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글코드, 신동호 디렉터 "AI는 도구, 결국 재미있는 게임이 성공할 것"
최근 게임 업게 화두 중 하나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AI를 활용한 툴의 성능이 최근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한 게임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엔씨소프트나 유럽 엠브레이서 그룹과 같은 대형 회사들도 AI의 도입을 속속 밝히고 있다.
이제는 강력한 성능을 가진 AI 도구를 활용해 이미지를 제작하는 것은 기본이고, 게임 속 캐릭터에 대화형 AI 서비스를 적용해 자유로운 채팅을 통해 즐기는 추리 게임도 등장하고 있을 정도다. 게임 최종 제품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개발 과정에 사용에 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AI가 게임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AI 도구를 적극 활용해 게임을 개발하고 선보이고 있는 회사를 찾았다. '클럽 베가스'와 '캐시빌리어네어' 등으로 잘 알려진 베이글코드다, 베이글코드는 데이터와 AI 중심의 조직문화를 내재화해 역량을 강화화고 있으며, 게임 개발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 AI를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베이글코드의 PKC(펑크코드) 스튜디오 신동호 디렉터는 AI를 게임 개발 전 과정에 사용하고 있으며, AI 도구를 활용해 ‘블러드 인베이전’을 어떻게 개발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PKC가 그리고 있는 목표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신동호 디렉터는 20년이 넘게 개발을 진행해 온 베테랑으로, 베이글코드에서만 10년 이상 재직하며 회사의 핵심 프로덕트 개발을 진행해 왔고, 다양한 신기술이 나오면 이를 회사에 알리고 적용해 온 인물이다. 특히, 어릴 적부터 게임 개발을 꿈꿔왔고, 내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사내 게임잼 행사에 직접 참여해 4명이 팀을 꾸리게 됐고, 게임잼에서 꾸렸던 이 팀이 현재 PKC 스튜디오 멤버들이라고 한다. 개발자 2명, 기획자 1명, 이펙트와 3D를 담당하는 1명을 포함한 4명이 게임을 개발하고 있으며, 팀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과 높은 개발 집중도로 ‘블러드 인베이전’이란 의미 있는 타이틀이 탄생하게 됐다.
"제가 워낙 AI 관심도 많았고, 4명이서 개발하다 보니까 AI를 최대한 활용해 보자는 방향으로 결정됐어요. 이미지 생성부터 더빙, 로컬라이제이션, 내러티브 등 게임의 거의 모든 부분에 AI 도구를 활용했습니다."
신동호 디렉터의 설명에 따르면 PKC는 현재 서비스 중인 작품인 ‘블러드 인베이전’을 개발하면서 거의 모든 과정에 AI 도구를 활용해 개발 효율을 높였다. ‘블러드 인베이전’은 마치 ‘에일리언 인베이전’과 같은 게임처럼 간단한 조작을 통해 주변의 캐릭터를 사냥해 성장하는 게임이다.
게임의 주인공 뱀파이어 소녀 벨라가 탄생하는 과정에도 AI가 큰 역할을 했다. 펑크코드는 벨라를 디즈니 풍의 서양 느낌 캐릭터로 만들면서도 너무 섹시하지 않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미드저니와 같은 AI 이미지 생성툴을 활용해 벨라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만들어 봤으나 개발자가 모두 남성이다 보니 소녀 뱀파이어 캐릭터의 코스튬 디자인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게임 출시 시점이 크리스마스 시점이다 보니, 뱀파이어와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이를 활용해 이미지를 생성했고, 고딕풍의 느낌이 있으면서도 캐주얼한 느낌을 가진 이미지들이 나왔다. 마음에 드는 느낌의 이미지가 나와서, 그때부터는 수작업으로 캐릭터를 만들었고 3D모델링 등 작업을 거처 게임에 넣었다.
예전 같았다면 엄청나게 시간이 걸리는 의사 결정이었겠지만, 불과 1시간 정도만에 끝내고 실제 작업으로 이어갔다고 한다.
게임에서 보여주는 밸라의 내러티브나 대사에도 AI를 활용했다. 챗GPT를 활용해 벨라라는 뱀파이서 소녀 페르소나를 AI에게 입혔다. 해당 AI를 활용해 특정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대사나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는지 봤고, 괜찮은 것을 취합하고 발전시켜 내러티브와 대사를 만들었다. 특히, 이렇게 탄생한 대는 AI 더빙 도구인 일레븐랩스를 활용해 게임에 목소리로 넣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다. 게임을 즐긴 이용자들이 성우 목소리 연기를 아쉬워했다고 한다. 나중엔 학습된 것을 기반으로 더 업그레이드했고, 조금 더 자연스러워졌다고 한다. 감정이 항상 같을 수는 없기에, 벨라가 흥분한 상태나 게임 진행 과정에서 나오는 변화에 맞춰 어투를 마련했다.
그리고 게임의 로컬라이제이션 작업에도 AI를 활용했다. 챗GPT와 번역이 필요한 문서를 연결해 번역에 별도의 자금을 전혀 투자하지 않고도 14개국 언어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번역을 전문 업체에 맡기면 결과물이 더 좋을 수 있지만, 한 글자만 바뀌어도 다시 요청해야 하고 휴먼 에러가 발생할 수 있어 시간이 걸린다. 복잡하지 않은 게임이라면 AI를 활용한 현재 수준으로도 서비스할 수 있다고 한다.
"4주 안에 1,000억을 벌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게임을 만들자는 각오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세부적인 목표가 D1 리텐션(잔존율)이 40%를 찍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4명이서 개발을 진행하니 큰 게임은 개발하기 힘들었고, 하이퍼캐주얼 게임 느낌이 나면서 더 코어한 게임을 만들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탄생한 게임이 단순한 조작만으로 좀비와의 전투를 즐기고, 생존이나 건설의 재미까지 즐길 수 있는 ‘쉘터마스터 좀비타이쿤’이다. 다만 아쉽게도 목표로 했던 D1 잔존율이 35%로 목표로 했던 40%에 미치치 못했다.
‘쉘터마스터 좀비타이쿤’을 뒤로 두고 다시 개발을 시작한 작품이 앞서 이야기한 ‘블러드 인베이전’이다 간단한 조작이지만, 전투의 손맛을 살리고 퀘스트 등을 마련해 재미를 강화했다. D1 리텐션도 목표를 넘어선 42%를 기록했다. 다음 목표는 D3 리텐션 20%였다. 3일간 이용자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성장하고 싶었고 이것을 이루는 데는 약 8주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목표로 했던 리텐션을 달성했으니 다음 목표는 실제 수익과 연결해 비즈니스 적인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게임에는 장비 시스템도 넣고, 인앱 결제도 넣으면서 게임을 더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게임을 너무 하드코어 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며 스테이지 하나를 추가하더라고 의미가 있는 것을 추가해 이용자들이 계속해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며 신동호 디렉터는 자신의 목표와 AI도구를 활용한 개발이 보편화되는 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혔다.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고, 베이글코드 내에서 40명 정도에 달하는 거대 스튜디오로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AI 도구를 활용하면 그 40명은 현재의 40명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규모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현재 시장에서 AI에 대한 거부감은 과도기적인 부분이라고 본다. 재미있는 게임이 나오면 받아 들 수 있다고 본다. 특히 AI 도구가 발전한다고 해서 누구나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그럴 수 있지만 아마 지나가리라 본다. 결국 전문가들이 만든 재미있는 게임을 선택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