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광야를 신나게 달려간다.
사나이의 로망
진흙으로 뒤덮인 거칠고 험한 도로에서 굉음을 울리며 질주하는 자동차. 사나이의 로망이라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랠리야 말로 로망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어울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거친 세상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랠리 게임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고, 그래픽 관련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그 현실감은 급속도로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브이랠리3은 바로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된 랠리게임으로서 사실적인
그래픽을 가진 게임이다.
뛰어난 그래픽
사실, 브이랠리3의 그래픽이 굉장히 좋다는 말을 처음에 했지만 두 가지는 제외다. 하나는 구경하는 관중들의 그래픽이고, 또 하나는 자동차
배기구에서 나오는 불꽃의 그래픽이다. 왜 그런가 하면 관중과 불꽃은 마치 DOS시절 일인칭 액션게임처럼 2D를 이용해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관중은 사람그림을 그린 팻말처럼 보이고, 불꽃은 마치 불꽃 색깔의 비닐을 붙여놓은 듯 너무나 어색해 보인다. 뭐 그렇지만 저
두 가지를 제외한다면 브이랠리3의 그래픽은 과연 시대의 흐름에 맞는 대단한 그래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의 모습은 굉장히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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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인 관중과 2D인
관중이 섞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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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설원, 진흙으로 가득한 우중충한 북유럽의 산지 등 다양한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는 맵의 그래픽은 굉장히 뛰어난 수준이다. 사막을 달리면서 차에 점점 먼지가 앉는 모습이나, 설원에서 눈에 햇빛이 반사되어 빛나는 모습, 그리고 진흙탕에서 몇번 뒹굴고 나면 진흙투성이가 되어버리는 자동차의 모습 등에서는 그동안 하드웨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그리고 게임의 그래픽이란 것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어떤 부분은 사진인지 아니면 그래픽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을 즐겁게 해준다. 비록 몇몇 사물은 가까이서 보면 흉한모습을 드러내지만, 대부분의 모습은 서로 잘 조화되는 모습이다. 배경의 묘사 못지 않게 차량의 그래픽 역시 상세한데, 험하게 운전을 하면 유리가 박살나거나 라이트가 깨지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다양한 색깔의 진흙이 차 위에 올라앉아서 야성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범퍼가 날아가버리고 창문이 깨진 후에 앙상하게 남아있는 골격만으로 힘겹게 주행하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실제 랠리라는 것이 얼마나 거칠고 힘든 일인지 공감이 갈 정도다.
자갈이 깔린 유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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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하는 사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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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설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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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랠리 모드
대부분 레이싱 게임에서처럼 브이랠리3에서도 경력을 쌓아가는 모드를 제공하는데, 이름하여 V-Rally 모드라고 하는 이 모드는 마치 실제
레이서가 경력을 쌓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구성되어있다. 랠리 경주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동차'와 '돈'을 지원해 줄 수 있는 경주팀과
계약을 해야 하며, 경주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간단한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등 사실적인 구성으로 되어있어 마치 실제같은 아슬아슬함과 몰입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이것도 시험이니까^^)그렇게 경주팀에 채용된 다음에는 실제 경주에 참가하게 되는데, 플레이어의 성적에 따라 팀의
사기가 올라가서 자동차 수리속도가 빨라진다거나, 스폰서들이 몰려들어 재정지원이 늘어난다거나 하는 식으로 플레이어의 성과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단순히 경주만 하는 여타 게임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실제 랠리경기처럼 차량이 파손되었을 경우 특정시간 안에
수리를 마쳐야 하는 설정 등으로 인해 약간 난이도가 증가했지만 동시에 좀 더 사실적인 랠리 레이싱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사무실이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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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파손되면 시간내에
수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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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다양하지 않은 옵션
사실 원래 Xbox나 PS2용으로 발매된 것을 PC로 이식한 게임들은 원래 PC용으로 제작된 게임보다 옵션이 상세하지 못하다 던지, 게임
외적인 세부사항을 플레이어에 맞게 상세하게 설정할 수 없다 던지 하는 문제가 조금씩은 있다. Xbox용으로 만들어진 이 게임 역시 그
때문인지 다분히 아케이드성 게임처럼 그다지 많은 옵션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주행한 내용을 다시 볼 수 있는 리플레이 같은 기본적인 기능이나,
주행내용을 분석해 볼 수 있는 Telemetry같은 몇 가지 옵션을 제외하면 PC판에서 제공할 수 있을 법한, 앤티앨리어싱 설정이라든가 좀
더 플레이어의 취향이나 컴퓨터사양에 따라 적절한 그래픽을 선택할 수 있는 세부적인 옵션같은 것은 제공하지 않는 것은 약간 아쉬운 점이다.
플레이 모드도 V-Rally모드와 타임어택 모드, 그리고 챌린지모드 이렇게 세가지 밖에 없고 멀티플레이도 불가능한 싱글플레이 전용 게임인 점
역시 PC 버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충분히 살리지는 못했다는 느낌이다.
리플레이도 별로 많은 옵션
이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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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가정용 게임기 수준의
설정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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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조작성
조작성 부분을 말하기 전에, 먼저 레이싱 게임을 좀 정의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레이싱게임이란, 포장도로를 달리든, 사막을 달리든,
아니면 남극대륙에서 펭귄과 같이 달리면서 점프를 하며 물고기를 사냥하든, 조작이 가능해야만 한다. 조작이 가능하지 않다면, 그것은 레이싱
게임이라 부를 수는 없다. 브이랠리3의 조작성은 한마디로 최악이다. 살짝 방향을 틀면 아예 반응도 안하다가 급하게 틀면 차가 확 꺾여
버리고, 플레이어가 키보드에서 손을 떼어도 차가 여전히 반응을 계속하고 있는 이상한 조작성을 가지고 있다. 그 덕에 물리엔진이 어떻니,
환경변수가 어떻니, 뭐 차량의 진동이 어떻게 사실적으로 반응하니 하는 부분은 완벽하게 묻혀버린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그
이유는 이 게임이 Xbox용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많은 Xbox용 게임이 PC로 성공적으로 이식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문제될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브리랠리3은 Xbox에서 기본적으로 이용되는, 압력을 감지할 수 있는 조이패드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기본으로 제작되었고, 문제는 거기에서 시작된다.
악천후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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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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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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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실패
이 불가사의하게 난해한 컨트롤 감이 생긴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먼저 Xbox의 입력 방식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Xbox의
조이패드는 누르는 정도에 따라서 변하는 아날로그에 가까운 방식이다. 하지만 PC의 키보드는 '누름(On)'과 '누르지 않음(Off)' 두
가지로 표현하는 완전한 디지털 방식이다. 그렇지만, 이식과정에서 PC의 키보드에 대한 별다른 추가설정없이, 키보드로 입력하게 되면 Xbox용
조이패드에 반응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그림1)
[그림 1] PC의 디지털 입력방식과 Xbox의 아날로그에 가까운 입력방식
다시 말해 키보드의 키를 잠시 누르고 있으면 Xbox용 조이패드의 버튼을 살짝 누르는 것과 같은 반응이 나며, 키보드의 키를 오래 누르고 있으면 Xbox용 조이패드의 버튼을 세게 누르는 것과 같은 반응이 나오게 된다. 그래서 항상 '일정한 수준'으로 반응이 오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PC유저들로서는 키를 오래 누르고 있을 경우 갑자기 반응이 급격히 커져가는 느낌은 도저히 플레이어가 제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또 하나, 이 게임에서는 키보드의 키를 떼면 마치 Xbox에서 버튼을 눌렀다가 서서히 떼었을 때와 같이 반응한다. 즉, 버튼을 떼어도 떼는 과정에서 여전히 약간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즉, 그림2에서 처럼 키보드의 키를 떼어도 마치 Xbox에서 처럼 여전히 반응을 하고 있으며, 서서히 그 반응을 줄여가게 되기 때문에 차는 플레이어가 원하지 않아도 계속 반응하게 된다.
[그림 2] PC에서의 입력방식과 브이랠리3의 반응정도
그래서 얕은 코너에서는 아예 반응도 안하다가, 깊은 코너에서는 차가 완전히 회전해버릴 정도가 되고, 코너를 벗어나서 키보드에서 손을 떼어도 여전히 차는 회전하고 있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이상한 컨트롤 감을 확실히 느끼고 싶다면, Quick Race 모드에서 Time attack를 선택한 뒤 나오는 Car select 메뉴에서 close view(가까이서 보기) 모드로 들어가 보기 바란다. 방향키를 세게 누르고 있어보면 차는 서서히 회전하다가 갑자기 급격하게 회전하며, 키를 떼어도 여전히 차는 움직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패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대로는 키보드로 게임을 할 수가 없을 정도다. 만약 키보드가 아닌, 현재 10만원대에 판매되는 레이싱전용 휠(자동차핸들모양 입력장치)을 이용하면 제대로 된 감각을 느낄 수 있겠지만 이 게임을 위해서 그런 입력장치를 구입할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점수를 매기자면
만약 이 게임에 점수를 매기라면 10점을 주고 싶다. 그래픽8점에 한국산 자동차가 나온다는 것 1점, 그리고 조작성만 제대로였으면 꽤
재미있었을 V-rally모드에 2점이다. 조작성은 당연히 0점이고, 국적을 선택하는 부분에서 일본이나 기타 여러 나라를 선택할 수 있지만
한국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에서 -1점이다.
제작사에서는 게임을 만들어 놓고 한번도 플레이해보지 않은걸까? 좋은 그래픽은 최악의 조작성에 완전히 묻혀 빛을 잃어 버렸다. Xbox
버전으로 제작된 것 그대로 이름만 바꿔서 PC로 발매한 것일까? Xbox의 내부 구조가 PC와 완전히 동일하다는 소문이 정말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들 게 된다. 하루 빨리 조작성에 대한 패치가 나와서 모든 문제와 의심을 해결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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