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쳐 3가 벌써 10년, 지금 우리는 더 나은 게임을 하고 있나?
지난 2015년 출시된 '위쳐 3: 와일드 헌트'가 벌써 출시 10년을 맞이했다. CD프로젝트레드가 개발한 '위쳐 3: 와일드 헌트'는 RPG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2015년 각종 GOTY(올해의 게임)를 휩쓸면서 당연히 2015년 최고의 게임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전투만 빼고 거의 모든 부분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위쳐 3'는 주인공 게롤트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몰입감 높은 스토리를 선보였다. 특히, 이용자의 선택에 따른 다양한 결과가 큰 호응을 샀다. 작게는 이용자가 어떻게 플레이했느냐에 따라 퀘스트의 결과가 이용자들마다 달랐고, 크게는 게임 엔딩마저 변화할 정도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방대한 오픈월드는 이용자가 그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지역이 닐프가드, 벨렌, 스켈리게 등 서로 다른 분위기와 테마로 구성되었다. 지역마다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서브 퀘스트가 가득해 이용자들은 '위쳐 3'의 오픈월드를 누비면서 진짜 모험을 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출시 당시 빼어난 그래픽을 자랑했으며, 2022년 12월에는 차세대 업데이트를 진행해 그래픽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현세대 콘솔과 현대 PC 하드웨어의 강력한 성능으로 강화된 업데이트는 비주얼과 레이 트레이싱 지원, 콘솔에서의 빠른 로딩 속도, 성능 및 기술 상향 그리고 통합 모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어 더빙까지 지원해 엄청난 화제가 됐다.
그리고 '위쳐 3'가 출시된 2015년에는 다른 좋은 게임들도 시장에 다수 등장했다.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와 독창적인 세계관,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및 생존 요소가 결합된 게임 '폴아웃 4'가 대표적이다.
'폴아웃' 시리즈는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가 개발한 포스트아포칼립스 오픈월드 RPG다. 핵전쟁 이후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며, 황폐화된 환경과 잔존하는 문명의 잔재를 현실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게임의 메인 스토리와 서브 퀘스트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진행되며, 다양한 엔딩이 마련됐다. 이용자는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을 만들어갈 수 있다.
이 외에도 총기 조작감이 크게 향상되어 일반적인 FPS 게임에 가까워진 것도 강점이다. 전투 시에 VATS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도 원활한 전투가 가능해졌다. 또, 그래픽이 크게 개선되어 더 생동감 넘치는 플레이 환경을 제공했다. 여기에 동반자 시스템, 정착지 건설, 그리고 다양한 MOD 지원까지 제공해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현재도 인기가 많다.
2015년에는 '메탈 기어 솔리드 5: 팬텀 페인',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 '블러드본' 등 뛰어난 게임들도 대거 출시됐다. '메탈 기어' 시리즈는 코지마 히데오 디렉터의 작품으로, 스텔스 액션 장르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꼽힌다. 특히 5편 팬텀 페인은 오픈월드를 도입해 플레이어가 작전 수행 방식과 경로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도 폭스 엔진을 기반으로 뛰어난 그래픽과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을 제공했다.
2015년 엑스박스 원으로 먼저 출시된 크리스탈 다이나믹스의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는 툼레이더 리부트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전작보다 한층 더 발전한 그래픽 퀄리티를 선보였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유적지와 풍경을 자랑했으며, 영화 같은 연출도 더했다. 완전한 오픈월드는 아니지만, 맵 곳곳을 모험하고 탐험할 수 있어 툼레이더다운 재미가 더 강화됐다. 특히 우리나라 게이머를 위한 한국어 더빙까지 진행해 몰입도를 더욱 높인 것도 강점이다.
'블러드본'은 다크 소울 시리즈를 개발한 프롬 소프트웨어가 SCE 재팬 스튜디오와 함께 공동 개발한 액션 롤플레잉 게임으로, 플레이스테이션 4 전용 게임이다. 빅토리아 시대 스타일의 도시 야남을 배경으로 고딕 호러풍의 비주얼을 선보였다. 게임은 높은 난이도로 도전 의식을 자극하면서 회피와 공격 위주의 빠른 전투를 강조해 큰 사랑을 받았다. 살아남기 위해 수비보다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리게인 시스템이 게임의 독특한 강점이기도 하다.
오늘은 10년 전인 2015년 출시된 게임들을 살펴봤다. 이 게임들은 10년이 지난 2025년 지금 즐겨도 충분히 재미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사실 10년 전 게임을 지금 와서 꺼내 본 이유가 또 하나 있다. 10년이 흐른 2025년, 우리는 앞서 소개한 '위쳐 3'와 같은 게임보다 나은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다.
지난 10년간 게임이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쪽으로 무게가 기운다. '발더스 게이트 3' 정도를 제외하면 최근 등장한 RPG 장르의 게임들이 '위쳐 3'의 서사나 자유도에 한참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10년간 시스템적으로 더 발전했다고 느낄 만한 작품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발전했을 것으로 기대되는 그래픽 부분도 더 사실적인 묘사나 포토리얼리즘 추구에 치중한 실시간 광선 추적 기술(레이 트레이싱) 활용이 거의 전부다. RT를 사용하지 않는 기준으로 보면 10년 전 게임이나 지금 게임들이나 비주얼적 차이를 크게 느끼기 힘들다.
오늘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2015년 작품인 '배트맨: 아캄 나이트'나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 같은 작품들도 지금 플레이해 보면 전체적인 비주얼 완성도가 상당하다. 100GB를 훌쩍 넘는 요즘 게임들과 견줘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는 '옛날 게임과 요즘 게임의 그래픽 차이가 빛의 표현이 전부'라는 유머 이미지가 결코 거짓말이라고는 볼 수 없다.
물론 지난 10년간 게임을 플레이하는 디스플레이가 QHD나 4K 쪽으로 더 발전하는 등 플레이 환경에 변화가 이뤄지긴 했지만, 게임의 본질은 포토리얼리즘의 추구가 아닌 재미에 있다는 점을 개발자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나마 리얼리즘의 추구조차 최적화는 저 멀리 두고 그래픽 카드 성능에만 의존하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