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러시 개발사까지 폐쇄. 과거 EA가 떠오르는 MS의 어이없는 행보
베데스다스튜디오에 이어 액티비전블리자드까지 삼키면서 게임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MS가 최근 산하 게임 개발 스튜디오 4곳을 폐쇄한다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에 폐쇄가 결정된 스튜디오는 아케인 스튜디오와 탱고 게임웍스, 아케인 오스틴, 라운드하우스, 알파 독 스튜디오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인해 게임업계가 역성장을 하고 있고, 인건비 절감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인 만큼, 개발사 폐쇄가 이상한 일은 아니다. MS 외에도 2K, 스퀘어에닉스 등 다수의 대형 회사들이 실적이 부진한 개발 자회사를 폐쇄하고 있다.
특히, MS는 최근에 대규모 인수를 통해 개발 스튜디오가 대폭 증가했으며, 베데스다 산하 개발사 중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인 곳들도 많았던 만큼, 우선 순위가 높은 게임에 자금을 집중시키겠다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MS는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하면서 매출은 크게 늘었으나, 하드웨어 판매량이 30% 감소하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게임패스 구독 가격 인상을 고려할 정도로 위기 상황이다.
다만, 문제는 이번에 폐쇄한 스튜디오에 탱고 게임 웍스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탱고 게임 웍스는 이블위든, 고스트와이어 도쿄 등 호러 게임으로 인지도를 높인 개발사로, 최신작인 하이파이러시를 성공시키면서, 개발력을 입증했다.
특히 하이파이러시는 지난해 초 별다른 마케팅도 없이 깜짝 발표돼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현재도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유지하면서, XBOX를 대표하는 인기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PS5 플랫폼으로도 출시돼 많은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회사의 간판이었던 미카미 신지 프로듀서가 회사를 떠났고, 이블 위딘, 고스트와이어 도쿄 등이 기대만큼 판매량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 등 약점이 있긴 했으나, 마지막 작품인 ‘하이파이러시’가 인기 게임 시리즈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폐쇄를 결정한 것은 황당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MS에서 XBOX 게임과 제니맥스 미디어를 총괄하는 맷 부티 사장은 “XBOX의 목표로 우리에게 명성과 상을 줄 수 있는 작은 게임이 필요하다”면서, 하이파이러시를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았다. 그들이 미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임을 개발한 회사를 날려버린 것이다.
이번에 같이 폐쇄된 아케인 오스틴 역시 지난해 최악의 게임으로 꼽히는 레드폴로 실망감을 줬다고는 하나, 이전에 디스아너드를 성공시키면서 게이머들에게 극찬을 받았던 개발사다. 현재 실적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개발력보다는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못해 실패한 사례만으로,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를 날리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다.
게이머들은 MS의 이 같은 행보가 과거에 Electronic Arts가 아니라 Eat All이라고 불렸던 EA를 떠올리게 만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 EA는 맥시스, 불프로그, 웨스트우드, 오리진 시스템즈, 비서럴 게임즈 등 전설적인 개발사들을 삼킨 이후, 폐쇄해 충격을 줬다.
EA가 숨통을 끊어버린 IP를 보면 심시티, C&C 시리즈, 녹스, 던전키퍼, 울티마, 테마파크, 신디게이트, 파퓰러스, 데드스페이스 등으로 게임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명작들이다. EA는 긴 암흑기를 거치고 이제야 정신을 차려서, 데드스페이스 리메이크를 선보이는 등 과거 IP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게임업계 전체가 위기 상황인 만큼, 선택과 집중을 선택한 MS의 판단이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눈 앞의 숫자만 보고, 엄청난 가능성을 날려버린 것이 아닐지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