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플레잉과 연애 시뮬레이션의 만남

오랜만이다.
예전부터 RTS와 RPG장르를 즐겨하던 필자가 액션에 푹 빠지면서 외면하게 된 RPG. 악튜러스와 창세기전3 Part 2 이후로 특별히 필자에게 흥미를 느끼게 하는 RPG 게임이 없었던 터라 필자에게 RPG라는 장르는 점점 멀어지는 장르 중 하나였다. 이런 와중에 뜬금없이 리뷰를 맞게 된 RPG 게임. 그것도 미소년, 미소녀들의 등장과 2D의 아기자기한 그래픽을 지닌 일본풍의 RPG게임은 파랜드 택틱스 이후에 처음 접해보는데... 정말 오랜만이다. 감회가 새롭다. 마치 오래전 게임을 다시 들춰보는 것처럼 말이다.
필자가 에버윈드 판타지를 플레이하기전 처음 느낀 감정들은 이런 것들이었다.

아기자기한 2D그래픽
요즘 대세에 따라 출시되는 게임들의 90% 이상은 대게 화려한 3D그래픽을 주무기로 들고 나온다. 하지만 이 게임은 3D가 아닌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2D그래픽을 무기로 내세운다. 물론 이 게임만 놓고 보자면 3D 보다도 2D가 더 잘 어울린다. 해상도가 낮은데다 조절할 수가 없어서 좀 지저분하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느낌이 들지만 미소년, 미소녀 캐릭터들의 표현에서나, 밝은 게임 속 분위기에서나 중후하고 무거운 느낌이 드는 3D그래픽보다는 가벼운 2D그래픽이 더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만약 눈이 얼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소녀들이 3D로 제작된다면..상상도 하기 싫다--; 특히 필자같이 눈큰 여자만 보면 쓰러지는 남자들은--;;;)필자의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귀엽고 아기자기한 이 게임의 그래픽이 마음에 든다. 다만, 캐릭터의 일러스트와 CG컷들이 파랜드 택틱스 특유의 그래픽과 너무 비슷한 것 같아서 좀 아쉬운 느낌도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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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얼마전 모 게임웹진에서 에버윈드 판타지 리뷰를 잠깐 보게되었다. 액션, 연애, 그리고 육성의 세 마리의 토끼를 잡은 게임이라고 표현하였는데, 필자의 생각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확실히 겉으로만 보면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실상 파고 들어가보면 연애적인 요소도 상당히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전투에서 느껴지는 액션도 팔콤의 이스시리즈와 매우 비슷해 보이고 육성의 자유도 따윈 전혀 없다. 지금부터 조목조목 따져보도록 하자.

액션, 전략이 없는 밋밋한 전투
에버윈드 판타지의 전투는 실시간으로 필드에서 이루어진다. 즉, 팔콤의 이스와 같은 방식이라고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투의 재미는 같은 방식이어도 완전히 다르다. 이스시리즈, 그중에서도 이스2 이터널은 단순한 몸통박치기식 전투이긴 하지만, 정면 박치기와 옆으로 스치는 박치기, 그리고 대각선으로 박치기하는 방법이 있어서 그나마 전략적으로 전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피격사운드가 좋은 편이어서 전투가 단순하지만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에버윈드 판타지는 그렇지 않다. 에버윈드 판타지의 전투는 이스시리즈와 같은 전투시스템을 택하긴 했지만 피격사운드가 밋밋해서 전투의 액션성이 다소 떨어지고, 전략적인 전투자체가 불가능하다. 일단 첫 번째로 적들의 속성에 따라서 다른 공격을 해야 하는데, 이건 전략적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공식같아 보인다. 적들의 속성은 파이어 속성과 워터 속성 2가지뿐인데, 어느 게임에서나 파이어와 워터는 서로 극과 극의 성격을 띄므로 그에 맞춰서 속성이 다른 무기로 전환하거나 리엘의 마법속성을 전환해서 전투해야 한다. 자연히 전투에서 전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두번째로 주인공인 쿠나의 무기는 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요요, 적당한 사정거리와 약한 공격력을 지닌 검종류와 근거리에 강한 파워를 지닌 장갑류로 분류된다. 얼핏보면 전략적인 전투를 위해 무기를 3종류로 분류해둔 듯 하다. 하지만, 요요의 사정거리는 실제 전투에서 장거리무기라고 할만큼의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게다가 전투에서 주로 사용되는 달려가면서 공격하는 기술은 요요나 검이나 장갑이나 사정거리에서 별차이가 없기 때문에 게이머들의 10중 8,9는 공격력이 높은 장갑류의 무기를 사용할 것이다. 필살기 역시 마찬가지다. 전투 중에 적을 쓰러뜨릴 때마다 분노게이지가 올라가게 되는데 이 게이지가 끝까지 다 찬다면 강력한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만약 필살기가 쿠나가 지닌 무기에 따라 달랐더라면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했겠지만, 약간의 겉모습 차이만 있을 뿐 필살기 역시 비슷한 형태를 지닌다. 그리고 동료인 리엘은 HP라는 개념자체가 아예 없고 MP게이지만을 가지고 있으며 마법만을 구사할 수 있는 캐릭터이다. 하지만 리엘도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하고 속성만 다른 마법만 배우게 되는지라, 나중에 원거리 공격을 하는 보스전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쓸모도 없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리엘의 분노게이지가 다 찼을 경우에는 쿠나의 HP를 조금 소모하면서 주위의 적들을 모두 일격에 몰살시키는 공격을 한다. 꽤나 재미있는 광경이니 직접 보는게 좋겠다.^^;; 어쨌든 피격사운드의 밋밋함으로 액션성이 떨어지고, 전략적인 전투도 불가능 하기에 에버윈드 판타지의 전투는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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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요소도 부족하다!
미소년과 미소녀들이 대거 등장하는 만큼 에버윈드 판타지에는 연애 시뮬레이션적인 요소도 찾을 수 있다. 메뉴에서<친구>목록에 주인공인 쿠나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등록되고 이들과의 만남(회화 및 선물하기)를 통해서 호감도를 높일 수도 있다. 얼핏보면 전투와 만찬가지로 쓸 만한 시스템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실상은 서로 하는 대화도 몇 안되고, 호감도를 높여봤자 별로 이득이 되는 것이 없다. 그냥 말투만 약간 변하는 것뿐이고, 가끔 아이템을 주곤 하지만 오히려 귀찮기만 한 요소로 작용한다.(특히 친구목록중 여자 캐릭터들의 신체 사이즈가 왜있는지 모르겠다.-- 필자의 경우 호감도를 끝까지 높여도 그 신체사이즈를 알 수가 없더라..)어쨌든 이들과 만나서 수다나 떨고 선물이나 주면서 노는 것보다 차라리 그 시간에 필드에 나가 레벨업을 하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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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무기 업그레이드, 칭호시스템
에버윈드 판타지는 스토리 진행 중간중간에 도구점에서 구입하는 여러 가지 아이템들로 조합을 할 수가 있다. 크게 요리와 공작품으로 나뉘는데, 요리의 경우 체력과 마력회복을 위한 아이템으로 사용이 될 수 있긴 하지만 포션이나 텐션같은 전문 아이템보다는 질적으로 떨어지게 되므로 비싼 재료값으로 만든 요리는 위에서 지적한 쓸데없는 호감도를 올리기 위한 선물로 쓰이게 된다.-- 분명 독립적인 시스템같아 보이지만 결국엔 연애 시뮬레이션적인 요소에서 파생된 시스템이다. 무기 업그레이드 시스템은 전투 중간에 얻은 영보석이라는 아이템을 이용해서 자신의 무기를 강화시키는 것인데, 강화시킬 수 있는 한계가 Lv3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이미 다른 게임들에서 많이 보여진 시스템이라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 다음 칭호시스템은 어떤 임무를 완수할 때마다 무기점의 한 여인에게서 칭호를 받게 되는데 전혀 쓸모없다. 칭호를 부여받는다고 해서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는 것 같지도 않고.. 왜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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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한 스토리라인
RPG게임의 핵심이 스토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는 RPG게임에 가장 중심이 되는 요소이다. 하지만 에버윈드 판타지의 스토리는 정말 엉성하다. 천상계에서 사는 쿠나와 리엘이 에스쿠드라는 천사를 찾아 지상계에 내려간다는 설정인데, 게임내내 에스쿠드의 단서를 찾아서 졸졸 쫓아 다니면서 전투를 하게 되고,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인물들간의 사랑이야기. 최대한 유저들을 놀래 키려고 노력했었던 반전들.(특히 산적들을 잡으러 왔다가 바트가 미리남에게 예전 애인인 데나리우스를 죽였다고 산적두목이 폭로해서 미리남이 충격을 먹는 장면은 최대한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 같았지만 때에 전혀 맞지 않는 상황에서 그런 반전은 필자에게 비웃음만 샀다.-- 어이가 없었다. 나중에 미리남과 바트의 최후는 더욱더 상황이 반전스럽고(?) 더욱더 어이가 없다.-- 복수를 다짐하던 크루라는 인간이 그렇게 쉽게 적에게로 간다는 것도 황당하다.)몰입하고 싶어도 몰입하기가 쉽지 않은 스토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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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한글화II
에버윈드 판타지의 한글화는 그냥 게임을 할 만한 수준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 존대말과 반말이 섞이는 것은 기본이거니와 오타나 엉성한 부분도 수두룩하게 눈에 띈다.(특히 거대한 쥐몬스터를 쥐선생이라고 하는건 진짜 황당했다.--)요즘같이 한글화가 필수인 시점에서 이런 식의 한글화는 도저히 게이머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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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단점들
오프닝과 엔딩부분에서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것은 칭찬해줄만 하지만, 밑에 있는 캐릭터의 정보가 그대로 보여지는 상태에서 나오는 점은 보기에 안좋다. 그리고 엔딩 또한 너무 허무하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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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하고 싶지 않은 RPG 게임
오랜만에 액션장르를 뒤로 하고 RPG 장르를 손에 잡았다. 처음에는 감회가 새롭고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필자의 모든 환상은 깨졌다. 어차피 리뷰는 쓰는 필자 마음대로 하는 것이니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자면 에버윈드 판타지는 적어도 필자에게는 최악의 RPG로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 RPG의 가장 중심이 되는 스토리와 전투가 영 엉성하고 쓸데없는 연애라는 요소의 삽입으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뒤죽박죽 섞여버린 느낌의 게임. 아쉬울 뿐이다. 아, 이 게임은 원래 프란 3라고 하는데, 필자의 경우 프란 1,2편을 해보지 않아서 3편이 엉터리가 된건지 프란 시리즈 자체가 엉터리인 건지는 잘 모르겠다. --;( 평가를 보면 프란 1,2편은 나름대로 인정해 줄 만하다고 하던데. 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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