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가 되고 싶은 게이머를 위한 선택

#PC

게임이 아니다...
챔피언쉽 매니저 2002 (이하 CM)은 축구를 소재로 하고 있는 스포츠 게임이지만 지금까지 나왔던 다른 축구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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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다른 축구 게임들 (피파, 위닝 시리즈 등등)이 가장 큰 자랑으로 여기는 화려한 그래픽, 사실적인 게임 플레이, 사실감 넘치는 해설 등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고 게임을 즐기는 내내 배경음 하나 없이 텍스트와 씨름을 벌여야 하는, 어떻게 보면 게임이라 부르기에도 어색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게임이라고 부르기에도 뭐할 것 같은 게임이 나올 때마다 유럽 차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전세계의 프로리그와 아마추어 리그까지 모두 포함한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실제로 구단 경영을 하는 느낌을 주는 가상 매니지먼트 게임이라는데 있다.

방대한 데이타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바로 방대한 데이터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각 국가의 프로 1부 리그뿐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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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라 2부, 3부 리그 데이터를 모두 포함하고 있고 우리나라처럼 달랑 프로리그 1부만 있는 나라는 아마추어 리그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어 전 세계에서 축구에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름이 이 게임의 데이터베이스에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을 진행하다 세이브를 해보면 알겠지만 가장 자세한 데이터를 사용했을 때 세이브 파일이 100MB 다.) 하지만 놀라움은 등장하는 사람들의 능력치를 보면 더욱 커지게 된다. 다른 게임에서야 축구 선수 이외에 감독, 코치, 스카우터, 팀탁터 같은 사람들은 아예 나오지 않았으니 비교 자체를 할 수 없어 제외를 시킨다고 해도 표현되는 선수 능력치만으로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 (축구게임을 대표하고 있는 피파에서도 지원하는 능력치가 총 열 개도 안되는데, CM에서는 총 31개나 되는 세분화된 능력치를 제공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렇게 세분화된 능력치 덕에 그렇게 많은 선수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능력치가 같은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사실적인 게임 진행
지금까지는 CM처럼 본격적인 구단 경영을 소재로 한 게임이 없었으니 직접적인 비교를 하는 것이 힘들지만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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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들의 몸값 개념이 표현된 하이히트 시리즈와 비교를 하자면 CM은 선수들의 의사가 직접적으로 표현되었다는 사실이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하이히트에서는 어떤 선수든 간에 몸값만 맞다면 무조건 데려와서 써먹을 수가 있었다. (트레이드의 노하우를 깨우치면 팀을 올스타팀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CM을 보면 구단의 경영상태, 리그의 수준, 선수들의 목표에 따라 트레이드가 결정되기 때문에 유명한 선수를 모두 데려오는 것이 불가능하다. 필자의 경우 국내 K 리그에서 포항으로 진행을 했는데 월드컵의 기분을 살리기 위해 태극전사를 모두 스카웃하려고 발버둥쳤으나 구단의 보유 자금이 너무 적어서 다 데려오는 것이 불가능했다. 때문에 3명 정도의 태극전사들로 만족하고 게임을 진행했는데 월드컵이 지나고 나니 데려온 선수들조차 해외리그로 나가겠다며 발버둥치더니 컨디션 저하, 성적 부진의 순으로 진행되다가 나중에는 재계약도 거부하고 바로 해외리그로 도망을 가고 말았다. 국내 선수도 이 정도이니 외국의 유명한 선수를 데려오는 것은 더욱 더 힘들다. 이번 월드컵에서야 엄청난 계약금을 주고 히딩크 감독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영입해서 월드컵 4강이라는 큰 효과를 봤지만 게임에서는 국내 구단의 운영자금으로는 외국의 유명한 스타플레이어들과 코치진을 영입할 돈도 안될뿐더러 돈을 준다고 해도 K-리그의 한심한 수준 때문에 눈 하나 깜짝 안한다. (K-리그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된다니....)

축구 전문가로 만들어준다.
CM에서 경기는 게이머가 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인공지능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게이머는 감독의 입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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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경기를 진행하게 된다. 때문에 경기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게이머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게이머가 할 일은 먼저 4-4-2, 3-5-2 시스템 같은 기본 진형을 설정한 다음, 공격시 선수들의 움직임, 수비시 선수들의 움직임 같은 것을 모두 지정해 줘야 하고, 경기전날 선수들의 컨디션 점검, 경고 누적같은 것을 모두 파악한 다음 백업요원을 충분히 대기시켜 경기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다. 그때부터는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당일 컨디션을 보고 타이밍을 맞추어 교체를 해야 하고, 상대편 전술의 변화에 따른 우리편의 전술 변화도 지시해야 한다. 말만 들어도 상당히 머리가 아파오게 되는데 사실 이런 부분이 없다면 CM을 왜 하겠는가... 지고 있을 때는 '이런 밥팅들. 차라리 내가 뛰고 말지' 라는 감독들의 이야기에 공감을 할 수 있지만, 게이머의 설정이 잘 맞아 떨어져 이기고 있을 때에는 어떤 게임에서도 느낄 수 없는 희열감을 주는 것이 CM이 주는 마약과도 같은 재미인 것이다. (감독 X는 개도 안먹는다는 얘기가 정말 가슴에 와 닿는다.)

경기 외에도 신경쓸 일이 많다.
TV에서 감독들을 보면 항상 선수들에게 불호령하는 멋진 모습만 보이지만 실제로는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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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래 신경쓸 일이 대단히 많다는 것을 알 게 된다. 구단주가 감독에게 바라는 최선의 성적은 리그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단의 운영자금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실력있는 선수들을 모두 스카웃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팀에서 유명한 선수들의 관리뿐만 아니라 하부 리그에서 유망한 선수들을 발굴해야 한다. 또한 언론에서 나오는 추측기사들을 일일이 체크해서 반응을 보여야 하고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는 구단주들을 어르고 달래야 하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건지 실제로 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건지 착각이 들만큼 사실감이 넘친다.

그래픽과 사운드
사실 필자가 처음 CM을 봤을 때 '뭐 이런 게임이 다 있어' 라고 한참 고민했다. 스포츠 게임이 필수적으로 갖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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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야 할 화려한 그래픽, 실감나는 선수들의 동작, 현장감 넘치는 해설 등은 전혀 보이지 않고 단순 텍스트만 가득 차있는 게임화면에 (그래픽이라고는 선수들의 사진이 전부다.) 경기는 '이동국 선수 슛, 저게 패스인가요 슛인가요..' 라는 단순 텍스트의 나열, 배경음이라고는 경기 중에 나오는 관중들의 개성없는 환호성뿐이니 이걸 어떻게 리뷰를 써야 하나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하지만 리뷰를 쓰기 위해 몇 시간 게임을 즐긴 결과 이런 생각은 저 멀리 하늘로 날아가고 말았다. 옆에서 보는 사람들이야 '이런 것도 게임이라고 하고 있냐' 라고 생각하겠지만 한번만 게임을 해보라.. '그래픽, 사운드 그런거 없어도 상관없어' 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챔피언쉽 매니저 2002 K-리그의 단점
위에서 계속 칭찬만 했기 때문에 리뷰가 아니라 제품 설명이 되어 버렸으니 이제부터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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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록 한다. 사실 이건 챔피언쉽 매니저 2002 의 단점이 아니라 한글판 K-리그의 단점이다. 먼저 한글화가 정말 실망스러울 정도이다. 언론 기사의 문맥상 어색한 점이야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더라도 감독을 새로 만들 때 한글이름을 써넣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상당히 불만족스럽다. 분명 플레이어를 새로 생성할 때 한국의 국적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왜 한글 이름 표기가 불가능한건지... (나는 Kim nam kyu 보다는 김남규로 표기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선수들의 이름도 제각각이다. K-리그를 대상으로 했을 경우에는 모든 사람들의 이름이 정상적으로 한글로 나오지만 전 리그를 통틀어서 선수 찾기를 할 때면 한글로 표기되어 있는 사람, 영문으로 표기되어 있는 사람 제각각이니 개발사가 제공하는 패치가 아니라 무슨 민간인이 만든 한글 패치를 깐 듯한 느낌이 든다. 게다가 원작과는 다르게 게임 도중에 튕기는 현상이나 게임 진행 속도가 눈에 띄게 느린 점 등의 문제점은 차라리 CM 원작을 다시 즐기는 것이 더 즐겁겠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학생 플레이 금지...
CM은 우리나라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게임이지만 유럽 쪽에서는 항상 순위권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이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해외토픽에서 이 게임이 이혼사유가 되고, 학생들이 이 게임 하느라 학교를 안간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을 정도니 얼마나 인기가 있는 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의 인기와는 관계없이 국내에서는 매니아적인 게임 성격과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이 적응하기 힘들다는 점, 그리고 한글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소수의 매니아만이 즐기는 게임으로 인식되어 왔었다. 그렇지만 이제 어설프게나마 한글화가 되어 나왔으니 (상당히 불만족스럽기는 하지만...) CM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는 매니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만 대학을 가길 원하는 학생들이라면 바로 봉인하고 게임을 인스톨 할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한번 맛들이면 학업이 불가능하게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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