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8번 승강장’, ‘8번 출구’보다 무서운 만큼 재밌어졌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공포게임의 한 획을 그은 ‘8번 출구’의 후속작이 지난 5월 31일 출시됐다. 이름하여 ‘8번 승강장’은 전작과 동일한 리미널 스페이스 형 공포 게임으로, 무한하게 달리는 지하철 속에서 ‘이변’을 뚫고 탈출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8번 승강장’은 전작의 긍정적인 부분은 발전시키고, 불친절한 부분은 다수 개선한 ‘탄탄한’ 게임으로 찾아왔다.
게임의 진행 방식은 이렇다. 지하철 내부에서 눈을 뜬 이용자는 각종 ‘이변’을 마주하며 다음 칸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변’에 잡아먹히지 않고 무사히 다음 칸으로 이동하면 지하철은 ‘다음 역’으로 도착하며, 최종적으로 8번째 역(L8)에 도착하면 엔딩을 맞이할 수 있다. ‘이변’에게 당하면 다시 0번째 역(L0)에서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이변’이란 갑작스러운 정전, 기괴한 숨소리, 피 묻은 손자국 등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 각종 이상 현상을 말한다. ‘이변’을 만나면 무조건 전에 있었던 공간으로 되돌아가야 했던 ‘8번 출구’와 달리, ‘8번 승강장’에서는 ‘이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게임이 디자인 돼 있다.
예를 들어, 붉은색 물이 점점 차오르는 열차 칸에 들어간 순간 빠르게 달려 다음 칸으로 이동하고, 바닥에 있는 퍼즐을 풀어 잠겨있는 관통문을 해금하는 등 각각의 기믹을 파훼하는 식이다.
‘이변’의 개수는 전작과 동일하게 31가지가 있지만, 대응 방식이 각각 다르다 보니, 게임의 몰입도가 상당히 올라갔다. 또한 ‘이변’을 피하지 않고 직접 마주하며 다음 칸으로 넘어가야 하니, 전작에서 부족했던 공포 요소도 탄탄하게 보충됐다는 감상이다.
‘8번 출구’에 비해 친절해진 게임 설명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게임의 구조 자체가 실수하거나 ‘이변’에 대응하지 못하면 다시 처음부터 진행해야 하기에, 반복해서 실수하게 되면 피로도가 많이 쌓이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8번 승강장’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섬세하게 마련해 뒀다. 예를 들어 특정 부분에 시선을 유지해야 통과할 수 있는 이변이라면, 전광판 부근에 ‘시선을 떼지 마세요’라는 안내를 해주는 식이다.
이외에도 ‘밝을 때 움직이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새겨두는 등 안내문만 잘 읽어도 1~2시간 내에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게임을 너무 빠르게 끝내, 보지 못한 ‘이변’이 있다고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8번째 역에 도착해 일반 엔딩을 본 이용자는, 지금까지 만나지 못한 ‘이변’을 무한하게 즐길 수 있는 특정 모드에 진입하게 된다.
해당 모드에서는 역의 정보 대신 ‘아직 본 적 없는 이변의 수’가 표시되고, 모든 ‘이변’을 만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만약 모든 ‘이변’을 만나게 되면 진엔딩도 해금된다. 개인적으로는 진엔딩의 연출이 ‘8번 출구’ 세계관을 탄탄하게 마무리하는 느낌을 줘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요약하자면, ‘8번 승강장’은 전작의 핵심 포인트이자 강점인 ‘이변’을 잘 살려 후속작을 기다리던 이용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게임이다. 전작에서 눈에 밟히던 불친절한 설명, 단조로운 플레이 방식 등의 단점도 잘 극복해 게임을 처음 접하는 이용자들도 플레이하기에 적합하다.
아직 공식적인 한국어 지원이 없다는 게 단점이지만, 각종 안내문의 문장이 쉬운 단어로 구성돼 있어 플레이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으리라 본다.
게임의 개발자인 코타케 노토케케가 “지하철을 좋아해서 ‘8번 출구’와 ‘8번 승강장’을 만들었습니다만, 만족했기 때문에 8번 시리즈는 종료 예정이다.”라고 밝힌 만큼 ‘8번 출구’의 최초이자 최후의 후속작이 될 가능성이 높기에, 리미널 스페이스형 공포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라면 한 번쯤은 ‘8번 승강장’을 플레이해 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