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명작 게임
돌아온 명작 RPG
사람들이 국산 게임에 대해 말할 때, 꼭 빠뜨리지 않고 거론하는 게임이 두 개 있는데 바로 손노리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이하 어스토)와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2다. 지금의 손노리와 소프트맥스를 있게 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게임들은 발매된지 몇 년이 흘러 이제는 고전이 되어 버렸지만 아직까지도 명작이란 수식어가 붙은 채 많은 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물론 필자에게도 마찬가지다. 게임의 재미도 재미지만, 그렇게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유는 당시만 해도 싸구려 취급을 받으며 외국 게임에 묻혀
버리기 십상이던 국산 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국산 게임의 부흥을 선도했기 때문이다. 게임 경력이 얼마 안되는 사람은 '에이 그게 무슨
헛소리냐!!-o-' 라고 할지 모르나.... 진짜다... 설마 필자가 뻥을 치겠는가 -_-; 뭐 다소 과장한 면이 없진 않지만....(
--) 어쨌든 서론은 이쯤 해두고 리메이크되어 돌아온 명작 RPG 어스토를 하나하나 뜯어보도록 하자.
후진(-_-;) 그래픽
뭐 이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다. 애초부터 국산 휴대용 게임기인 GP32용으로 제작된 게임이 PC로 컨버젼되어 나온 것이니 그래픽은 정말
한 5-6년 전 게임처럼 객관적으로 구리다.(--;) 아무리 옛날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한 그래픽이니 어쩌니 변명을 해도 320
x 240의 저 해상도 2D 그래픽은 지금같이 화려하고 멋진 3D 그래픽이 판치는 시대에 와선 후져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필자는 원래
그래픽에 크게 신경쓰질 않는 편이고, 무엇보다 PC로 나와준 것만 해도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터라 왠만하면 그냥 넘어가고
싶.....었으나(--) 역시나 여기서도 씹어주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화면에 테두리를 둘러 버린 괘씸함이다. 320
x 240의 저 해상도 그래픽을 모니터에 풀 화면으로 띄우면 도트가 팍팍 튈 것이 안 봐도 비디오니 손노리 측에서 일종의 꽁수를 쓴 것인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도가 지나치다. 그 작은 화면 덕에 게임을 하는 내내 눈 아파 죽는 줄 알았다. 단순히 PC에서 돌아가게만 해주는 것이
컨버젼은 아니다. PC란 플랫폼에 맞게, PC 게임이란 것에 맞게 바꿔주는 것이 컨버젼이 아닌가? 이미 만든 게임을 PC로 내기 위해 전부
다 손볼 순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단 생각은 들지만, 필자는 PC 게임이 하고 싶었던 것이지, GP32 에뮬레이터 게임이 하고 싶었던
게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손노리로서는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걸 어찌하리오.
전략이 필요한 전투 시스템
전투는 기본적으로 어스토 오리지날판의 턴 베이스 전투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만, 거기에 속성이란 요소를 추가해 좀 더 전략적인 면이
강조되어 있다. 캐릭터의 속성 뿐 아니라, 지형 속성, 무기(마법) 속성까지 겹쳐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적을 공격하면 본전도
못 뽑는 사태가 속출한다. 적의 속성과 공격하려는 캐릭터의 속성 관계가 강(强)이냐 약(弱)이냐에 따라 데미지가 3배 가량 차이가 나니,
'에이 귀찮게 뭐하러 그런거 신경쓰냐 그냥 쥐어패면 되지. --' 라고 생각하고 마구잡이로 전투를 했다간 순식간에 게임 오버가 되
버린다.(필자가 처음에 그랬다. --;)반대로 속성만 잘 이용한다면 상대적으로 낮은 레벨로도 전투를 쉽게 이끌어 나갈 수 있게 된다.
밸런스가 엉망이라면 있으나 마나한 시스템이 됐겠지만, 전투 밸런스가 약간 어려운 난이도로 잘 맞춰져 있어 이 시스템은 상당히 빛을 발한다.
그러나..!! 역시나 여기에도 문제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너무 긴 전투 플레이 타임이다. 가뜩이나 턴 베이스 시스템인 탓에 시간을 많이
잡아 먹는 판에 이 속성 시스템까지 신경써야 되니 더더욱 전투에 시간을 많이 뺏기게 된다. 분명히 전투 밸런스도 잘 맞춰져 있고, 재미도
있는 전투 시스템이지만 전투 한 번 하는데 시간을 너무 빼앗기다 보니 나중에 가서는 지루하고 짜증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자는 나중에
가선 계속 전투에서 도망만 쳐댔다. -_-;) 너무 전투가 쉽고 간단간단해도 문제겠지만, 이렇게 너무 긴 것도 문제다. 필자가 장담하건대 이
게임에서 전투를 제외하면 플레이 타임은 7-8시간밖에 안될 것이다. 플레이 타임의 반을 전부 전투로 때워 버리니 원... 문제야 문제.
전투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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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피라 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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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승리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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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인터페이스
이 게임은 오리지날의 인터페이스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링 커맨드를 사용해서 방향키와 확인(X키), 취소(Z키)만을 사용해서 게임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인데 이건 참 좋다, 나쁘다 말하기가 그렇다. 이건 어스토 오리지날이 나왔던 당시만 해도 정말 편하고, 참신한
방식이었으니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시간이 흘러 마우스를 사용하는 조작이 당연해진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불편한 점이 없지 않았다.(이건
오리지날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계승한 면도 있지만, 애초에 플랫폼이 GP32였던 탓도 있다)뭐 필자야 오리지날 어스토도 해봤고, 오래 전
키보드로만 조작하는 것이 당연했던 도스 시절부터 게임을 해왔기 때문에 금새 익숙해질 수 있었지만, 게임 경력이 얼마 안 되는, 마우스 조작에
익숙한 게이머들에게는 불편한 점이 많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엿 값이 엿장수 마음대로이듯이 리뷰는 쓰는 필자 마음대로이니
인터페이스에서는 오리지날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계승해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는 점과 아무리 키보드보다 마우스 조작이 편한 게이머라
해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을거란 필자 마음대로의 추측에 기인해 손노리 측에 이걸 ( -_-)=b 날려주겠다.
손노리다운 스토리와 이벤트
리메이크 판이니 스토리도 기본적으로 오리지날의 스토리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오리지날에선 헤어진 후에 다시 만나게 되어 있던 랜달프가 계속
파티에 남는다거나 하는 약간의 진행의 차이와 후속작 어스토2를 위한 복선이 오리지날판에 비해 좀 더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은 빼면, 기본적으로
팔미라주의 기사인 로이드가 카이난의 지팡이를 되찾기 위해 떠나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지만 역시 8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만드는 리메이크 판이니 만큼 손노리다운 유머와 개그 센스가 넘치는 대사와 이벤트가 많이 추가되어 있다. 한 때 유행했던
김성모 개그(Ex 애로사항이 꽃핀다, 안돼! 돼!)를 대사에 넣은 것이나 CF나 다른 게임을 패러디한 이벤트(Ex 다이야몬드 바람, 맨땅기어
이벤트 등)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밖에 은연중에 사회문제를 꼬집는(?) 와레즈 요정과 손노리군과의 이벤트 등 보는 이로 하여금 쓴 웃음을
짓게 만드는 이벤트도 있다. 손노리 대표 이원술씨가 자사가 개최하는 손노리 페스티발에 직접 나와서 춤을 추고, 홍보 포스터에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분장한 채 등장하는 등 웃음을 통해 게이머들과 친해지려는 손노리의 모습을 보면 이런 것들이 가장 손노리다운 것이 아닐까 싶다. 뭐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런 웃긴 이벤트들이 전체적으로 게임을 가볍게 보이게 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싫어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안 웃을 수 없게
만드는 그들의 개그 센스는 놀랍기만 하다. 허허.
일레느의 목욕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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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수송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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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노리 대표 이원술씨-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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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자잘한 문제점들
일단 필드와 마을에서의 이동 속도가 너무 느리다. 게임 중반쯤에 등장하는 달핀 슈즈를 장착하면 그나마 이동 속도가 좀 빨라지지만, 그전까진
답답할 정도로 느리다. 달리기 같은 것도 없으니 오죽하랴. 또 다른 문제점은 레벨 노가다다. RPG인 만큼 어느 정도의 레벨 노가다는
필수(?)지만, 이 게임은 위에서 말했듯이 한 번 전투를 하는데 그 시간이 다른 RPG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는데다 파티원이
늘어갈수록 레벨을 올리기가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에 짜증을 유발시킨다. 그래서 필자는 참다참다 못해 에디트를 구해보려 했지만.... 못 구하고
결국 이 꽉 깨물고 죽어라 레벨 노가다를 했다..-_-;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배경음악 소리가 너무 작다는 것. 효과음에 비해 지나치게
작아서 잘 들리질 않는다. 옵션에서 조절할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젠데, 그렇다고 스피커의 볼륨을 높여 버리면 효과음이 너무 크게 들려서 귀가
따갑다. 뭐 전부 큰 문제들은 아니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약간씩 거슬리는 부분들이니 빨리 패치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성공하기는 힘든 게임
미안한 말이지만, 아무리 이원술씨가 직접 불법복제에 관해 한탄하는 글을 쓰며 게이머들에게 정품 애용을 호소해도 이 게임은 성공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원술씨 자신도 그 사실을 어느 정도 느꼈는지, 모 웹진과의 인터뷰에서 애초부터 GP32로 제작되었던 게임인 만큼 고 해상도
그래픽에 눈이 맞춰진 신규 유저들에게는 이 어스토R의 저 해상도 그래픽은 어필하기 힘들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RPG는 2D가 제격이다 라고
생각하고, 그래픽을크게
따지지 않는 필자에게도 이 게임의 그래픽은 솔직히 좀 거부감이 들었다. 게다가 게임 자체에 삽입된 이벤트도 보면 어스토 오리지날을 플레이해
본 사람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상당하다. 예를 들어 핫타이크가 파티에 들어오게 될 때 나오는 'Out of Memory' 이벤트는
도스 시절에 오리지날판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면 '대체 이게 뭐야. --;' 할 사람도 상당할 것이다. 저 해상도 그래픽도 문제지만,
전체적으로 게임 자체가 기존 오리지날판을 플레이한 사람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도 성공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오리지날 판을 해 본
필자에게는 오히려 그 쪽이 더 좋았지만, 손노리 측에서 보면 스스로 무덤을 판 격이나 마찬가지다. 어쨌든 필자는 이 게임이 GP32로
발매되었을 때, '이건 유저에 대한 배신이야. --!!' 라고 외치며 손노리 인형을 만들어 대못을 박으며 저주했던 녀석인지라 PC로 나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나 게임을 클리어하고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 어스토 오리지날판이 그리워지는 건 어째서일까. 역시 구관이
명관, 형만한 아우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