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원작으로 하지만....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게임
많은 아동용게임이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서 만화를 게임화하여 내놓고 있다. 하얀마음 백구나 짱구는 못말려 등 대부분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게임들은 흡입력을 지닌 캐릭터들의 등장과 만화를 답습하거나 외전격인 스토리의 구성으로 만화를 아는 어린 게이머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무엇보다 흡입력있는 캐릭터가 관건인 아동용게임에서 만화가 원작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이제 아동용게임의 필수적인 부가요소가 아닌가 싶다. 이번에
리뷰를 하게 될 스피어즈 에피소드1 : 나롱이의 대모험(이하 나롱이)는 제목에서도 대강 알 수 있듯이 스피어즈라는 만화를 중심으로 구성한
아동용게임이다. 필자는 스피어즈를 본 경험이 없지만, 아동들이 많이 시청할 수 있는 시간대에 방영하므로, 대부분의 TV를 시청하는 아동들은
스피어즈가 어떤 만화인지 잘 알거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알아본 바를 대강 적어보자면 이 애니메이션은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소녀가 고대왕국의
유물을 찾는 과정을 그린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한국컨텐츠문화진흥원이 2003년 스타 프로젝트로 선정한 전력이 있다고 한다.
나롱이의 대모험만의 특별함
필자가 나롱이를 플레이하면서 찾아낸 나롱이만의 특별한 부분이 2군데가 있었다.
일단 첫 번째로 원작의 외전격인 스토리. 대부분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아동용게임들이 만화의 스토리를 그대로 답습하는 반면에, 나롱이의
경우에는 실제 원작인 스피어즈의 스토리와는 전혀 다른 스토리로 구성이 되어있다. 스피어즈의 주인공 나연과 초능력을 가진 친구들의 동아리
모임인 뉴 스피어, 그리고 애완동물인 나롱이와 함께 세계정복을 노리는 아스텐에 맞서서 고대 스피어즈 유물을 찾으러 다닌다는 다소 잦은
전문용어(?)의 등장과 스케일이 방대하고 복잡한 만화의 스토리를 게임으로, 그것도 아동용게임으로 일축하여 재구성하기에는 너무 무리가 있어
그런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나롱이를 직접 플레이해보면 스피어즈의 주인공인 나연, 스피어즈의 세계관, 스토리들은 게임 나롱이에 일체 관여를
하지 않는다. 게다가, 만화 속 주인공인 나연이 등장하지 않고 부수 캐릭터인 나롱이와 그의 친구들이 풀어가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게임만의
스토리. 나롱이는 만화라는 커다란 모체에서 겉 껍질만 가져오고 실제 속은 만화와는 독립되는 게임만의 무언가가 있었다. 마치 영화 '헐크'의
1년후 내용을 담고 있는 게임 헐크처럼 말이다.
독립된 스토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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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나롱이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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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번째는 아동용게임치고는 드물게 RPG라는 장르를 택한 점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RPG장르의 아동용게임은 매우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의 아동용게임은 횡스크롤진행 방식을 가진 아케이드가 대부분인데 반해, 나롱이는 장르부터 다른 아동용게임들과는 차별화를 두고 있다. 물론 횡스크롤아케이드에 익숙해진 많은 어린 아동들에게 RPG라는 장르는 다소 거리감이 있을 수는 있지만, 분명 이 부분은 나롱이의 대모험만이 가진 '특별함'으로 꼽을 수 있겠다.
퀘스트를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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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RPG의
형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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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의 부재
위에서도 말했듯이, 나롱이의 장르는 RPG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나이도 지긋(?)한데다가, 오랜 게임경험으로 타 RPG들과 비슷한
인터페이스와 조작법을 따르고 있는 나롱이는 게임진행이나 조작에 관한 불평점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아동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횡스크롤아케이드라는 장르와 키보드의 조작에 익숙해진 어린 아동들에게 마우스와 키보드를 겸비하여 체력게이지와 스킬포인트 게이지를 주시하고,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거기다가 동료들까지 관리해줘야 하는 나롱이의 조작들은 아동들에게 지나치게 힘든 조작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나롱이에는 그 어디에도 이런 아동게이머들을 위한 배려는 찾아볼 수가 없다. 튜토리얼 자체가 없으며, 대신에 게임 중간중간 어느 때나 단축키
H를 사용해서 간단한 조작법을 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게임을 플레이해보면서 조작법을 익히는게 최고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단지
조작키만을 보여주는 나롱이의 모습은 필자로서는 좀 아쉬운 부분이다.
불편한 인터페이스
스크린 샷에서도 보면 알 수 있듯이, 나롱이의 인터페이스는 꽤나 조잡한 느낌이 든다. (--) 무엇보다 스킬이나 아이템을 단축창에
옮겨서 단축키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은 좋게 평가받을 만 하나, 가장 중요한 체력게이지는 캐릭터의 얼굴 아래에 작게 깔려있고, 숫자 또한
작다. 때문에 항상 주시해야하는 체력게이지를 보는데 있어서 불편함이 느껴진다. 또 스킬포인트는 체력포인트와 전혀 동떨어져있는 스킬목록 아래에
배치되어 있어서 보는데 매우 불편하다. 퀘스트의 목적이 화면 상단에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은 좋은 부분이라지만 그 옆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나침반아이콘은 왜 있나 싶다.(처음에 필자는 목적지를 표시해주는 걸로 착각해서 나침반의 방향쪽으로만 갔다가 시간낭비만 했다--)
자유도 없는 레벨업시스템과 사용빈도가 적은 아이템
나롱이의 대모험 매뉴얼 뒤편에는 자유도 높은 레벨업 시스템! 다양한 아이템! 이라고 표기가 되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게임을 실제로 해보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나롱이에서 레벨업은 자유가 없다. 그냥 무조건 퀘스트에서 요구하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몬스터들을 공격하는 것이고 그에 따른 대가로 레벨업을 하는 것인데, 이게 무슨 자유도가 있는 레벨업시스템인지.. 게다가 다양한 아이템은
이해를 하겠지만, 체력회복 아이템을 제외한 타 아이템들은 사용빈도가 극히 낮다. 특히 동료들을 회생시키는 금색 도토리와 전체공격을 해주는
아이템, 공격력을 상승시켜주는 아이템은 게임 플레이 내내 쓸 일이 없다.(아, 나중에 보스급몬스터가 하나 나오는데 그때 한꺼번에 몰아서
쓰도록 하면 될려나..-_-;;)스킬 또한 사용빈도가 적다. 무엇보다도 초중반 내내 스킬포인트가 상당히 부족하고 스킬포인트를 회복시켜주는
아이템의 등장도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킬들의 기능이 대부분 적의 공격과 관련된 스킬이므로 필요가 없다.(왜냐면 동료 중에 물개가
있는데 그녀석의 공격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덕분에 스킬을 쓸 일이 없다. 스킬포인트만 아깝다. 차라리 회복스킬이나 넣어주지..)
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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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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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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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인공지능
정말 동료들이 왜 있나 싶을 정도로 동료들의 인공지능은 가히 물고기에 가깝다.(--;;)특히 타조 이 녀석은 괜히 짐만 될
뿐이다.-- 물개는 가끔 공격을 하지 않을 때가 있지만(버그인 듯 싶다.)어마어마한 공격력 때문에 봐줄만 하다. 하지만.. 타조 이 녀석은
공격력도 형편없는 데다가 적에게 먼저 맞아도 나롱이가 가는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닌다.-_-;; 쓰론 오브 다크니스처럼 파티원들이 몬스터를
만나면 각자 하나씩 맡아서 개별적으로 공격하지도 않고 나롱이가 갈 때 졸졸 쫓아다니다가 나롱이가 공격하는 몬스터만 뒤에서 도와준다. 이게
인공지능인지 스크립트인지...원..
타조 또 놀고있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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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개 왜 공격 안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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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한 퀘스트와 황당한 난이도
내내 나롱이를 모함하는 것 같지만... 단점들은 다 꼬집어야 할게 아닌가..--; 맨처음 스테이지의 난이도는 정말 압박이다. 몬스터들이
너무 강해서 레벨업 조차 힘들고, 계속 죽어가면서 각개격파로 안정적인 사냥(!?)이 가능할 때까지 레벨업을 해야 한다.(처음에 포기할까도
싶었지만..--)허나 초반과는 달리 중반만가도 평이한 난이도를 보여주고, 후반에는 체력포인트와 스킬포인트를 동시에 회복시켜주거나 체력을
많이 회복시키는 아이템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난이도가 쉬워진다.(-_-)게다가 스토리에 따른 퀘스트라고 자랑을 해놓은
매뉴얼과는 전혀 다르게 단순히 '찾아야'하는 노가다성 퀘스트를 수행해야 한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려면 퀘스트의 요구사항에 맞게, 몬스터를
잡아서 아이템 5개가 나올 때까지 의미없는 마우스클릭 노가다를 해야만 하고 또 동료나 NPC를 찾기위해서 온 맵을 헤집고 다녀야 한다.
미니맵도 없는 덕분에 맵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면 정말 짜증난다.
언제 다섯 개를 구한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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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찾은 아기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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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 높은 그래픽과 사운드
나롱이는 깔끔한 그래픽과 멋진 사운드를 자랑한다. 대부분의 아동용게임이 택하는 2D방식의 깔끔한 그래픽은 평이하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충분히 좋은 그래픽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사운드는 나롱이의 그 어떤 부분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부분이다. 나롱이는 총 7가지의 스테이지로
되어있는데 크게 배경을 나누자면 숲속과 바닷 속 그리고 동굴 속이다. 다소 침침한 전설의 동굴 스테이지와 어둠의 숲 스테이지에서는 배경과
걸맞게 전체적으로 암울한 느낌이 드는 배경음악이 흘러나온다. 반면에 얼음으로 뒤덮인 겨울의 땅 스테이지와 모험의 바다 스테이지는 하얀색이나
푸른색으로 밝은 스테이지의 배경에 걸맞게 밝고 튀는 듯한 사운드가 흘러 나온다. 게다가 타격감을 좌우하는 피격사운드는 꽤나 수준 높다.
덕분에 내내 동일한 패턴으로 공격하는 방식이지만 약간의 재미를 느낄 수는 있다.
깔끔하게 표현된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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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묘사도 수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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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눈 높이에 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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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만..
원작과의 전혀 다른 스토리의 설정과 장르로 타 아동용게임과는 차별화를 선언하려는 제작사의 의도가 엿보이긴 하지만, RPG게임의
고질적문제인 노가다성 게임진행과 불편한 인터페이스, 튜토리얼의 부재 등으로 아동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는 못할 것 같다. 리뷰 내내 단점만
집어내서 늘어놓은게 너무 하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필자의 본분이니 열심히 하는 수밖에.. 개인적으로 다른 아동용게임과는
차별화를 두려는 모습이 많이 보이긴 했지만.. 결국 아쉬운 게임으로 남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