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크리스마스에 데이트할 수 있어! FMV로
12월 25일 크리스마스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기독교에서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째서인지 ‘연인과 데이트하는 날’로 더 크게 인식되는 느낌이다.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거리 곳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데이트에 마음이 들뜬 사람이 많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연인이 없는 솔로에게 크리스마스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날이다. 혼자 집에서 조용히 보내겠다고 마음먹어도 막상 즐길 거리는 많지 않다. 다들 데이트를 즐기러 나가느라 평소 함께하던 온라인 게임에는 친구들이 접속하지 않고, 재미있는 글로 도배됐던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도 유난히 조용하다. 외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인터넷 방송을 켜보지만, 하필이면 크리스마스 기간에 BJ가 몸이 아파 방송을 쉰다고 하니 허탈함이 배가된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더라도 집 안에서, 마치 누군가와 데이트를 하는 듯한 기분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FMV(Full Motion Video) 게임들이 그 주인공이다. 크리스마스 시즌 내내 즐길 게임 여러 개를 구매하더라도, 크리스마스 기간 거품이 잔뜩 낀 데이트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참고로 이번 기사는 남성 독자를 위한 기사다. 아쉽게도 현재 시장에서는 여성향 FMV 게임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FMV 게임은 풀모션 비디오, 즉 실제 영상으로 제작된 게임을 의미한다. 그래픽 대신 실제 배우가 등장하는 실사 영상이나 사전에 제작된 영상이 재생되며, 여기에 간단한 조작과 선택지를 더해 게임이 진행되는 방식이다.

먼저 국내 작품이다. 게임 론칭 초기 공개 영상에서 ‘손가락 연출’ 이슈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해외 이용자들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은 스토리타코의 ‘하숙생이 전부 미녀입니다만?’이다.
이 작품은 하숙집 주인이 된 남자 주인공 ‘우유만’과 다섯 명의 미녀 하숙생이 함께 살아가며 벌어지는 동거와 연애 이야기를 그린 1인칭 실사 FMV 연애 시뮬레이션이다. 누적 판매량은 30만 장을 돌파했다.
게임에는 인터넷 방송 등으로 익숙한 인플루언서 고말숙, 박민정, 동그란, 고은비, 조승이 등이 히로인으로 등장한다. 20년 지기 동네 여사친, 주인공이 다니는 회사의 까다로운 직장 상사 등 히로인마다 성격과 설정이 확실해, 다양한 타입의 여주인공을 공략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후속작 ‘하숙생이 전부 미녀입니다만? 시즌2’도 출시됐다. 전작의 고말숙, 박민정, 동그란에 정유나, 양유정, 방규리가 새롭게 합류해 총 6명의 히로인과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시즌2는 한층 풍부해진 스토리 분기와 연출을 앞세워 출시 1주 차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5만 장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같은 배급사에서는 호텔에 취업한 주인공 ‘한빈’이 되어 고혹적이고 까칠한 네 명의 미녀와 시간을 보내는 작품인 ‘미녀온천: 오늘도 나를 괴롭히는 미녀님들’, 첫 출근부터 톱 유튜버와 상사들의 모델 촬영을 맡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쉿, 미녀는 촬영 중’ 등도 선보이고 있다.

남성 잡지 맥심의 미스 맥심 모델들이 대거 등장하는 스카이플러스의 ‘천년의 환생: 후궁의 저주’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이 게임은 전생에서 999명의 후궁을 두었지만 진정한 사랑을 주지 못했던 남성 주인공이, 사랑받지 못한 후궁들의 한(恨)을 풀어주기 위해 현대에 다시 태어난다는 설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한지나, 이연우, 연수, 박수민, 바비앙, E다연 등 6명의 미스 맥심 모델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 게임 주인공 하동훈은 대한민국 최고의 사진작가라는 설정을 갖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진정한 연애를 경험하지 못한 인물이다. 전생의 업보를 풀기 위해 다시 태어난 주인공과, 같은 시대에 환생한 후궁들이 현대를 배경으로 인연을 이어간다.
각 캐릭터는 저마다의 사연과 성격, 풀리지 않은 한을 지니고 있으며, 선택지에 따라 관계와 스토리 흐름이 달라진다. 다양한 엔딩과 도전 과제, 캐릭터 프로필 감상 요소도 마련돼 있다.

아울러 천 년 전 바란국의 세 후궁이 현대에 등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천년의 환생: 세 개의 달’도 최근 출시돼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후궁의 저주’는 스토브에서, ‘세 개의 달’은 스토브와 스팀에서 판매 중이다.
FMV 게임의 부흥기를 다시 이끈 중화권 개발사들의 작품도 빼놓을 수 없다. ‘제발~ 내 공부를 방해하지 마’와 ‘젠장! 미녀들한테 포위당했어!’는 거대한 땅덩이를 가진 중국 미녀들의 매력을 전면에 내세운 대표작이다.

‘제발~ 내 공부를 방해하지 마’는 우연한 사고로 여자 대학교의 유일한 남학생이 된 주인공이, 6명의 미녀 사이에서 연애와 학업을 병행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지적이고 매혹적인 학교 의사 ‘오양’, 솔직한 성격의 여후배 ‘소소’ 등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다수의 루트와 엔딩을 갖춰 볼륨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다만 번역 퀄리티가 아쉽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게임은 스팀에서 판매 중이다.
최근에는 주요 인물이 그대로 등장하는 신작 ‘美女,请别影响我成仙’도 출시됐다. 정식 한글 제목은 아직 없으며, 국내에서는 ‘제발~ 내가 신선이 되는 걸 방해하지 마!’ 정도로 불리고 있다. 전작보다 한층 발전한 게임성이 강점으로, 스팀에서 만날 수 있다.

‘젠장! 미녀들한테 포위당했어!’는 성격과 스타일이 서로 다른 6명의 미녀와의 연애를 옴니버스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창업 실패로 빚더미에 오른 평범한 청년 ‘고의’가 새로운 삶을 위해 대도시로 올라오며 다양한 사연의 미녀들을 만나게 된다.
소꿉친구 심혜정, 싱글맘 임낙청 등 각기 다른 배경의 히로인들이 등장하며, 100개 이상의 분기와 다양한 엔딩을 갖췄다. 스팀은 물론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등에서도 판매 중이다.

일본과 대만이 협력해 제작한 게임인 ‘이세계에서 돌아온 나는 사랑을 놓쳤다’라는 작품도 빼놓으면 아쉽다. 왜 유명한지는 절대 모르겠지만, 일본의 여배우인 카와키타 아야카, 우에하라 아이, 미하마 유이 등이 등장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주인공은 이세계에서 마왕을 쓰러뜨린 최강 마법사였지만, 사고로 지구로 귀환해 평범한 삶을 시작하게 된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회사에 취직하고, 그 회사에서 전 여친이자 옛 동급생, 전 이세계의 악마 여왕까지 포함된 다섯 여성을 다시 만나며 일상과 로맨스를 겪게 된다. 게임은 도쿄에서 촬영된 영상미가 강점이며, 다섯 히로인을 모두 공략할 수 있다는 점과 마법을 이용한 연출, 팬서비스 등 코믹한 연출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러브 스타 어게인’이라는 일본 WWWave 코퍼레이션의 작품도 있다. 주인공이 취업에 실패하고 블랙기업에 다니다가 과로로 쓰러진 뒤 대학 2학년 시절로 돌아간 타임 슬립 형태의 작품이다. 게임에는 소꿉친구, 동아리 후배, 선배 누나, 알바 동료 등 다양한 타입의 히로인 6명이 등장한다. 이용자들의 평가가 좋은 편이지만, 아쉽게도 한국어 번역이 없어 즐기기 쉽지 않은 것이 단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