나라’에서 컨트롤 중심의 액션과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실력을 보여준 만큼, 이 때의 경험이 ‘붉은사막’의 완성도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펄어비스가 공식 출시일 발표를 계속 미루고 있다보니, 증권가에서는 ‘붉은사막’의 출시가 오는 2025년 2분기까지 연기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대작 게임에 대한 기준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발매일을 서두르기 보다는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오는 2025년에는 무조건 피하는 것이 상책인 콘솔 끝판왕 ‘GTA6’의 출시가 예고되어 있는 상황이다. 펄어비스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