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수하고, 버튜버 되고... 요즘은 게임 디렉터도 재밌어야 산다

신승원 sw@gamedonga.co.kr

이제는 게임만 재밌어선 안 된다. 이용자들에게 게임의 인상을 각인시키기 위해 게임사의 수장들도 두 발로 뛰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입수까지 불사한 개발진들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화제의 중심에는 ‘트리컬 리바이브’의 1주년 기념 방송이 있었다. 지난 9월 20일 수집형 RPG ‘트리컬 리바이브’는 게임의 출시 1주년을 기념해 특별 방송을 진행했다. 여기까지 들으면 평범한 것 같지만, 이 방송은 핵심은 예능 프로그램인 ‘위험한 초대’를 오마쥬 했다는 점에 있다.

대기 화면부터 심상치 않은 1주년 기념 방송
대기 화면부터 심상치 않은 1주년 기념 방송

방송에서 사회자는 에피드게임즈 한정현 대표, 심정선 부대표, 이현승 PD에게 이용자가 정한 ‘금지어 및 금지 동작’을 배정했다. 세 사람이 이용자가 정한 금지어와 금지 동작을 무심코 하게 되면 물벼락을 맞거나 수영장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세 명의 희생자는 편안한 의자 대신 ‘플라잉 체어’에 앉게 됐다.

시원하게 물놀이를 한 개발진들
시원하게 물놀이를 한 개발진들

한 시간 동안 송출된 방송은 상상 이상의 반응으로 되돌아왔다. 실시간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방송 후반에 10만 명 가까운 동시 시청자를 기록했다. 이는 게임 분야 인기 급상승 동영상 3위를 기록할 정도의 수치다. 해당 방송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는 등 게임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고, 주년 이벤트와 맞물려 다수의 신규 및 복귀 이용자도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요즘 대세인 ‘버튜버(버추얼 유튜버)’로 이용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뛰어다닌 수장들도 있다. 프로젝트 문의 김지훈 대표는 지난 7월, 모바일 RPG ‘림버스 컴퍼니’의 업데이트 방향을 알리기 위해 특별 방송을 진행했다. 해당 방송에서 김 대표는 ‘슈나쟝’이라는 이름의 아바타를 통해 이용자와 소통했다.

자극적인 귀여움을 선보인 김지훈 대표
자극적인 귀여움을 선보인 김지훈 대표

‘슈나쟝’은 과거 김지훈 대표가 별도로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에서 사용하던 버튜버 모델이다. 김 대표가 회사 내에서 기르고 있는 슈나이저인 ‘쟝’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로, 하얀색과 검은색이 공존하는 머리카락이 특징이다.

해당 캐릭터는 김 대표가 별도로 사용하고 있던 아바타였던 만큼 ‘림버스 컴퍼니’ 방송에 출연한 ‘슈나쟝’은 국내외 가릴 것 없이 큰 화제를 모았고, 하나의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아직도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 “우리 대표는 귀여워요”, “다음 방송에도 ‘슈나쟝’ 나올까?” 등의 글이 올라올 정도다.

'김맵희', 에버소울의 김철희 PD
'김맵희', 에버소울의 김철희 PD

에버소울의 개발사, 나인아크 김철희 PD도 각종 라이브 방송을 ‘김맵희’라는 버추얼 캐릭터로 진행한다. ‘김맵희’는 에버소울의 캐릭터인 ‘메피스토펠레스’의 구버전 모델링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로, 본래 버튜버 마케팅으로 사용하기 위해 제작했으나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김 PD가 직접 나서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로 ‘늙지 않는 15세 캐릭터’라고 주장하는 ‘김맵희’의 모습은 이용자에게 즐거움을 주기 충분했고, “김맵희 보려고 방송 본다”, “아낌없이 주는 김맵희” 등 매 방송마다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최근 각종 음악 패러디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김창섭 디렉터님의 사례도 있다. 해당 패러디 영상들은 하나의 밈(meme)이 되어 메이플스토리를 몰랐던 이용자들도 해당 게임의 디렉터는 알고 있을 정도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조금 더 과거로 들어가면 NC의 김택진 대표는 리니지 광고에 금발머리로 깜짝 등장해 이용자의 폭소를 유발하기도 했다. 그 사건을 기점으로 김택진 대표를 ‘택진이형’이라는 친숙한 호칭으로 부르는 이용자도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이용자는 대표나 디렉터 같은 높은 직위의 인물이 적극적으로 몸을 던지고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주면 친근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수많은 게임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용자에게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이미지를 심어주는 건 상당히 중요하다. 이러한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게임 업계의 마케팅 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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