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기본
국산게임
90년대 초중반, 많은 국산 게임 제작 프로젝트가 한국의 이름을 걸고 세계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진행되었지만 불법복제,
정품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의 부족, 그리고 외국 게임에 비해 많은 자잘한 버그 등 다양한 문제점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서서히
침체되어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게임은 "복사해서 얻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주도적이었고, 게임의 판매망도 사실 별로 제대로 된 것이
없었으며, 심지어는 게임을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게이머도 많았다. 덕분에 대부분의 유저들은 불법복제를 통해 게임을 얻었으며, '그냥 얻을 수 있는 것을 돈주고
왜 사느냐' 라는 것이 당시 대다수 유저들의 생각이었다. 그 후 한국의 게임제작사들은 불법복제가 게임시장 침체의 주요원인이라고 판단,
이용료를 내는 형식의 온라인 게임으로 일제히 방향을 돌렸고 이제는 '패키지' 게임은 거의 발매되지 않거나, 게임의 주 소비층인 청소년연령
이상에서는 불법복제를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을, 유아용이나 아동용 게임만이 간간이 발매되어 국산게임이라는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패키지' 게임은 새롭고, 신선하고, 때로는 슬픈 '시작'이라는 것이 있어 게임에 빠져드는 듯 몰입할 수 있고, 시원섭섭하고, 때로는
안타깝지만 대부분은 행복하게 끝나는 '결말'이라는 것이 있어, 마치 살아있는 한 권의 책과 같다. 그래서 아직 상상할 부분이 남아있는 공간을
게이머들에게 제공해주지만, 지금의 온라인 게임에는 레벨 업을 위해 전문적이고 철저하게 무한히 반복되는 마우스 클릭만이 존재할 뿐이다. 과연
한국 패키지 게임은 다시 부흥할 수 없는 것인가. 패키지 게임을 기다리는 유저들의 기대는 끝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걸까? 그런 침체된
한국게임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게임이 오랜만에 출시되었으니, 이름하여 해상왕 장보고. 과연 이 게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며 그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까. 지금부터 그 본 모습을 살펴보자.
배틀렐름엔진
먼저, 이 게임에서 이용하고 있는 배틀렐름 엔진에 대해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게임은 어떤 게임이든 화면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 지를
구현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간단한 테트리스 같은 경우야 어떻게 엔진 없이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3D게임의 경우에는 고도로 복잡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그래서 일단 게 임을
만드는 도구의 하나이기도 하면서 화면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는 '엔진'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을 만든 후, 그것을 이용해 게임을 만들게 된다.
이 게임에서 사용한 그래픽 엔진은 배틀렐름 엔진이라고도 불리는 'Liquid Engine' 엔진으로 이 엔진이 배틀렐름 엔진이라고도 불리는
이유는 '배틀렐름' 이라는 게임에서 이용된 엔진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게임엔진에 게임의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그 엔진의 특성을 가장 잘
말해주는 것이 바로 그 엔진을 이용해서 만든 게임이기 때문으로, '배틀렐름 엔진을 이용해서 게임을 만들었다'고 하면 먼저 사람들은
배틀렐름이라는 게임을 떠올리게 되고, 그 수준의 그래픽은 기본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배틀렐름이라는 게임은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준 게임이어서, 최근 인기가 높은 워크래프트3의 제작진도 그 내용의 일부를 참고 했을 정도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배틀렐름 엔진을 이용한 이 게임도 어느 정도는 그것을 충족시켜준다. 즉, 유명한 고성능의 엔진을 이용함으로서 그래픽에 있어
어느 정도 기본 점수를 따고 들어가게 된 것이다. 배틀렐름 엔진을 썼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흠잡을 데 없는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그래픽을
보여 주고 있고, 특히 각종 공격효과는 워크래프트3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화려하게 표현되고 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배틀렐름
엔진의 성능을 100%로 이끌어내지는 못한 듯 싶다. 배틀렐름 엔진의 특성인 지형의 고저 차에 따라 유닛의 공격력이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라든지, 주변 환경의 세세한 표현 같은 것은 그다지 볼 수 없다. 왠지 전략적인 선택의 폭이 줄어든 것 같은 모습이다. 그리고 유닛의
표현에 있어서도 배틀렐름 수준의 그래픽을 기대하는 것은 조금 지나친 것 같다. 사실적인 표현보다는 아기자기한 모습을 지향했기 때문에 다분히
아동취향의 그래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쁘지는 않다. 그리고 사족으로, 화면밝기 조정에서 밝기와 색대비가 혼합되어있기 때문에 게임
내 옵션에서 화면의 밝기를 조금 더 밝게 조정하면 화면의 밝기도 증가하면서, 좀 더 따뜻한 색감의 그래픽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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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을 들을 수 있다
이 게임에서 참 반가운 것은, 곳곳에서 한국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외국 게임을 많이
해도 애국자가 되는 것 같다. 사실 최근에는 외국 대작 게임을 중심으로 음성까지 현지화를 하는 경향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한국말을 들을 때의
반가운 정도가 조금은 덜해진 것 같은 느낌은 있지만, 외국 게임의 영어 해석 체의 어색한 말투와 한국 게임의 본토 그대로의 말과는 역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닛을 선택할 때 나오는 말투는 한국어의 느낌을 잘 살려 외국게임을 한글화 한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이것이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다는 것일까. 역시 한국말은 한국인이 만들어야 제대로 표현이 되는 것 같다. 이 게임에서 대사를 비롯한 모든 언어는
한국에서 제작된 게임답게 한국어로 되어있다. 특히 일부 목소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유명 성우가 기용되어 완성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해당
성우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반가운 마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구색은 다 갖췄다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 게임은 12세 정도의 연령을 목표로 하고 만들어진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그래서
그래픽은 조금 '귀여운' 모습을 목표로 하고 만들어진 것 같다. 캐릭터는 잘 표현되었기 때문에 특별히 거슬리지는 않는다. 유닛이 공격당했을
때 '헉', '악' 등의 글자가 유닛의 모습에 표시되는 것은 상당히 재치 있는 만화 적인 발상이다. 비록 워크래프트3 등에서 유닛의 머리
위에 글자로 정보를 표현해 주는 방식을 먼저 선보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재치가 색이 바래지는 않는 것은 글자가 뜨는 모습이 캐릭
터와
잘 조화를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눈에 띄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이것은 모든 살아있는 유닛이 잠을 자면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영웅을 제외한 모든 살아있는 유닛은 체력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잠을 자서 체력을 서서히 회복할 수 있게 되어 있다는 말로,
잠을 자는데 별다르게 소모되는 자원은 없고 언제나 잠을 잘 수 있기 때문에 교전이 끝나면 반드시 잠을 자게 해서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영웅이 잠을 잘 수 없는 것은 좀 이상한 부분이다. 영웅은 언제나 깨어있어야 한다 뭐 이런 것인가. ^^
곳곳에 조금씩 보이는 이런 재치 있는 요소를 빼면, 사실 이 게임은 그다지 개성 있는 게임이 아니다. 이제까지 수많은 제작자들이 만들어왔던
흐름을 그저 따르고 있을 뿐이다. 일꾼을 만들고, 그 일꾼으로 건물을 짓고, 그 건물에서 공격유닛을 만들어 상대를 전멸시키면 된다는 전략
시뮬레이션의 큰 흐름을 충실하게 따르면서 세부적인 부분은 다른 게임에서 보여줬던 수많은 요소를 혼합해서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보면
세련된 모습으로 보이고, 게임의 진행에 있어 껄끄러운 점은 없다. 하지만 이 말은 이미 익숙해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게임이라는 말과 함께,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식상한 게임이라는 말도 된다.
실제로 이 게임에서 보여지는 거의 대부분의 요소는 다른 게임에서 선보였던 것이어서 게임을 하면서 상당히 식상했다. 한 두 개의 새로운
아이디어는 첨가되었을지 몰라도 어느 것 하나도 독창적인 '시스템' 이라고 불릴만한 새로운 방식을 선보이지는 못했다. 건물 건설, 유닛 제작,
공격, 마법사용, 영웅시스템(조금 엉성하긴 하지만), 공격용 타워 건설, 낮과 밤이 존재하는 것, 그리고 게임 외적인 요소로 배틀넷과 비슷한
인터넷 플레이를 지원하는 조이온넷 등, 없는 것 없이 구색은 갖추었지만 이런 것들은 너무 많이 보아왔던 것이어서 새로움을 느낄 수 없다.
또한 여러 군데에서 빌려온 수많은 요소들은 별다른 충돌 없이 섞이기는 했지만 조화를 이루었다기 보다는 모두 그 개성을 잃어버린 채 함께
억지로 포장되어버리고 만 것 같다. 한 예로 이 게임에서는 낮과 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단지 밤에는 모든 유닛이 시야가 조금 줄어든다는
것과 화면이 좀 더 어두워진다는 것말고는 별 다른 점이 없다. 게임 내에는 밤에 싸우는 것이 더 피곤할 것 같은 어린 아이와, 밤에 더 힘을
낼 것 같은 야행성으로 보이는 늑대나 밤에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것 같은 '귀신' 유닛이 존재하지만, 그 개성은 그냥 무시된 채로 밤에
시야가 조금 줄어들 뿐이다. 이건 그냥 다른 게임에서도 밤과 낮이 존재하고, 다 있으니까 우리도 만들자 하는 식으로 만들었다는 것으로 밖에는
짐작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왜 아무런 특징이 없는가? 새로운 요소가 없다는 것은 이 게임이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게임에 대한
개념을 주도해 나가지는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색을 다 갖추고, 부족한 것 없이 무난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크게 흠잡을 데는 없다는 것을
의미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쟁을 해야 하는 게임 시장에서 그 무난한 게임과 여러 요소가 잘 조화된 특징 있는 게임이 경쟁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좀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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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한 싱글플레이와 사실과는 관계없는 설정
사실, 무엇보다도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게임은 재단법인 장보고기념사업회라는 단체에서 제작을 지원한 것과는 어울리지 않게 역사책에 나오는
인물인 장보고와는 거의 관계없다는 것과, 싱글플레이의 스토리 라인이 지나치게 엉성하다는 것이다. 패키지 게임은 온라인 게임도 아니고,
싱글플레이를 기본적인 전제로 하기 때문에 배경설정이나 싱글플레이의 짜임새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싱글플레이의 완성도가 수준
이하 다.
대부분의 미션은 그냥 병력을 무작정 생산해서 공격하면 되고, 맵도 극도로 단순해서 무슨 일방통행 도로에서 병력을 이동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설정도 상당히 이상한데, "역사 속의 인물을 게임으로 만나본다" 라고 광고하는 것과는 달리, 장보고와 정연 등 주요 인물의 이름만을 가져왔을
뿐이다. 그들의 성격이나 성향, 실제 있었던 사건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고 게임 내내 적이 쳐들어오면 무작정 공격할 뿐이다. 게다가 "역사적
사실을 배울 수 있다"는 광고내용과 상반되게 당시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거나 하지도 않고, 오히려 가공의 인물이 큰 흐름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 정도는 사실 너그럽게 보면 소설적인 상상력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문제가 될만한 부분은 다른 나라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게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4종족 중 중국은 그 구성이 반란군 두목과 부패한 관리 등으로 되어있고, 일본은 아예 뱀인간, 귀신,
반인반수로 구성되어 있으며 맹목적으로 침략을 일삼는 것으로 묘사되어있다. 제작사에서 이 게임은 12세 정도의 연령층을 대상으로 제작했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교육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편파적인 역사관을 심어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스토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그저 장보고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전투를 계속하다가 결국 신라가 일본을
물리친다는(?!) 이야기인데, 신라와 일본은 자잘한 분쟁은 겪었어도 전쟁은 한 적이 없지 않은가... 아동대상의 게임에 역사를 근거로 하고
있다고 밝혀놓고 이런 식으로 만든다면 이 게임을 하는 어린 유저들이 역사관을 정립하는데 큰 혼란을 겪게 되지 않을까? 아니면 애초에
'역사적인 인물을 소재로 재구성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 정도로 밝혔어야 하지 않을까? 이 게임은 역사 속의 몇몇 인물과 약간의 상황만을
가져왔을 뿐 그 흐름이나 사건 같은 것은 사실과는 거의 관계가 없으므로 혹시라도 당시 역사를 모르는 게이머라면 이 게임이 사실을 근거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두기 바란다. 그럼 이렇게 만들어진 스토리는 어떨까? 결론적으로 짜임새가 전혀 없다. 어디선가 뜬금없이 나타나 신라를
공격하는 '나가' 라는 이름의 뱀 인간은 워크래프트 시리즈에 등장한 '나가 씨 위치'를 완벽하게 베껴온 것인데, 그나마 이 나가도 장보고에게
싸우는 동기를 부여하는 입장에 있는, 큰 흐름을 이끌어 나가는 주요 인물이면서도 단 한번 출연해서 '분하다. 다음에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다'
이 정도 대사만 하고 사라진 후 종적을 알 수 없게 된다. 심지어 나가가 만들었지만 너무나 강력해 오히려 나가를 조종하게 되었다는 반인반수
'수왕' 이라는 캐릭터는 마치 사건의 숨겨진 핵심인물인 것처럼 보이지만 한번도 출연하지 않고 그냥 끝나버린다. 그리고 부패한 중국인들도
신라까지 소수의 병력으로 쳐들어왔다가 한번 패한 뒤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버리고 신라에는 평화가 오게 된다. 황당하지 않은가? 쇳덩이인줄 알고
들어보니 스펀지인 것처럼 허무하다. 한마디로 엉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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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에 대해
이 게임도 전략시뮬레이션인 이상, 각 종족간의 밸런스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기본적으로 밸런스라는 것은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테스트 해 본 후에야 잘 맞는다, 잘 맞지 않는다라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다. 일례로 예전에 스타크래프트에서, 테란
종족이 연이은 패배를 거듭하자 다들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임요환이라는 당대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나타나 믿을 수
없는 고 난이도 컨트롤로 순식간에 그것을 극복한 후에 각종 게임대회를 제패한 일도 있지 않았는가. 그런 것을 생각하면 리뷰를 위한 며칠 간의
플레이로는 밸런스가 어떻다고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을 듯 하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보면 어느 정도 언밸런스는 존재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먼저, 첫 번째 이유는 이 게임에서 물량의 법칙이 통하면서 방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 말은 곧 초반에 기본유닛을 대량으로 만들면 그것을
막을 방도가 별로 없기 때문에 승패가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게이머는 승리하기 위해서 한 두 종류의 유닛을 대량으로
만든 다음 무조건 공격하는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이 게임에서는 유닛간의 상성이 별로 크지 않아 스타크래프트처럼 한 두 기의 유닛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다수의 적을 방어한다든지 하는 전략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그래서 플레이 할 때는 스타크래프트 이전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기본유닛을 대량으로 만들어 공격하는 단순한 패턴을 벗어나기 어렵다.
두 번째 이유는 맵의 밸런스가 별로 라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 이용하는 배틀렐름 엔진이 원래 이용된 배틀렐름이라는 게임은 지형의 고저차에
따라 공격력이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게임인데, 이 게임의 맵에서는 지형의 고저차는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맵의 모양도 단순하기 때문에
지형을 이용한 전략 같은 것은 시도하기 어렵다. 즉, 평지에서 힘 싸움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평지에서 힘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면 전략
선택의 폭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 게임에서는 별도로 맵을 제작하는 도구 같은 것은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작자가 다른 맵을
지원하지 않는 이상 이것은 아무리 유저들의 컨트롤 실력이 는다고 해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 이유이자 가장 큰 이유는 영웅이다. 먼저 영웅에 대해 잠시 설명하자면, 이 게임에서 나오는 영웅은 레벨 같은 것은 없고 위력이 큰
마법을 쓰는 일반유닛과 같은 개념의 유닛이다. 영웅은 각 종족별로 3종류를 생산할 수 있는데, 그 대단한 마법 덕분에 게임의 흐름을 바꿀만한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그 영웅이 나오는
건물이 여러 종류이고 종족별로도 다르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어떤 영웅은 본진에서 나오고 어떤 영웅은 영웅생산건물을 따로 짓는 등
제각기 다른 건물에서 영웅이 나온다는 것이다. 청해진 종족의 경우 본진에서 정연이라는 영웅을 생산할 수 있고, 궁소라는 보병생산소에서
장보고라는 영웅을 생산할 수 있고, 따로 영웅생산을 위한 법화사라는 건물을 지어 엔닌이라는 영웅을 생산할 수 있는 식이다. 다른 예로 신라의
경우는 화랑원이라는 기병양성소에서 김유민이라는 영웅을, 따로 영웅생산건물을 지어 다른 두 영웅을 생산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영웅을 쓰기
위해 그 영웅이 나오는 건물을 지으면, 그 다음에는 그 지은 건물을 활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장보고라는 영웅을 생산하기
위해 궁병양성소를 지었다고 하자. 그러면 그 다음에 그냥 그 궁병양성소에서 궁병을 대량으로 뽑아 공격하는 쪽이 효율적일까, 아니면 따로 또
보병양성소를 지어 보병을 만들어 공격하는 게 나을까. 게다가 보병과 궁병사이에 별다른 상성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대부분은 영웅을
생산하기 위해 만든 건물을 활용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 그러면 또 전략이 단순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자꾸 전략 선택의 폭이 줄어들면 쓸 수 있는 전략은 기본유닛을 꾸준히 생산하는 것밖에는 없을 듯 하다. 특히 초반에는 쓸 수
있는 유닛의 가짓수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더 기본유닛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초반유닛에서 좀 더 고급 유닛으로
교체되는 그 타이밍에 승부가 결정되어 버리는 뻔한 패턴밖에는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족으로, 보통 자원을 캘 일꾼을 20~30 기정도 생산해야 하는데 이건 좀 많은 것 같다. 인구수가 100을 넘어가면 펜티엄4 1.5
컴퓨터에서 심각하게 버벅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게임에서 유닛의 수를 좀 줄일 방법을 생각해도 좋지 않았을까.(한번에 자원을 좀 많이 캐는
등의 방법으로 일꾼의 수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그리고 또 하나, 본진에서도 영웅이 생산되는데 본진의 웨이포인트는 그냥 자원에 찍어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생산된 영웅은 그 웨이포인트를 따라서 자원이 있는 곳에 서 있게 된다. 즉, 영웅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어 헤매다
보면 자원 위에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건 깔끔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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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문제점
이 게임에서 가장 문제가 된다고 보여지는 점은, 컨트롤 시에 딜레이가 있다는 것이다. 유닛에 명령을 내리면 자신의 행동을 계속 하다가
0.5~0.8 초 이후에 반응을 보이게 된다. 죽어 가는 유닛을 후방으로 빼주는 컨트롤을 할 때, 이런 현상은 치명적이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볼 수 있는, 빠른 컨트롤을 이용해 상대의 기지 근처를 배회해서 상대를 긴장시키면서 그것을 방어하게 만들어 아군에 대한 공격을 억제하는
'무력시위' 같은 것도 느린 컨트롤 반응 때문에 시도할 수 없다. 억지로 무력시위 같은 것을 시도하다가는 상대와 마주칠만해서 뒤로 빼 주
면
유닛들은 그대로 전진해서 마음대로 공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는 제대로 된 컨트롤을 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컨트롤 이전에
다른 반응이 빠른 게임에 익숙해져 있는 게이머들에게는 짜증을 일으키는 요소가 된다. 물론 실제상황에서는 병사들이 그렇게 까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든지 설정 상 그럴 수 있을 법도 하지만, 게임 제작사에서 별도의 설명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것은 시스템 상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이전에 언급한, 인구가 많아지면 게임이 급격히 느려진다는 문제도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 게임에서 이용하고 있는 배틀렐름엔진이 그런 상황에 맞는 엔진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배틀렐름이라는 게임은 컨트롤을 극히 중시한
게임이고 인구제한은 50이며, 일꾼을 제외하면 실제 운용 가능한 유닛은 아무리 많아야 30기 이내이기 때문에 아예 많은 수의 유닛이 나왔을
경우를 감안하지 않은 게임이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인구제한이 110이다. 당연히 많은 유닛이 나오게 되고, 엔진에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게 되어 급격하게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물론 그래픽이 약간 저하되어 속도가 조금 빨라진 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인구제한 50에 맞춰진 그래픽 엔진에서 그 두배가 넘는 110의 인구를 처리하려고 시도한 것은 제작사의 무리한 시도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조금 더 빨리 출시되었더라면
만약 이 게임이 워크래프트3가 나오기 전에 발매되었다면 아마도 최고의 한국게임이라는 찬사를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워크래프트3을 베꼈다는
소리도 듣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워크래프트3이 나온 후에 발매되었고, 워크래프트3과 너무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패키지
게임이지만 스토리는 다른 게임에 비해 엉성하고, 멀티플레이에서 밸런스는 여러 부분이 미심쩍다. 그래서 작품성 있는 게임을 기대한다면 많이
실망할 수 있겠다. 하지만 성능이 좋은 엔진을 이용한 덕분에 괜찮은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고, 동양적인 분위기와 함께 모든 음성이 영어해석체의
어색한 한국어가 아닌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나오는 반가움을 느낄 수 있고, 한국게임으로서는 보기 힘들게 인터넷을 통한 멀티플레이를 지원한다.
인터넷을 통한 멀티플레이에서 밸런스가 비록 좀 여기저기 흠이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여기가 어디인가. 일반 게이머조차 외국의 프로게이머와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너무나도 대단한 게임강국 대한민국이 아닌가. 그래서 유저들의 컨트롤로 밸런스는 충분히 극복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이 게임은 비록 게임제작사의 휘황찬란한 선전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전략시뮬레이션의 기본은 전부 갖춘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경쟁상대가 너무 막강한 것 같아서 안타까워 보이지만 말이다. 뭐 아무튼 한국에서 만든 전략시뮬레이션게임을 반드시 해보고 싶다면 또는 한국의
전략시뮬레이션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다면 한번쯤은 해봐도 좋을 게임이다라는 말로 이만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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