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괴물의 공포를 액션으로 승화한다!!
3D 액션게임의 춘추전국시대
90년대말은 3D카드의 보급으로 인해 FPS (First Person Shooting) 즉 일인칭 슈팅 게임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무난하다. 퀘이크 시리즈와 함께, 언리얼, 그리고 혜성처럼 나타난 하프라이프, 그외에도 마구 쏘는데 환멸을 느낀 레인보우 6 등 갖가지 게임
등이 난무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또다시 같은 장르의 게임을 내놓는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픽도 상당한 신경을
써야 하고, 게다가 3D를 지원하지는 않더라도 적절한 음향 효과도 사용해야 하고, 또한 전체적인 시나리오를 통한 연출력도 필요하고, 게다가
네트웍 플레이 지원도 세심하게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니까.
영화를 바탕으로?
그럼. 잠깐, 얘기를 다른 데로 돌려보자. 영화를 좋아하는가? 그럼, '에일리언'을 봤는가? 혹은 '프레데터'는?밀폐된
공간 속에서의 외계 생명체와 함께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인 '에일리언', 그리고, 인간의 해골을 수집하는 엽기적인 외계인 '프레데터'. 영화를
보면서 약한 인간들이 되어보기도 하고, 혹은 에일리언이나 프레데터가 되는 것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되고 싶은가 그렇게? 그럼 그렇게 되어
보자. 어떻게 되냐고? 게임으로 되면 되지. 당신의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 줄 게임이 있으니 이름하여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스타크래프트냐?
이 게임은 얼핏 요즘 나온 3D 액션 게임에 비해 특별히 뭔가 나은 구석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마린, 에일리언, 프레데터. 이렇게
세가지 종족(?)을 선택해서 게임의 진행이 가능하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저그, 프로토스 같이... 물론 세가지 캐릭터 모두 상당한
개성을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플레이할 때마다 새로움을 느낄 수가 있다.
무언가 있는 듯한 시작...
게임을 설치하고 실행하면, 무언가 수상한(?) 분위기의 동영상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영화와도 같이 섬세한 동영상은 순간 새로운
시리즈를 보는 듯한 전율에 젖게 한다. 보초를서고
있던 마린의 뒤로 스텔스 하여 접근해, 숄더캐논으로 요리하는 프레데터. 그리고, 마린의 부산한 움직임 가운데 우주선 내의 어느 구석진 곳에서
유충에서 변태하는 에일리언... 이것이 바로 게임의 미션 오프닝이다. 그 후 게임 진행에 들어가는 독특한 로딩을 볼 수가 있다. 로딩을
알리는 바(Bar)가 바로 그것이다. 붉은 색의 바 색깔이 점점 녹색으로 채워지면 전체가 가운데로 사그러들고 이어서 아무키나 누르면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것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제작사. 우리도 좀 그래보자.
뛰어난 그래픽
게임에 들어서게 되면 그래픽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픽 엔진이 퀘이크 엔진인지 언리얼 엔진인지 공식발표가 안되어서
모르지만, 퀘이크 정도의 상당한 수준급의 그래픽을 보여준다. 하긴 요즘 3D 액션 게임에서의 그래픽 자체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의
그래픽은 이제 아무 것도 아닐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게임의 분위기는 어둡고 침침하다. 마린의 경우 맨눈으로는 너무 어두워서 조명탄을
터뜨리며 다녀야 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리고 잔인한 장면도 꽤 나오는 편이다. 조각난 시체가 바들바들 떨면서 피를 뚝뚝 흘리고... 시체가
조각나는 것은 이미 많은 게임에서 다 나왔고 그것과 비교해서 그리 정도가 심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등급에서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아릿한 비명소리..
이러한 그래픽과 함께 음산한 사운드 효과도 게임의 분위기를 한층 살려낸다. 음산하게 울리는 사운드 트랙과 음침하고 어두운 배경, 순간
어디서 나타나 공격 당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 뚜벅뚜벅 걷는 발소리와 아련히 들려오는 레이더의 소리, 그리고 갑자기 울려 퍼지는 비명.
이러한 비명 효과(?)와 주위의 소리, 특히 모든 캐릭터들이 각각 공격을 받았을 때 내는 소리를 들으면 갑자기 뒷덜미가 싸늘해진다.
마린은....
이 게임이 다른 액션과 가장 많은 차이점을 보인 것은 바로 캐릭터의 선택에 따라 게임 진행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마린을
선택했을 때, 일단 시작은 우주의 기지같은
곳에서 시작한다. 브리핑을 받고 게임을 시작한다. 에일리언이나 프레데터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캐릭터이다. 스타크래프트에서도 마린이 저그나
프로토스 병사보다 좀 약하잖은가. 오, 약한 인간들이여.. 하지만, 우리의 마린은 이러한 것을 무기의 다양성으로 극복한다. 하지만, 이것이
싱글플레이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고, 멀티플레이에서 가능하다. 게다가 각종 무기를 다 가지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빼서 쓰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처음 선택한 하나의 무기만 가질 수가 있다. 대신 탄약은 무제한. 이외에도 모션 트랙커를 사용하여 180도를 다 살펴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재빠른 에일리언...
에일리언의 경우에는 재빠르게 움직이고 이동의 제한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즉,
천장이나
벽 혹은 작은 환기통으로의 이동도 가능하다. 마치 영화처럼. 하지만, 워낙 빨리 움직여 오히려 컨트롤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게다가
마구잡이로 움직여 방향 감각을 잃을 수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에일리언의 무기는 날카로운 꼬리와 손톱, 그리고, 영화에서도 본 입속의
입(?). 접근전에서 상당한 위력을 자랑한다. 특이한 것은 체력을 회복하는 방법인데 , 죽은 시체에서 입속의 입을 이용하여 적의 머리를 먹는
법으로 체력을 회복한다.
최강 프로토스 아니 프레데터
프레데터의 특징이라면 강한 체력과 함께, 다양한 무기도 공급된다. 그리고 영화처럼 자신의
몸을 숨기는 클로킹 기능도 있다. 솔직히 이 기능은 멀티플레이시 별 도움은 안된다. 마린이나 에일리언이 이 기능을 탐색할 수 있는 모드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레데터는 적 종족에 따라 시야 모드를 바꾸면 자동 조준이 가능하다. 이걸 이용한다면 좀더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것도 나오는데, 날카로운 CD와 체력 회복시 자기 팔에 꽂아 놓는 것이 그것이다.
좀 어려운 난이도.
난이도는 좀 어려운 수준이다. 특히 마린으로 하면, 최하 난이도로 플레이해도 어렵다. 역시 약한 인간들. 게다가 게임의 목적이 무조건
적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탈출이나 적들의 제거' 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프레데터 미션은 프레데터가 워낙 좋은 캐릭터여서 어찌어찌
하지만, 역시 인간 미션은... 이렇게 따져보면 알겠지만, 멀티플레이에서도 마린은 왕따 경향이 짙다. 에일리언이나 프레데터로 플레이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굳이 전략 시뮬레이션에 비유하자면, 종족간의 밸런스가 안 맞는다고 해야하나..
왜 우리 나라에서는 비운의 명작인가..
지금은 다양한 FPS 게임이 등장해서 웬만해서는 살아남기가 힘들다. 하지만,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는 상당히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캐릭터의 선택도 그렇고 그에 따른 개성 표현도 잘했다. 게다가 영화를 원작으로 해서 그런지 친숙하다. 단순히 인간으로 플레이하면서
외계 생명체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악한 외계 생명체가 되어 인간들을 사냥(?)할 수도 있다. 그리고, 게임내 특별한 연출 없이도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플레이. 이러한 것들이 장점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우리 나라에서 흥행에 실패했다는 것. 폭스 인터렉티브가 우리
나라에 좀 더 신경썼더라면 퀘이크나 하프라이프 같은 명성을 얻었을 법도 한데. 홍보부족으로 빛을 못 본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