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게임도 살려낸다. 플랫폼 마케팅 위력 뽐내는 스팀
전 세계 모든 게임들이 스팀으로 몰리고 있다.
모바일 게임은 물론, 독점작 위주로 운영되던 콘솔 게임까지 모두 멀티플랫폼 전략을 선택하다보니 PC 버전이 기본이 됐고, PC 다운로드 플랫폼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스팀이 가장 우선적인 선택지로 떠오른 것이다.
여기에 VR 게임들도 입점해 있기 때문에, 아예 모바일 전용으로 개발된 게임이나, 여전히 자사 게임 독점 전략을 펼치고 있는 닌텐도의 자체 게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게임을 스팀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사실, 에픽게임즈스토어, GOG, MS스토어 같은 경쟁 플랫폼도 있고, 그리고 EA, 유비소프트, 블리자드 등 자체 스토어를 운영 중인 곳들도 많기 때문에 스팀이 PC 플랫폼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팀이 최우선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가장 많은 입점 게임과 가장 많은 이용자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비소프트의 대표적인 FPS 게임인 레인보우 식스 시즈가 최고 동시접속자 20만명을 기록하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지난 2015년에 출시된 게임이니, 이제 게임 이용자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질만한 상황인데, 다시 전성기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부활을 이끈 것은 스팀에서 최근 진행한 봄 할인 이벤트 덕분이다. 이전에도 매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긴 했으나, 이번에는 역대 최대인 80% 할인율로 판매되면서, 이용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더불어, 조준기를 기계식, 무배율, 2.5배율, 3.5배율로 개편하고, 기계식과 무배율 조준기의 정조준 속도를 빠르게 조정했으며, 공격팀 레벨 시간 단축과 투척물 궤도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등 편의성과 밸런스 조정을 진행했다. 할인 판매를 통해 신규 이용자를 증가시키고, 새롭게 유입된 이용자들이 보다 쉽게 게임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를 진행한 것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지난 2017년에 출시된 네오위즈의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역시 이번 할인 판매 기간 동안 판매 순위가 크게 상승했다. 본편이 정가 대비 80% 할인율로 판매되고 있으며, 각종 DLC 역시 같은 수준의 할인율로 판매되고 있는 만큼, 이전에 구입하지 못했던 DLC를 추가 구매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전에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구입 할까 말까 고민했었던 이들이나, 새롭게 추가된 DLC 가격이 부담스러워 구입을 망설이고 있었던 이들에게는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다.
이렇게, 특정 시즌에 맞춰 진행되는 대규모 할인뿐만 아니라 좀비, 로봇 등 각종 테마에 맞춰 진행되는 특별 할인, 퍼블리셔별로 진행되는 특별 할인 역시 구매율을 높이고 있다.
또한, 이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게임 리스트를 기반으로 한 게임 추천, 최근 많이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을 기반으로 한 게임 추천, 친구들이 많이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 추천 등 이용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새로운 소식을 계속해서 노출하면서, 구매 의욕을 자극하고 있다.
보통 출시된지 몇 년 된 게임들은 신작 게임에 밀려서 스토어 상위 페이지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지 않으나, 이처럼 다양한 방식을 통해 다시 상위권에 노출시켜주기 때문에, 철 지난 게임들도 다시 부활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금이 부족해 광고가 쉽지 않은 인디 게임사들에게도 스팀은 최적의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스팀은 매년 인디 게임들을 중심으로 하는 스팀 넥스트 페스트 행사를 진행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인디 게임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엄청난 성과를 거둔 P의 거짓, 데이브 더 다이버 등도 출시전 스팀 넥스트 페스트 행사를 통해 글로벌 이용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바 있다.
이전에 스팀의 입점 수수료에 대한 반발로 블리자드, 유비소프트, EA 등이 스팀에서 철수하고, 자사 플랫폼을 통해서만 게임을 출시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스팀 철수 후 엄청난 판매량 감소를 겪으면서 백기를 들고 다시 스팀으로 입점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에픽게임즈스토어가 엄청나게 많은 게임을 무료로 배포하면서 스팀을 견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플랫폼을 넘어서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 진화한 스팀의 독주를 막는 것은 쉽지 않아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