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게임백과사전] 콘솔 게임 ‘가격 인상’, 반발 심해도 피할 수 없는 흐름?
유비소프트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스타워즈 IP 기반 오픈월드 게임 ‘스타워즈 아웃로’가 출시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최근 예약 구매를 시작하면서 각 에디션별 가격이 공개됐는데, 최상위 버전인 얼티밋 버전의 가격이 무려 14만5000원으로 발표됐기 때문입니다.
추가 콘텐츠가 포함된 얼티밋 버전이 일반 버전보다 비싼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아무리 얼티밋 버전이라고 해도, 일반 콘솔 게임 두 개를 살 수 있는 금액은 너무하다는 반응입니다. 참고로 일반판 역시 7만9000원으로 기존에 유비소프트가 출시한 다른 게임보다 비싸게 나왔습니다.
예전에 유비소프트 이브 기예모 대표가 모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개발비 인상으로 게임 판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니, 자신들이 한 말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콘솔 게임 가격 인상은 코로나 이후부터 계속 되어온 일이긴 합니다. 작년에 가장 많은 판매량을 올린 게임이 된 호그와트 레거시를 보면 PS5 일반판이 9만6600원, 추가 콘텐츠가 포함된 디럭스 에디션이 10만9800원으로 결정되면서, 10만원이 넘는 가격 때문에 논란이 됐었습니다. 그때는 10만원으로도 난리였는데, 이제는 14만원이네요.
또한, 출시된 이후에도 계속된 엄청나게 많이 추가되는 DLC 역시 논란입니다. 최근에 출시된 드래곤즈 도그마2도 일반판이 9만1400원, 디럭스 에디션이 10만4500원으로 상당히 비싼 편인데, 게임에서 필수적인 기능까지 추가 DLC로 판매되면서, 스팀 평가가 복합적으로 떨어질 정도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철권8 역시 출시 초반에는 ‘대체적으로 긍정’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호평을 받았지만, 최근 추가된 파이트 패스가 이용자들이 만든 모드보다 못한 수준으로 혹평을 받으면서 최근 평가가 ‘복합적’까지 떨어졌습니다.
원래 DLC는 본편만으로 아쉬운 팬들을 위해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해주는 개념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편이었지만, 요즘은 본편을 일부러 부족한 형태로 출시하고, 무조건 DLC를 추가 구매하도록 만들고 있다보니, 이용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네요.
이용자들은 예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 게임을 구입해야 하니 반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개발사 입장에서는 이처럼 콘솔 게임 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입장입니다. 차세대 게임기 등장과 함께 이용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다보니, 개발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해 판매 가격을 올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영업이익을 맞출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개발비로 유명한 GTA5가 지난 2013년에 약 2억6500억 달러(당시 약 30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화제가 됐었는데, 사이버펑크2077 약 3500억 원, 마블 스파이더맨2 역시 약 4000억원이 투입되는 등 요즘 AAA급 게임이라면 개발비 3000억원 이상이 기본이 되고 있습니다.
다들 글로벌 10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리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했지만, 지난해 폭망한 게임의 대명사로 불리는 포스포큰처럼 10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고도 망할 수 있으니, 어떻게든 수익을 올리기 위해 무슨 수라도 쓰고 싶은 상황이긴 합니다.
사실, 콘솔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억울할만한 상황이긴 합니다. 30년 전에도 네오지오 팩 가격이 10만원이 넘는 것이 기본이었으니, 30년 동안 물가가 엄청나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콘솔 게임 가격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파이널판타지7은 당시 출시 가격이 6800엔이어서 국내에서는 병행수입업자들이 12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판매했었고, 현대 전자가 수입해서 판 슈퍼패미콤용 스트리트파이터2는 8만9000원이었네요.
게다가 모바일 게임사들이 로또 당첨 확률만큼이나 낮은 확률의 뽑기로 몇 천억을 투자해서 만든 AAA급 콘솔 게임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보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만도 합니다.
현재 상황을 보면 드래곤즈 도그마2가 가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25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리는 등 이용자들도 어느 정도 콘솔 게임 가격 인상에 대해 인정하는 분위기이긴 합니다. 출시 전에는 가격 논란이 있었던 호그와트 레거시도 출시 후 해리포터 세계관을 완벽히 구현한 게임성이 호평받으면서 전 세계 22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렸고, 젤다, 마리오 등 타 플랫폼에 비해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닌텐도 퍼스트 파티 게임들도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게임이 재미있다면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다만, 문제는 이용자들의 생각하는 가성비의 문제입니다. 돈을 지불한만큼 재미가 있다면 상관없지만, 지불한 가격 대비 게임성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스타워즈 아웃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유비소프트의 경우 지난해 10년 넘게 개발한 스컬앤본즈를 일반판 7만4000원, 프리미엄 에디션은 9만9000원이라는 가격으로 판매했는데, 기대에 못미치는 게임성을 보이면서 폭망했고, 몇 달만에 바로 가격 할인을 시작했습니다.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싶으면 그만큼의 재미를 보장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는 얘기입니다.
어떤 게임사든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없었던 획기적인 신작을 만드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 됐고, 게임 이용자들의 눈높이는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을 보면 콘솔 게임 가격 인상 흐름은 불가피한 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가격을 올리더라도 이용자들이 생각하는 가성비를 맞추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