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암살자 코드 네임 47

이제야 완성된 게임
본 게임의 전작, 히트맨 : 코드네임 47은 실패작이었다. 황당하리만치 어려운 난이도와 불편한 인터페이스 등 게임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깎아먹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게임 내 곳곳에 산재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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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히트맨 : 코드네임 47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했다. 비록 앞서 말한 많은 문제점들로 인해 그 가능성이 갖는 의미가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플레이어가 영화속에서나 봤을 법한 킬러가 되어 목표를 암살한다는 독특하고 기발한 설정은 액션 게임의 또 다른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매된 후속작, 히트맨2 : 소리없는 암살자(이하 히트맨2)는 그렇기에 많은 기대감과 함께 불안감을 자아냈었다. 과연 이번엔 그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날 것인지, 아니면 이번에도 그저 가능성으로만 끝나고 말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이내 불안감은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전작의 문제점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았고, 게임 안은 온통 장점들로만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미완성의 전작이 보여줬던 가능성이, 완성된 후속작을 통해 현실이란 이름으로 나타나 있었던 것이다.

사실적인 그래픽
요즘 나오는 3D 게임들에 비해선 다소 그래픽 퀄리티가 뒤쳐지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게 평가하려고 해도 '좋다' 이상의 평가는 내리기 힘들지만, 건축 양식과 복장 등을 철저히 고증해 게임의 무대로 등장하는 세계 각국의 도시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보다 더 높이 평가할만 하다. 또한 사실적인 광원 효과까지 감안하면 좀 더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는데, 히트맨2에선 빛의 방향에 따라 그림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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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까지 함께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빛의 세기에 따라서 캐릭터와 배경의 명암까지도 극명하게 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인상적인 기술적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 히트맨2에서는 캐릭터의 각 관절이 모두 개별적으로 동작하게끔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게임보다도 모션이 사실적이다. 적이 죽을 때 이런 부분을 잘 느껴볼 수 있는데, 적이 어떤 부위를 맞고 죽었는지, 또 죽을 때 벽이나 바위 같은 곳에 부딪히진 않았는지 여부에 따라 죽는 모습이 모두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머리를 맞고 죽으면 뒤로 넘어가고, 어깨를 맞고 죽으면 어깨를 부여잡은 채 주저앉는 식인데, 설령 같은 부위를 맞고 죽었다고 하더라도 죽을 때 벽이나 책장같은 오브젝트에 부딪히게 되면 그 영향으로 인해 관절이 각기 다르게 움직이게 되기 때문에 두 명의 적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죽게 된다. 목이나 팔꿈치, 무릎 같은 관절이 모두 개별적으로 움직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찾아보니까 이런 기술을 Rag-Doll Physics (직역하면 헝겁인형 물리학, 곧 신체 물리학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라고 한다는데, 필자가 그런 기술적인 부분에 관해선 그다지 많이 알지 못하는고로 여기서 자세하게 설명하긴 힘들겠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사실적인 배경 묘사에 이 시스템과 광원 효과의 뛰어남을 더하면 히트맨2의 그래픽에 대해서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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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멋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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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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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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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나는 광원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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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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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봐주세요~

끝내주는 사운드
배경음악이나 효과음이나 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다. 각 나라 별로 존재하는 독특한 분위기와 문화를 잘 표현하고 있는 배경음악은 게임을 하는 내내 귀를 즐겁게 하고, 오밀조밀 꽉 짜여져 있는 효과음은 게임의 질을 한 단계 높여주고 있다. 각 총기의 탄환 발사 효과음을 특징에 맞게끔 각기 다르게 설정해 놓은 것도 모자라 스나이핑시 긴장해서 크게 들리는 숨소리까지도 효과음으로 넣어놨으니 오죽하겠는가. 히트맨2의 음악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은 제스퍼 키드(Jesper Kyd)와 녹음을 담당한 부다페스트 오케스트라 & 합창단의 이름을 게임 시작 전에 넣어놓은 것만 봐도 제작사가 얼마나 사운드에 공을 들였는지, 또 얼마나 사운드에 자신이 있는지 능히 짐작해 볼 수 있을테니 이 이상의 긴 말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암살의 묘미..!!
히트맨2에서 플레이어는 킬러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꼭 미션 진행 방식으로써 암살, 곧 잠입을 택할 필요는 없다. 잠입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타겟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 총격전을 벌여도 타겟을 제거할 수만 있다면 게임 진행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나 히트맨2의 참 재미는 암살에 있다. 타겟을 제거하기 위해서 몰래 잠입해 들어갈 때의 긴장된 상황과 쥐도 새도 모르게 타겟을 제거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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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빠져나올 때의 그 짜릿한 느낌이 바로 히트맨2의 가장 큰 매력 요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암살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요소다. 각 미션들은 모두 정해진 루트란 것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항상 어떤 방법으로 잠입해 들어가서 어떻게 타겟을 제거할 것인지를 직접 맵에 널려 있는 진행 힌트를 조합해가며 생각해내야만 한다. 대체적으로 각 미션들은 2 ~ 5개 정도의 암살 루트를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힌트를 조합하느냐에 따라서는 그보다 더 많은 방법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엄청 독특한 방법을 원하지 않는 이상은 플레이어의 취향에 들어맞는 방법을 사용해 타겟을 암살할 수가 있다. 예를 들면, 몰래 뒷문을 따고 침투해 들어가 타겟을 독살할 수도 있고, 높이 솟아 있는 송신탑 위로 올라가 타겟을 저격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타겟의 자동차에다 미리 폭탄을 장착해둔 다음, 일부러 소란을 일으켜 타겟으로 하여금 자동차로 도망가게 만든 뒤 자동차째로 날려 버리는 지능적인 수법까지도 사용할 수 있다. 모든 것은 플레이어가 어떤 방식을 선호하느냐, 또 얼마나 세심하게 맵을 살펴보느냐에 달려 있다. 자신이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는 게이머도 있을진 모르겠지만, 자신이 이렇게 직접 암살 루트를 짤 수 있는 덕분에 플레이어는 히트맨2를 플레이하면서 자신이 꼭 진짜 킬러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을 맛 볼 수가 있으며, 자신이 직접 짠 암살 루트를 통해 성공적으로 타겟을 제거하게 됐을 때는 말로는 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그렇게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하다보니 히트맨2는 두고두고 여러 번 즐길 수가 있다. 같은 미션을 반복 플레이해도 전에는 뒷문을 따고 잠입해 들어갔지만, 이번엔 우체부로 변장해서 정문을 뚫고 들어가는 식으로 다른 방법을 사용하면 완전히 새로운 미션을 하는 것 같은 재미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히트맨2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이며, 동시에 매력적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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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으로 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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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피자 배달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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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도 변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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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채로 패죽였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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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은 신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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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조르기는 기본!!

난이도의 세분화
전작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황당하리만치 어려운 난이도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작사는 단계별로 난이도를 세분화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전작에선 미션 진행중에는 무조건 세이브를 할 수 없었지만, 히트맨2에선 난이도 별로 보통에선 7번, 조금 어렵게에선 2번 세이브를 할 수 있으며, 아주 어렵게에선 여전히 세이브를 할 수 없다. 미션 진행 중 세이브를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할 정도의 난이도 하락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제작사는 거기서 더 나아가 적의 공격에 따른 데미지와 적의 인공지능 수준까지도 난이도 별로 세분화시켜 이런 류의 게임을 처음 접하는 게이머부터 익숙한 게이머까지 배려하는 세심함을 발휘했다. 덕분에 보통 난이도에선 누구든지 무난하게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로 게임이 쉬워졌다. 하지만 아주 어렵게 난이도는 여전히 사악할 정도로 어려웠다. 전작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느껴보고 싶은 게이머나 열혈과 근성을 덕목으로 삼고 있는 게이머라면 한 번 도전해보기 바란다. 참고로 필자는 도중에 때려쳤다. -_-;

아쉬운 부분
첫 번째로 엉성한 스토리 라인을 꼽을 수 있겠다. 주인공인 코드네임 47이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태어난 킬러라는 의미심장한 설정만 보면 뭔가 대단한 스토리 라인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 히트맨2의 스토리 라인은 정말 보잘 것 없다. 각각의 미션들을 연결시키기 위해서 억지로 스토리를 끼워맞췄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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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신부를 구출하기 위해서 다시 킬러로 돌아간 코드네임 47이 어느새 다시 돈을 위해 킬러로서 일한다는 부분은 순 억지로밖엔 안 보였다. 게임 자체가 재미있으니 뭐 큰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뭔가 스릴러 분위기의 스토리까지도 가미가 되었다면 좀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 번째는 멀티플레이의 부재다. 싱글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임이긴 하지만, 게이머들이 서로 연합해서 타겟을 제거하는 식의 멀티플레이가 있었다면 좀 더 오래도록 게임을 즐길 수 있었을거란 생각이 든다. 마지막 세 번째는 천천히 걷기 모드, 곧 은밀하게 적 뒤로 다가갈 때의 이동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점이다. 적의 뒤로 은밀하게 다가갈 때 뛰거나 그냥 걸어가 버리면 적이 알아채기 때문에 천천히 걷기 모드를 사용해 다가가는 수밖에는 없지만, 이렇게 이동할 시의 이동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보니 제자리에 서 있는 적이 아니고서는 이런 식으로 가까이 다가가 적을 제거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소음총을 사용해서 제거하면 그만이긴 하지만 그것도 어디 한 두 번이지 허구헌날 소음총으로 제거하다보니 좀 단조롭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뭐 워낙에 게임 자체가 잘 만들어져 있다 보니 위 세 가지 모두 그리 큰 문제점으로 느껴지진 않았지만, 이왕이면 완벽한 것이 좋은 법이지 않겠는가. 다음 작품에선 좀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족스러운 한글화
사실 히트맨2가 한글화되서 발매될줄은 꿈에서도 생각을 못 했다. 외국에선 이미 160만장이나 팔렸을 정도로 인기를 끈 게임이지만,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에선 이미 와레즈를 통해 퍼질대로 퍼진 게임이었기 때문에 한글화는 고사하고 정식 출시 여부도 불투명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떡하고 정식 출시가 된 것도 모자라 한글화까지 이루어졌으니 말 그대로 경사난 셈이다. 한글화도 정말 오타 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완벽해서 게임을 하는 내내 막힘이 없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면 폰트가 너무 튄다는 것 정도랄까. 하지만 그건 역시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한글화를 해준 유통사를 생각하면 배부른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번역 수준이 좀 엉망이었다하더라도 이런 게임을 한글화 해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유통사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정말 이 자리를 빌어 이런 좋은 게임을 한글화해준 유통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만세!!

최고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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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맨2는 무조건 쏘고 달리는 식의 화끈한 게임만이 액션인 것은 아니란 걸 잘 보여주고 있는 게임이다. 최대한 은밀하게, 최대한 지능적으로 플레이한다면 고작 1 ~ 3명의 사람만 죽이고 미션을 클리어하게 되는데도, 변장한 채 적들 사이를 이동할 때의 긴장감과 타겟을 제거할 때의 짜릿함이 쏟아지는 적들을 향해 총알을 마구 난사해댈 때의 화끈함과 거의 비견되는, 아니 더 나은 통쾌함과 재미를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조건 쏘고 달리는 식의 액션 게임에 지친 게이머에게 히트맨2는 분명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리뷰를 끝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히트맨2는 정말 단점을 찾아보기가 힘들었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최고의 게임이었다는 것을 확실히 말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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