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이라는 이름의 전략 시뮬레이션
어디선가 많이 보아온...
세틀러라는 게임을 아는가? 스타크래프트가 나오기 전, 그러니까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가 시뮬레이션 적인 요소와 액션 적인 요소
사이에서 갈등을 하고 있던 시절, 지금의 액션성 강한 전략 시뮬레이션과는 다르게 시뮬레이션 적인 요소, 특히 건설과 생산, 그리고 건물과
유닛의 유지 같은 부분에 조금 더 많은 비중을 둔 게임들이 있었다. 섭시티, 세틀러 같은 게임이 대표적인데, 이들 게임의 특징은 한마디로
시뮬레이션 스타일의 게임이라는 것이다. 즉, 지금 유행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대부분 전투위주로 진행되어 모든 유닛이 전투유닛 아니면
건설유닛이고 유닛이 플레이어의 명령에 즉각 반응하는 것과는 달리, 플레이어가 유닛의 행동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보다는 좀더 멀찍이 떨어져서
지시하는 방식의 게임이라는 것이다.
컨트롤이 아닌 운영!
이 게임은 따지고 보면 스타크래프트와 비슷한 진행방식을 가지고 있다. 건물을 짓고, 유닛을 만들고, 자원을 모으고, 적을 공격한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와 이 게임의 결정적인 차이라면, 그건 유닛을 마음대로 생산하거나 컨트롤 할 수가 없다는 것일 것이다. 더군다나, 유닛을
만드는 데는 자원이 들지 않는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유닛을
생산하고 그 유닛에 명령을 내린단 말인가? 이 게임에 나오는 모든 유닛은 가족이라는 단위로 엮어져 있다. 즉, 처음 주어지는 유닛들이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교육시킬 수 있는 상태가 되고, 이 유닛을 짐꾼이나 사냥꾼, 대장장이 등으로 교육시켜서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일단
교육받은 유닛은 스스로 일을 찾아 나서기 때문에 따로 더 지시를 내릴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 전체적인 방향만 잡아주면 유닛들이 그에 맞게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디에 건물을 건설하라고 명령하면, 정해진 우선순위에 맞게 먼저 짐꾼이 거기에 맞는 자원을 갖다 놓고,
기술자가 가서 건설을 한 후에, 그 건물을 운영할 수 있는 유닛이 가서 건물을 가동시키는 식이다. 조금 낯선 방식이지만 마치 심시티를 하는
느낌으로 '운영'한다면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유닛은 여러 가지를 요구하는데, 집, 직업, 먹을 것, 기호품, 종교 활동을 위한
사원 등 다양한 욕구를 하나라도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고 급기야는 마을을 떠나기까지 한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유닛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수시로 체크하면서 관리해주어야 한다. 특히 기호품의 경우는 여러 종류를 요구하는데다 직접 생산할 수 없는
것도 있으므로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생산할 수 없는 물품은 무역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또, 일정조건을 충족시키면 3단계의 시대발전을 할
수 있는데 시대발전을 하면 건물숫자제한과 유닛숫자제한이 늘어나고 더 높은 단계의 기술을 연구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마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에서의 시대업그레이드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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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틀과 새로운 변화사이에서..
사실 게임을 만들면서 기존의 게임이 만들어 놓은 세련된 틀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게임을 보고 배우면서 만드는 것 역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있어서 크게 한몫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게임의 완성도는 흠잡을 데 없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곧 기존의 게임에서 너무나도 많은 요소를 가져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는 말과도 같다. 세틀러 3을 플레이 해본 게이머라면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래픽부분에 있어서는 훨씬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수가 많아지면 조금 특징을
분간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비교적 세밀하게 표현된 건물과 유닛은 단순히 다른 게임의 모방작이라는 말을 못하게 한다. 몇몇 새로운 요소도
게임에 잘 융합되고 있는 것 같으니 세틀러와 같은 게임의 팬이라면 이 게임도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 곳곳에 웬지 모를 부실한
구석이 조금씩 눈에 띄지만 그것은 게임자체에 있어서 흠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한 예로 필자는 이 게임을 하는 도중에 무심코 Alt
+ Tab을 눌렀다가 다시 게임에 들어 가지지 않는 불상사를 만나기도 했다. Nvidia 계열의 그래픽카드에서 앤티앨리어싱 기능과 충돌이
있다고 해서 그 기능을 끈 채로 다시 해봤으나 마우스 포인터가 나타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최근에 나온 패치를
설치하면 해결이 된다.
그래도 새로운 요소들은 있다..
위에서 잠시 언급한 것과 같이 이 게임에서는 무역이나 외교를 할 수 있다. 무역은 무역창을 통해서 하는데, 비행상인이라는 비행선을 타고
다니는 상인들에게서 물품을 팔거나 살 수 있다. 생산할 수는 없고 무역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물품도 있어서 무역을 이 게임에서 빠뜨릴 수
없는 요소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외교의 경우는 상대 플레이어에게 선전포고를 하거나 물품을 제공함으로서 외교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다. 이러한
외교나 무역은 게임을 진행하는데 있어 조금 더 편리함을 제공해 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이 게임에서는 신이 있는데, 기도를
하거나 공물을 바침으로서 신의 기분을 좋게 해서 금벼락을 맞거나 적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이러한 몇 가지 요소는 간단히 기존의 틀에
덧붙여 진 것이지만 게임의 개연성과 자유도를 좀더 높여 플레이어가 게임에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네이션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가족이라는 개념의 도입이다. 심즈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모든 유닛은 가족을 가지고 있고 집과 먹을 것의 제공,
마을에 대한 만족도, 심지어 마을을 떠날지 말지 결정하는 것 모두 한 가족을 단위로 이루어지게 된다. 때문에 가족구성원 모두에 신경 쓰지
않으면 그들은 불행해져서 마을을 등지고 떠나갈 것이다. 모든 가족을 만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마치 예전의 '테마병원'
시리즈와 같은 서비스제공 시뮬레이션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직접 한 가족에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은 육성 시뮬레이션을 좋아하는
플레이어에겐 또 하나의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비록 그 가족이라는 요소가 느끼기에 따라서 그냥 눈에 잘 띄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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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아기자기한 그래픽
그래픽은 스타크래프트처럼 3D를 가장한 2D그래픽인데 모든 물체는 랜더링 된 이미지를 캡쳐해서 2D로 만들어져 있다. 화면을 회전시킬
수도 있었으면 그 아기자기함과 시뮬레이션으로서의 몰입도가 배가 될 수 있었겠지만 화면회전은 지원되지 않는다.(그것이 3D를 가장한
2D그래픽의 한계인가?!)하지만 이러한 방식 역시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정도 그래픽으로도 상당한 사양을 요구하는데
3D로 만들었다면 아마도 끔찍한 사양을 요구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적당히 아기자기하다. 너무 아동취향도 아니면서 각지지도 않은
두리뭉실한 느낌의 그래픽은 이 게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그 약간의 아기자기함에 맞게 아기자기한 행동도 가끔 하는데 유심히 관찰해보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줄넘기를 하거나, 여가를 즐기고 있는 낚시꾼의 모습을 보면 굉장히 평화로워 보여서 마치 심즈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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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부실해 보이는 첫인상과 무늬만 3종족
이 게임에서는 아마존, 핌몬, 사지키 라는 세 가지 종족이 등장한다. 종족 간에 큰 차이는 보이지 않는데, 그저 생산할 수 있는 기호품
몇 가지가 다르다는 것뿐이다. 특이한 점이라면 아마존 족은 여성중심사회이고 다른 종족은 남성중심사회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핌몬과 사지키
족에서는 직업 중에 '여자'라는 것이 등장하는데, 여자들은 이상하게도 식사도 하지 않고 식량을 채집하고 시장에서 장을 본다. 아마존 족에서는
이 '여자'라는 이름의 직업을 '남자'라는 직업이 대신한다. 그것 외에는 각 종족 간에 그다지 다른 점은 발견할 수 없다.( 무늬만
3종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여자'라는 직업은 초기에 식량채집에 이용되고, 각 가족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가져가는 역할을 할
뿐, 미션의 후반부에 채집할 수 있는 자원이 없어지면 그냥 노는 직업으로 전락해 버린다. 웬지 가족이라는 컨셉을 위해 억지로 집어 넣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성공적인 한글화와 친절한 설명
일단 게임의 한글화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게임에 시뮬레이션 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갈수록 게임은 조금씩 복잡해지게 되는데
게이머가 그것을 쉽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설명이 필수적이다. 그런 점 에서
네이션스 골드의 한글화는 성공적이다. 특히 어색한 표현이 거의 없이 매끄럽게 한글화했다는 것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사실 게임 안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하는 이런 종류의 게임에서 한글화는 평가의 대상이라고 할 수 없는 아주 기본적인 것인데, 개중에는 정말 성의 없는 한글화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성공적인 한글화와 함께 이 게임에서는 적절한 튜토리얼 모드를 마련해두고 있어서 이 튜토리얼 모드를 한번 플레이 해본다면
게임 진행자체에서 막히는 부분은 없게끔 배려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튜토리얼 모드와 성공적인 한글화는 게이머들이 이 게임에 좀더 다가가기
쉽게 해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외에도 곳곳에 마우스포인터를 올려놓고 있으면 설명이 나오는데 이 역시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멀티플레이가 있긴 하지만...
LAN을 이용한 멀티플레이와 인터넷을 이용한 멀티플레이를 지원하긴 하지만, 인터넷을 이용해서는 아예 접속도 되지 않았다.( 뭐 애초에
매뉴얼 표지에 'LAN을 이용한 멀티플레이 가능'이라고 어느 정도 암시를 해주고는 있지만. )하지만 원래 이런 종류의 게임이 클리어 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든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멀티플레이를 하는 사람이 그리 많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이런 점 때문인지 게임 역시 싱글플레이
위주로 되어있다. 오리지널 버전과 확장팩의 합본인 '네이션스 골드' 에는 기존의 게임과 함께 새로운 미션이 추가되어 있다. 한 종족 미션 약
10개 X 3종족 X 오리지널미션과 골드미션 2종류로 약 50개의 미션을 해볼 수 있다.( 많기도 하네.. )
솔직히... 조금 복잡한 게임
24가지의 자원, 20가지 이상의 유닛, 35가지 건물, 다양한 방식의 외교, 무역, 전쟁, 기타 등등...... 다양한 요
소가
게임의 자랑이 되는 경우도 많긴 하다. "가지 유닛의 화려한 조합!", ", **등 다양한 게임요소!" 하지만 숫자가 이 정도까지
되면 골치가 아파 오기 시작한다. 솔직히 저 숫자를 다 더해 보라. 인간이 한번에 기억할 수 있는 항목은 7가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조금
복잡함에 손대기 망설여지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도 그 유닛을 꼭 다 만들 필요는 없고, 대부분 관리는 유닛들이 알아서 해주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게임은 한국에 발매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느긋하게 즐겨라!
최근의 게임은 액션과 속도감을 중요시한 것이 많다. 아니 이걸로도 부족해서 온라인에서는 경쟁적으로 아이템을 모으고, 레벨을 올리고,
등수를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요소가 없으면 아예 외면당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런 게임만 하다보면 어느새
거기에 질려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차분한 마음으로 한가롭고 느긋하게 평화로운 마을을 운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즐긴다면 네이션스 골드는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제공되는 미션도 많고, 게임에 빠져들기만 하면 나름대로의 재미를
듬뿍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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