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 성공에도 웃지 못하는 카카오게임즈, 돌파구는?
카카오게임즈 주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성공시키며 비상했던 주가가 끝없이 내리막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과 ‘아키에이지 워’, 그리고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까지 연이어 매출 상위권에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하락으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더니, 올해는 퍼블리싱 게임인 ‘롬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가 한국은 물론 대만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2만2000원 이하로 내려간 상태다.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을뿐만 아니라, 장중에 2만1750원으로 52주 최저가를 갱신하기도 했다. 지난해 초 ‘아키에이지 워’ 출시 전에만 잠깐 반등했을 뿐, 이후 계속 내리막만 걷고 있는 것이다.
현재 게임주 대부분이 영업이익 하락과 확률형 아이템 규제 등의 요인으로 인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긴 하나, 카카오게임즈의 하락세는 유독 더 심한 편이다.
카카오게임즈는 구글 매출 10위권 안에 2개의 게임을 올려뒀으며, 적자 기업이 즐비한 상황에서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게임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를 외면하고 있는 이유는 미래 성장성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기록적인 성과를 거두고, 라이온하트 스튜디오를 인수할 때만 하더라도 퍼블리싱 역량에 자체 개발력까지 갖춘 대형 게임사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상장 추진으로 인해 기업가치 중복계산의 우려가 커졌고, IPO 시장 부진으로 인해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상장 추진이 잠시 중단되긴 했지만, 포기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카카오게임즈의 불확실 요소로 남아있다.
당시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인수 등을 위해 5000억 규모의 CB(전환 사채)를 발행한 것도, 주가가 당시 절반 이하로 하락하면서 위험 요소가 됐다.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등을 투입해 투자원금의 74.1%인 3708억원을 상환하면서 급한 불을 끄기는 했지만, 이로 인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여유 자금이 사라졌다.
또한, 특정 장르, 그리고 국내 시장에만 편중되어 있는 수익 구조도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여전히 매출 상위권에 유지하고 있긴 하나, 그 뒤에 선보였던 ‘아키에이지 워’, ‘아레스 오브 가디언즈’까지 모두 MMORPG 장르였으며, 올해도 처음 내놓은 게임이 MMORPG 장르인 ‘롬’이다. 모두 리니지 스타일의 게임이기 때문에 타겟층이 겹쳐 카니발라이제이션 현상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롬’ 출시 이후에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만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아키에이지 워’ 매출 12위,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매출 31위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확률형 뽑기에 의존하고 있는 MMORPG 장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MMORPG 장르 의존도가 높은 카카오게임즈의 수익 구조가 더욱 더 불안해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즈도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기는 하다. 조계현 대표 임기 만료 이후 네오위즈 중국 법인 대표, 텐센트코리아 대표 등을 역임했던 글로벌 전문가 한상우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선택했으며, ‘에버소울’ 일본 진출, ‘아키에이지 워’ 중화권 진출, ‘오딘 발할라 라이징’ 북미, 유럽 진출 등을 준비하고 있다. 내수 시장에 편중되어 있는 수익 구조 때문에 전체 매출의 16%까지 떨어진 해외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움직임이다.
또한, 하반기에는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개발한 픽셀트라이브의 신작 ‘가디스 오더’의 출시를 준비 중이며, 엔픽셀의 자회사 크로노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크로노 오디세이’의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도 체결했다.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에서도 로그라이크 요소를 가미한 캐주얼RPG ‘프로젝트V’를 비롯해 ‘오딘 발할라 라이징’ 세계관을 이어가는 수집형RPG ‘프로젝트C’, 루트슈터 장르 ‘프로젝트S’, 쿼터뷰 시점의 오픈월드 MMORPG ‘프로젝트Q’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준비 중이며, 엑스엘게임즈의 콘솔 대작 ‘아키에이지2’,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인기 웹툰 ‘검술명가 막내아들’을 기반으로 한 게임 역시 글로벌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 북미, 유럽 진출 등 기존 라이브 게임들의 해외 진출은 장르 특성상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으며, 올해 출시가 확실한 게임은 ‘가디스오더’와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프로젝트 V’뿐이다. 체질 개선을 위해 많은 것들을 준비하긴 했지만, MMORPG에 집중하는 동안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이미 글로벌로 향한 경쟁사들보다 출발이 많이 늦어진 것이다.
물론, 현재 흑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고, 성장을 위한 신작들도 차근차근 준비되고 있으니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카카오게임즈가 바닥을 뚫고 지하실까지 추락한 주가의 반등 시기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