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라이프의 명성을 잇는 확장팩

다시 블랙메사 연구소로
미국정부의 주도로 비밀스런 물리학 실험이 이루어지는 블랙 메사 연구소. 이곳에서는 차원이동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 정체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연구소는 철저한 보안으로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하프라이프의 MOD
어포징 포스는 FPS(First Person Shooting, 1인칭 액션)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 하프라이프의 MOD(Modification)인데, 이 MOD라는 것은 어떤 게임을 수정해서 전혀 다른 형태의 게임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수많은 유저들이 하프라이프의 MOD를 만들어 놓은 것을 볼 수 있고 그 중에는 하프라이프 : 카운터스트라이크(테러리스트와 경찰이 싸우는 바로 그 카운터스크라이크)같은 원본보다 더 많이 알려진 MOD도 존재한다. 이 카운터스트라이크를 해 본 플레이어라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하프라이프라는 게임은 정말 놀라운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먼저 상당한 그래픽을 보여주면서 시스템의 사양은 그다지 많이 차지하지 않는 것은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고, 게임이 발매될 당시 FPS장르의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심각한 속도저하 문제를 별도의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없이도 프로그램으로 깔끔하게 해결해버린 것 역시 찬사를 받는 부분이다. 그리고 덧붙여 제작툴을 공개한 것은 카운터스트라이크 같은 뛰어난 하프라이프의 MOD가 제작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 동시에, 결과적으로 보면 카운터스트라이크가 상용화되었기 때문에 게임의 제작사에도 이익을 가져다 준 결과를 낳았다.(물론 하프라이프 원본이 있으면 카운터스트라이크를 다운로드받아 즐길 수 있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그렇기 때문에 FPS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98년 발매 이후 50여 개의 게임관련 랭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가장 인기 있는 FPS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손색없을 정도였다. 퀘이크2의 엔진을 개조해서 제작한 하프라이프가 이렇게까지 크게 평가받으리라고는 퀘이크의 제작사 id소프트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게임이 높이 평가받는 것은 단지 뛰어난 엔진이나 작품성 있는 수많은 MOD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SF미스터리라는 장르와 FPS 최초로 작품성 있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하프라이프 시리즈의 최대 장점이다.

|

|

---|---|---

여전히 매력적인 그래픽
전작인 하프라이프를 해 본 플레이어라면 그 과학적이고 사실적인 설정에 크게 놀라거나 반해버렸을 것이다. 특히 어렸을 때 과학자를 꿈꿔 본적있는 세대라면 그 신선한 충격은 온몸에 전율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 세밀하고 사실적인 장비들은 이제껏 어떤 게임에서도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하프라이프 이전의 FPS는 싱글플레이에서의 스토리는 별로 신경쓰지 않은 것 같다. 퍼즐게임에서나 나올 것 같은 그저 그런 배경스토리를 가진 채로 그저 입체미로속으로 뛰어드는 수준을 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하프라이프는 거기에 스토리라는 어찌보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첨가함으로서 FPS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렸고, 그 후 FPS는 하프라이프가 열어준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그 전작의 바통을 이어받은 어포징 포스에서도 역시 다양한 과학 시설물과 세밀한 SF적인 장치, 그리고 개연성 있는 이야기전개를 볼 수 있다. 게다가 그런 설정에 딱 맞는, 각종 과학장치를 이용한 퍼즐도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이 게임을 플레이 해보고 나면 왜 다른 게임은 이런 식으로 만들지 못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SF라는 장르가 FPS라는 형식에 잘 어울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하프라이프는 액션어드벤처라고 부를 정도로 짜임새 있는 구성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건 그 확장 팩이라 할 수 있는 어포징 포스 역시 마찬가지다. 과학적인 개연성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는 정말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 이야기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샌가 아드리안 셰퍼드가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발매된 지 조금 오래되어 그런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그래픽 부분이 약간 부족해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플래티넘 팩이 발매된 지금에 와서 이 게임의 그래픽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이제 하프라이프2가 출시를 앞두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래픽수준을 최고로 설정하고 보면 꽤 볼 만한 화면을 보여주고, 또 멀티플레이에서나 싱글플레이에서나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속도저하가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뒤떨어진다고만은 볼 수 없다. 언리얼시리즈를 비롯한 한국에 출시된 여러 유명한 FPS 장르의 게임들이 고사양을 필요로 한다는 것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낮은 사양에서도 쾌적한 속도를 낼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점차 게임의 그래픽 수준이 향상될수록 더 고성능의 하드웨어를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추세로 보이지만, 지나치게 하드웨어의 성능에만 의존하는 게임은 결국 소프트웨어에서 추가적으로 더 빠른 처리가 가능한 게임과 비교하면 훨씬 느린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비슷한 그래픽을 보이지만 심각하게 속도가 느린 게임도 있는 반면 쾌적한 게임도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인데, 어포징포스는 발매 당시를 생각해 본다면 상대적으로 저사양에서 높은 수준의 그래픽과 높은 프레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당시로는 놀라운 수준이었고, 지금 플레이 해봐도 전체적으로 결코 뒤떨어져 보이지는 않는다.

|

|

|

---|---|---|---

한층 어려워진 전투
기본적으로 어포징포스는 하프라이프의 확장 팩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시스템은 바뀐 것이 없다. 하지만 어포징포스에서는 주인공이 전작의 물리학자 고든 프리먼에서 전문적인 전투훈련을 받은 아드리안 셰퍼드로 바뀐 만큼 프리먼이 감당해야하는 것 보다 더 많은 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거기에 걸맞게 무기도 한층 대단한데, 군용 단검이나 저격총, M60 같은 군인들이 쓸만한 무기를 비롯해 파이프 렌치 등 무지막지한 무기도 등장하며, 외계인들이 쓰는 무기도 여러 종류가 새롭게 등장한다. 파이프 렌치는 근거리 무기인데도 거의 기관총에 가까운 파괴력을 자랑하고, 저격 총은 강력하지만 장전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는 등 각각의 무기마다 특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무기를 골라 쓰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전체적인 난이도는 하프라이프 보다는 조금 더 높은 것 같다. 아무래도 군인이 주인공이 군인이라서 그런 걸까? 3단계로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 역시 전작과 같기 때문에 게임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얼마든지 쉬운 난이도로 플레이할 수 있다.
이 게임에서는 시리즈 최초로 많은 아군이 등장한다. 의무병, 공용화기병, 용접병 등 나름의 개성을 가진 여러 직업의 군인이 나와 셰퍼드를 돕게 된다. 아쉬운 것은 그들의 인공지능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것과, 같이 난관을 헤쳐 가는 동료라기보다는 잠시 도움을 주고 사라지는 역할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이들 동료의 비중이 높았다면 롤 플레잉 같은 진행을 할 수 있는 FPS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들은 총알받이로는 꽤나 쓸모 있기 때문에 그들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

|

---|---|---

|

|

비밀은 풀릴 것인가?
어포징 포스는 멀티플레이도 가능하지만 그보다는 아무래도 싱글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진 게임이다. 그 스토리 라인이 오리지널의 이야기를 다른 시각에서 본 것이기 때문에 원작을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게이머라면 어포징 포스의 어떤 부분에서 원작에 나왔던 요소를 찾을 수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풀어 가는 과정은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과연 전작에서 생긴 궁금증이 이번에 풀릴 것인가?
사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어포징 포스에서는 전작에서 궁금증을 남겼던 수많은 비밀은 풀리지 않고 오히려 깊어만 간다. 정신 없이 연구소로 날아가는 도중 외계인의 폭격을 받고 불시착한 셰퍼드는 자신들이 죽여야 할 목표인 연구원들에게 오히려 도움을 받고 생명을 부지하게 된다. 어딘지 모를 곳에 떨어진(이 블랙메사 연구소는 너무 넓다^^)셰퍼드는 고든 프리먼을 찾기보다는 흩어진 동료들과 먼저 만나야 한다. 게다가 셰퍼드와 함께 온 해병대만이 아니라 또 다른 특공대가 블랙메사 연구소에 먼저 투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또 그 또 다른 특공대는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셰퍼드를 공격한다. 외계인과 싸우랴, 프리먼 쫓으랴, 정체도 알 수 없는 특수부대와 싸우랴, 정말 정신이 없다. 게다가 도중에 보면 외계인끼리도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다. 정말 누가 설명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스토리지만 워낙 그럴듯한 설정 탓에, '그렇겠구나' 하고 의문은 뒤로 한 채 앞으로 나가게 된다. 조금은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 것이 사실이지만. 하프라이프2 에서는 제발 좀 모든 의문이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덧붙여, 전편에 비해서 길이가 조금 짧다는 점도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플레이 타임은 전편의 70%정도지만 느낌상으로는 전편의 그 놀라운 규모에 비하면 절반정도밖에는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짧은 플레이타임은 비밀에 다가가고자 하는(?) 많은 유저들을 실망시킬 것이다.

|

---|---

현장감 있는 사운드
어포징 포스의 사운드는 전편의 사운드를 그대로 이어받아 흡족한 수준을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효과음도 충실하지만 그것을 이용한 연출력 역시 좋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달려드는 외계괴물의 날카로운 소리나 어둠 속에서 들릴 듯 말 듯 들리는 괴물들의 꿀꿀대는 소리는 공포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거대한 파이프 등의 넓은 실내 배경으로 가면 모든 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을 수 있는데, 이런 효과는 시각적인 효과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거대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FPS에서는 그래픽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다. 그 외에도 각종 과학시설이 움직일 때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나 모터 돌아가는 소리 같은 것은 상당히 현실감 있어 게임의 재미를 더욱 더해준다. EAX같은 입체음향을 지원하므로 4채널 이상의 스피커가 있다면 이것을 이용할 수 있다.

|

---|---

한글화는 없다
필자가 플레이한 어포징 포스는 하프라이프가 발매된 지 상당한 기간이 흐른 후에 출시된 하프라이프 : 플래티넘 팩에 포함된 버전이었다. 원작이 발매된 지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한글화가 되어 출시될 법도 하지만 한글화는 전혀 되어있지 않다. 한마디로 미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영문버전과 완벽하게 동일한 버전이다. 그래서 이전과 같은 피가 초록색으로 표현된다든지 하는 '잔인성 제한' 은 없어졌지만, 영어를 모른다면 아무래도 이야기에 몰입하기는 굉장히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총을 쏘는 것을 넘어선, 스토리가 있는 FPS로 주목받은 하프라이프 시리즈를 단지 슈팅게임으로만 즐길 수밖에 없다는 것은 정말 아쉬운 점이다. 자막이라도 넣어서 한글화를 했더라면 하는 바람이 생길 정도다. 이번에 발매된 버전이 미국 직수입 판을 그대로 한국에 유통시키는 형태이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로 한글화에 조금 어려움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고, 유통사가 한글화를 하는 것에 따른 수익성을 별로 높게 생각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작정 영문버전을 출시하는 것은 왠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것 같다.

|

---|---

지금 해봐도 만족스러운 게임
요즘 게임은 왠지 몰입할 수 없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겉모습은 보기 좋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겉모습밖에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어포징 포스는 그런 점에서 보면 적어도 많은 정성이 들어간 기본이 잘 되어있는 게임이다. 게다가 저 사양에서도 무리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FPS다. 영어를 조금 안다면 SF미스터리의 세계에도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의 모든 게임리뷰에서 최고의 게임이라는 찬사를 받은 하프라이프. 그 확장 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어포징 포스는 지금 플레이해봐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만족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얼마 후에 최고의 기대작 하프라이프2가 출시될 예정인데, 그 스토리는 당연히 하프라이프에서 이어지기 때문에 하프라이프2 이전의 이야기를 먼저 알아두고 싶다면 한번쯤 플레이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