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PC

문명이 신화를 만났을 때..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이하 AoM)를 제작한 앙상블 스튜디오의 전작,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는 분명 재미는 있는 게임이었다. 굳이 해외에서의 흥행 성적표를 꺼내 보여주지 않아도 이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 필자의 이 말에 이견을 달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는 지루하고 딱딱한 게임이었다. 개인 취향에 따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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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일수도 있겠지만, 세계 유수의 문명에 관한 것들을 소재로 삼은 그 게임을 하면서 필자는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꼭 재미있는 세계사 수업을 받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무리 재미있다한들 수업은 수업일 뿐이지 그 이상이 될 순 없는 것이기에 필자는 50분 이상 그 게임을 붙잡고 있기가 힘들었고, 결국 나중에 가선 매일같이 진행되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수업에서 도중하차하고 말았었다. 전작에 대한 그런 기억 때문에 사실 필자는 AoM에 대해 일종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같은 에이지 오브 ~ 란 이름을 달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게임이 뭔가 지루하고 딱딱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막상 직접 게임을 해본 결과, 같은 에이지 시리즈긴 해도 이번 AoM은 이전 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었다. 분명 그래픽이나 시스템 같은 부분은 전작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여전히 수업을 받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문명이란 요소에 신화를 가미시킨 덕분에 이번 AoM 수업은 전작과는 비교하기조차 미안해질 정도로 훨씬 재미있어졌고, 몇 시간씩 릴레이로 수업이 진행 되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신화란 것은 하나의 학문이자 그 자체로 오래된 판타지이기도 하니 수업이 재미있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문명과 신화란 요소를 이렇게까지 적절하게 동침(?)시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 만큼 본격적인 리뷰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제작사 앙상블 스튜디오에 박수를 보내련다. 짝짝짝~!! ****

멋진 그래픽
AoM 그래픽의 진수는 뭐니뭐니 해도 배경 그래픽에서 찾을 수 있다. 드넓은 평원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원, 그리고 용암이 흐르는 지하세계와 태양이 내리 쬐는 사막의 풍경까지. 게임 내 등장하는 다양한 세계를 작은 부분까지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는 AoM의 배경 그래픽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이 세계에 내가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실사 동영상을 방불케 하는 파도의 표현과 바다 속 조개껍질까지도 표현해 놓은 세밀함 앞에선 정말 감탄하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그런 만큼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 3는 배경 그래픽 면에선 AoM 앞에 확실히 무릎을 꿇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유닛 그래픽 면에선 워크래프트 3의 손을 들어주는 수밖에 없겠다. 이건 그래픽 퀄리티의 문제가 아니라 비율의 문제인데, AoM은 건물과 유닛의 비율을 현실적으로 맞췄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등장하는 유닛들이 굉장히 작다. 물론 신화 유닛은 대다수가 괴물류(?)이기 때문에 크기가 대체적으로 크고, 걔 중에는 건물 한 채만한 크기의 유닛도 있기 때문에 예외이지만, 인간 유닛의 경우는 너무 작아서 한데 뭉쳐 놓으면 대체 뭐가 어떤 유닛인지 잘 구별도 안 될 지경이다. 유닛의 개성을 살린답시고 비율을 무시한 채 유닛 크기를 설정하는 것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니 어느 쪽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데 뭉쳐놓으면 잘 구별도 안 된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 외에는 그래픽 부분에서 별 다른 문제점을 찾을 수 없었지만, 동영상이 오프닝 1개뿐이라는 건 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심지어 엔딩 동영상도 없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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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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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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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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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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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표현이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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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꿈 속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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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싱글 플레이
AoM의 싱글 플레이는 무조건 적진을 때려부수면 끝나는 식의 재미없고 지루한 미션은 최대한 배제하고, 돼지로 변한 아군을 구출하거나 트로이 목마를 사용해 적진에 침투하는 등의 다양한 미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하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연관성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각 문명의 신화를 하나로 이어 재구성한 스토리 역시도 빠지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역시 싱글 플레이 면에서도 워크래프트 3의 손을 들어주는 수밖에 없겠다. 아무래도 신화보다는 판타지 냄새가 물씬 풍기는 워크래프트 3의 스토리를 좋아할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AoM의 스토리는 게임 내에 아무리 많은 설명이 나온다 해도 신화에 대해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만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워크래프트 3에 비해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긴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AoM의 싱글 플레이가 워크래프트 3보다 좀 못 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 평가에 지나지 않으니 이것만 보고 AoM의 싱글 플레이는 별로 재미없데~ 하진 말기 바란다. 절대 평가로 따지면 AoM은 분명 최상위권에 속할 수 있을 정도로 싱글 플레이가 잘 만들어져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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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유명한 트로이 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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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신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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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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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전략만이 살 길
AoM에서 중요한 건 첫 째도 전략, 둘 째도 전략, 셋 째도 전략이다. 게임 구조 자체가 전략 없이는 도저히 이길 수 없게끔 짜여져 있기 때문에 오로지 전략만이 살길이다. AoM에서 플레이어는 게임 시작 시부터 어떤 신을 주신으로 섬길 것인지 정해야만 하는데, 이게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어떤 신을 주신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신의 힘이 달라지는 데다, 시대를 발전시킬 때마다 선택하게 되는 하위 신의 종류와 플레이어에게 돌아오는 혜택까지도 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 종족을 선택한 후 주신으로 제우스를 선택하면 신의 힘으로 벼락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보병과 영웅 유닛이 타 신 선택 시보다 상대적으로 강해지게 된다. 하지만 주신으로 제우스를 선택하면 신화 시대로 발전시킬 때 하위 신으로 아르테미스를 선택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아르테미스 신의 힘 지진은 사용할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주신 선택에 따라 게임의 전반적인 사항이 달라지기 때문에 게임을 시작하기 전부터 어떤 신을 주신으로 선택하고, 어떤 유닛을 주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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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할 것인지, 또 시대를 발전시킬 땐 어떤 신을 하위 신으로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전략 없이는 게임에서 질 수밖에 없다. 확실한 전략 없이 게임에 임했다간 보병과 영웅 유닛에게 혜택을 주는 제우스를 주신으로 선택해 놓고는 기병 유닛을 양성하는 것과 같은 어리버리한 짓을 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부끄럽지만 필자가 그랬다...-_-;)
AoM에는 절대적인 유닛이 없다는 것도 확실한 전략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보병 유닛은 궁사 유닛에게 약하고, 궁사 유닛은 기병 유닛에게 약하고, 기병 유닛은 보병 유닛에게 약한 식으로 등장하는 모든 유닛이 한 가지씩은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AoM에선 한 가지 유닛만 뽑아서는 절대로 이길 수가 없다. 반드시 궁사 유닛을 뽑았으면 궁사 유닛에게 강한 상대의 기병 유닛을 막아줄 보병 유닛도 뽑는 식으로 각 유닛의 약점을 보완해 줄 유닛도 함께 뽑아줘야만 한다. 그렇게 AoM에선 필히 두 종류 이상의 유닛을 뽑아야만 하기 때문에 부대 진형의 중요성도 상대적으로 크다. 상대가 기병에게 강한 보병 유닛을 앞세워 공격해 오는데, 자신은 기병 유닛을 전면에 세워버리면 금방 뚫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AoM은 게임 구조 자체가 전략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게끔 짜여져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좋든 싫든 확실한 전략을 세워야만 한다. 귀찮기야 하겠지만, 확실한 전략을 세우고 게임에 임하기만 한다면 AoM은 지금까지의 RTS 게임에선 느껴보기 힘들었던 유닛 운용의 재미를 선사해준다. 다양한 병과의 유닛을 어떤 식으로 배치하고, 어떤 식으로 운용해 적을 물리칠 것인지에 대한 것 말이다. 그 덕에 플레이어는 자신이 실제 전쟁터의 지휘관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전략을 세우기 위해선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AoM의 이런 방식이 아무런 전략을 세우지 않았어도 한 가지 유닛만 왕창 뽑아 쳐들어가면 이길 수 있는 여타 RTS 게임보단 족히 수백 배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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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유닛 히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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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형을 잘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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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전이다.. 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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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략을 추구한 대가는 컸다.
그런 실제와 같은 전략을 추구한 대가로 AoM은 확실한 끝맺음을 할 수 있는, 그렇기에 매력적인 반 무적 유닛을 버려야만 했다. 모든 유닛이 약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한 유닛만 이렇다 할 약점 없이 강하다면 밸런스가 무너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AoM에 등장하는 유닛들은 그 어떤 유닛도 절대적으로 강하지 않고, 매력적이지도 않다. 끽해야 영웅 유닛과 신화 유닛 정도를 강하다고 꼽아줄 수 있지만, 둘 다 일반 유닛과 마찬가지로 한 가지씩의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가 카운터 유닛을 몰고 와버리면 신화 유닛과 영웅 유닛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맥없이 무너져 내려 플레이어를 허무하게 만든다. 그나마 신화 유닛이야 겉모습이라도 멋지니 어느 정도 위안이 된다지만, 영웅 유닛은 별로 강하지도 않은 주제에 대다수가 인간 유닛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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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너무 작아 뭉쳐 놓으면 잘 구별도 안돼서 문제가 신화 유닛보다 더욱 심각하다. 등장하는 모든 유닛들이 이렇다 할 기술이나 마법을 사용하지 못 한다는 것도 문제다. AoM에 신화란 요소가 추가되어 있다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문명이란 바탕에 덧칠된 수준이기 때문에 AoM에 등장하는 일반 유닛들 중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유닛은 모든 종족을 통틀어 단 한 개도 없다. 신화 유닛과 영웅 유닛 정도만 기술과 마법을 사용하지만 걔 중에는 기술을 아예 가지고 있지 않은 유닛들도 허다하고, 설령 기술을 쓸 수 있다손 치더라도 전부 다 자동으로 지들끼리 알아서 쿵짝쿵짝 써대는 방식이라 플레이어가 직접 기술을 사용하면서 느낄 수 있는 이른 바 손맛이란 건 AoM에서 느껴볼 수가 없다. 또한 그 기술들이 어째 영웅 유닛과 신화 유닛이 사용할 기술치고는 그리 만족스럽지가 않다. 분명 그리스의 신화 유닛 메두사가 사용하는 석화 마법같이 만족스러운 것도 몇 있지만, 대다수는 솔직히 구리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다.
이런 것을 잃은 대신 AoM은 실제와 같은 확실한 전략이라는 큰 장점 한 가지를 거머쥐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본전일 수도 있겠다. 사람에 따라선 필자가 방금 말한 단점들을 오히려 장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니 어떻게 보면 이익 본 것일 수도 있겠고 말이다. 하지만 AoM을 하면서 워크래프트 3의 타우렌이나 그리폰 같은 강력하고 매력적인 유닛이 그리워졌던 건 정녕 필자뿐이었던 것일까. 홀로 적진을 휘젓고 다니는 실로 영웅다운 영웅 유닛이 등장하는 워크래프트 3가 갑자기 하고 싶어졌던 건 정녕 필자뿐이었던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로다...-_-

무난한 인터페이스
딱히 꼬집을만한 것이 없다. 이제껏 발매된 RTS 게임의 인터페이스에 비해 딱히 편한 것도, 그렇다고 불편한 것도 없었다. RTS 붐이 일어난 후부터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되어 오면서 이제는 정석처럼 자리잡아버린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나 할까. 한 가지 좀 헷갈리게 했던 점이라면 어떤 한 유닛을 한 건물에서만 뽑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건물에서도 뽑을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예를 들면 영웅 유닛은 마을 회관에서도 뽑을 수 있고, 신전에서도 뽑을 수 있는 식으로 여러 건물에서 뽑을 수가 있어서 다소 헷갈리는 측면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플레이어를 위한 배려라고 볼 수도 있으니 이건 문제점이라고 하긴 좀 그렇겠다. 그러니.... 그냥 넘어가자. -_-;

고집스러운 개발사에 찬사를 보낸다
어떤 한가지만을 고집한다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앙상블 스튜디오는 그렇게 했다. 세상 사람들이 뭐라 하든,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가 대박을 터뜨리든 말든 그들은 자신들의 스타일만을 고집해 나갔고, 결국엔 블리자드, 웨스트우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3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명가로 거듭났다.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가 대박을 터뜨렸을 때, 쓰레기 아류작만을 양산해냈던 우리나라 개발사들의 예전 모습과는 참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렇기에 AoM의 가치가 더욱 더 빛을 발하는 것이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가 발매되고 몇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들의 장인 정신이 아직 꺾이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블리자드의 RTS 게임이 주름을 잡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과연 AoM이 흥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설령 쫄딱 망한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명작의 가치는 흥행 여부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그럼 이쯤에서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앙상블 스튜디오와 같이 고집을 피울 줄 아는 개발사가 나오길 빌어보며 긴 리뷰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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