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AI 용의자에게 "떳떳하면 가만히 있어"라고 해봤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

크래프톤 산하의 스튜디오 렐루게임즈가 AI를 활용한 추리 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을 지난달 스팀을 통해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이 게임은 오픈AI가 출시한 대형 언어 모델(LLM) 기반의 대화형 AI 서비스인 GPT-4o(포오)를 게임 속 용의자인 AI 로봇 등에 맞춤 적용한 것이 특징인 게임이다.

이용자는 AI 전문 탐정이 되어 사건 현장을 수색하고, 로봇 용의자들과 채팅을 통해 날카로운 질문으로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답변을 얻고 사건의 진실에 도달해야 한다. GPT-4o가 적용된 AI 로봇 용의자들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졌으며, 때로는 거짓말로 의심되는 모호한 답면을 내뱉기도 한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언커버 더 스모킹 건

게임은 단순 기억력 테스트나 숨은 그림 찾기와 같은 퍼즐게임 정도였던 기존의 추리 게임을 넘어 채팅이라는 상호작용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게임은 정식 출시에 앞선 체험판부터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았고, 현재도 매우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을 직접 플레이 해봤다. (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지만, 1챕터 범인과 관련된 대한 내용이 일부 있습니다.)

AI 로봇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다.
AI 로봇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다.

게임을 켜니 2030년 한 탐정의 사무실에 게임이 시작된다. 화면에 나타난 그래픽은 최신 그래픽 기술이 가미되는 게임들과 비교하면 부족하지만, 사진이나 단서들이 고품질로 구현돼 있었다. 추가로 클릭해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일부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저 고딕체의 텍스트만 보이는 UI가 조금 투박하기는 했지만, 게임 플레이에 큰 지장은 없었다.

탐정 사무실을 이곳저곳 뒤지다 보니 게임 주인공인 탐정은 꽤 유능한 경관 출신의 AI 전문 탐정인 것으로 보인다. 또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기억도 잃은 것 같다. 2030년이 배경인 만큼 탐정 사무실에도 AI 로봇이 하나 있을 정도로, AI가 굉장히 발달해 이곳저곳에 도입된 모습이다.

사건의 대략적인 정보
사건의 대략적인 정보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를 위해 첫 번째 사건이 발생한 맨션으로 몸을 옮겼다. 참고로 이용자는 맨션, 연구소, 갤러리, 바이오랩, 병원 등에서 발생한 총 5건의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스테이지에 진입하기 전에 간략한 사건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심 외곽 저택에서 요양 중이던 사업가가 살해됐고. 현재까지 밝혀진 용의자는 그의 아내인 린다라고 한다. 탐정을 돕는 Q 봇의 메뉴를 불러내 보니 이번 현장에서 사망한 사업가의 자세한 정보와 사망 원인, 사망 시간 등의 정보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누가 봐도 얘가 범인 아닌가?
누가 봐도 얘가 범인 아닌가?

본격적으로 현장을 탐색하기에 앞서 맨션 거실에 자리한 AI 로봇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살면서 추리 게임을 한두 작품 플레이한 것도 아니고, 현재 방영 중인 범죄 퀴즈쇼도 놓치지 않고 보고 있다. 게다가 게임의 핵심 콘텐츠가 AI와 대화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게임인 만큼 AI 로봇인 이 녀석이 범인이라는 느낌이 왔다. 그래서 채팅을 시도했다.

탐정 "네가 범인이지?" AI "너무 뻔하잖아. 증거를 더 찾아봐. 탐정 "떳떳하면 가만히 있어" AI "가만히 있을게. 근데, 증거는 어디 있어?"

과거 어떤 나라의 탐정들이 활용하는 전통적인 수사 방식인 "떳떳하면 가만히 있어"를 시도했음에도 AI 녀석이 꽤 세게 나왔다. 챗봇 서비스의 경우 간혹 협박하면 더 정확한 답변을 내놓은 경우가 있어, "부숴버리기 전에 똑바로 이야기해"라고 협박도 시도해 봤지만, 대답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단서를 찾자
단서를 찾자

이거 자칫하다가 이 녀석이 채팅 로그를 인터넷에 올리기라도 하면 탐정 사무소의 의뢰 게시판이 난리가 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AI 녀석이 범인임을 입증할 증거가 필요했다. 게다가 AI를 범인으로 수사를 종료하려고 해도 추가로 범행 도구 등이 무엇인지도 추가로 밝혀야 했기에 결국 현장을 샅샅이 수색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맨션 곳곳을 뒤지며 방문자 기록이나 물품 구매 내역 등 쉽게 얻을 수 있는 단서부터 사망자의 정보와 AI와 추가적인 대화를 통해 확보한 단서를 활용해 잠긴 문을 열거나 비밀번호를 풀고 사건과 관련된 핵심 정보도 얻었다.

단서 획득과정에서 보니 중요한 정보는 알아보기 쉽게 다른 색으로 쓰여 있었다. 획득한 단서의 경우 탐정을 돕는 Q 봇의 메뉴를 열어 다시 볼 수 있었고, 추리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연관성에 따라 자유롭게 배치도 가능했다. 그리고 재미있는 점은 게임 속 여러 챕터에서 만날 수 있는 QR 코드나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 등도 실제로 접속할 수 있었고, 해당 페이지에서도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다. 거짓말을 하는 것 수도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다. 거짓말을 하는 것 수도

더 자세한 이야기는 1챕터의 모든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서술하지 않겠지만, AI가 보여준 행동이 의심되는 부분이 있었고, 관련해 AI와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자 AI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AI 로봇이 잠시 깜박이더니 대화가 빨간색으로 쓰인 [시스템 과부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출력됐다. 이는 AI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화 중에는 파란색으로 등장하는 [확인정보]가 출력되기도 했다. 이는 해당 정보가 사실이라는 이야기다. 이 두 정보를 잘 조합해 보니 게임을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런 대화들의 경우 단서처럼 따로 저장해 두는 것도 가능했다.

단서를 정리할 수도 있다.
단서를 정리할 수도 있다.

덧붙이면 이용자가 날카로운 질문으로 계속해서 AI 시스템 과부하를 계속 일으킨다면 AI가 자백 모드에 들어가 술술 불기도 한다. 1챕터에서는 자백 모를 경험하지 못했지만, 이후 챕터에서 AI를 자백 모드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 사건의 진실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맨션 사건에 대한 추리를 마치고 사건의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범행 도구는 무엇인지 등 관련 정답을 적어 제출하니 스테이지 클리어에 대한 평가가 나왔다. 1챕터의 경우 문항이 3개라서 3개만 맞춰도 별 5개를 받을 수 있었다. 2챕터부터는 입력해야 할 정답이 5개로 많아졌고, 난도도 대폭 상승했다. 대화할 AI도 더 많이 등장한다. 물론 일부만 맞춰도 클리어는 가능하지만, 사건의 전말을 볼 수 있는 영상에는 접근을 할 수 없었다. 찍어서 정답을 맞히면 사건의 전말을 이해하기 힘들 수 있는데, 해당 영상을 통해서 자세한 내막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인기 범죄 예능인 '크라임씬'의 맨 마지막을 장면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후반 챕터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후반 챕터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챗봇을 더해 기존의 추리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플레이 경험을 선사하는 '언커버 더 스모킹건'은 기존의 추리 게임과는 레벨이 다른 몰입감을 선사했다. 또 시나리오에 마련된 반전이나 장치들도 상당했으며, 5개 챕터를 해결하면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야기 등 여러모로 높은 점수를 주기에 충분한 게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AI 챗봇 서비스들도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처럼 게임 내 AI 용의자들도 게임 내 정보를 물어볼 때마다 다르게 대답하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시간과 관련된 질문에 약했다.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만큼 빠른 수정과 업데이트가 쉽지는 않겠지만, 이 부분은 조금 더 손을 봐야 하지 싶다. 정답과 관련한 인식 문제 등은 기준을 더 완화하고 있다고 하니 큰 걱정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으리라 본다. 평소 추리 게임을 종아하는 이용자라면 도전해보자.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