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입액션의 역사를 새로 쓴다
사실적인 스플린터 셀
'당신의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 라.'
유명한 케네디의 말이다. 미국인이 생각하는 영웅에 대한 이미지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스플린터 셀의 주인공인 샘은 이 문구를 정확히
지키는 암약하는 영웅이다. 플레이어는 NSA 산하 셔드 애셜론의 일원인 샘이 되어 그루지아의 대통령 니콜라츠의 음모를 파헤쳐야 한다.
스플린터 셀은 유명한 작가 톰 클랜시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그래서인지 게임의 내용상 비약하는 부분이 없고 꽤나
사실적이다. 실제 소설이나 게임의 배경도 2004년(내년이다!!)을 상상하고 있기 때문에 무기나 각종 시설 같은 것도 허무맹랑한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잠입액션이란..
스플린터 셀은 잠입액션(Stealth Action)이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PC게임 씨프나 PS게임 메탈기어 솔리드를 해본
게이머들은 잠입액션이라는 장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잠입액션은 초영웅적인 주인공이 홀로 적진에 투입되어 적들이 알지 못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장르를 말한다. 일반적인 FPS처럼 적들을 죽이면서 가는 것은 하책이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상책인
장르이다. 액션어드벤처의 한 장르이면서도 액션성은 최대한 죽이고 필요한 액션만을 하게 하여 그 묘미만을 살린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스플린터 셀은 그 묘미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메탈기어 솔리드처럼 레이더나 적의 시야를 제공하지 않는다. 단지 플레이어의 판단과 지속적인 적의
동선의 파악으로 잠입을 해야 하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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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린터 셀의 특징
장르의 특성상 주인공 샘은 무척이나 다양한 동작을 보여준다. 2단 점프와 구르기는 기본이고 각종 파이프 오르 기,
사다리 오르기, 줄에 매달리기, 매달린채 총 쏘기, 심지어는 스플릿 점프라고 하는 벽을 두발로 짚고 서는 고난이도의 액션도 보여준다. 또한,
자신 혼자만의 동작이 아닌 NPC들을 조작하는 동작들도 존재한다. 총으로 협박하여 홍채인식을 시킨다던가 컴퓨터를 사용하게 하고, 인질로 잡아
다른 적을 위협하기도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보조해주는 무기들도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일반 소음총은 물론이고 게임 중 중요하게 쓰일
SC-20K 기관총과 그 부속 장치들(카메라도 존재한다.), 수류탄, 가스탄, 만능키, 발광탄 등 잠입하는 데 필요한 모든 장치들을
제공함으로써 사실감을 높이고 있다.
스플린터 셀에서 적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적의 모습말고도 샘이 어두운 곳에 있어야 한다. 이것은 화면 오른쪽 밑에 바로
표시되는데, 게임 내내 계속 주시해야 할 것이다. 또, 일반 모드와 야시경 모드, 적외선 모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스플린터 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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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그래픽
처음 영문판이 발매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스플린터 셀의 첫 임무 화면에서 무척이나 놀랐었다. 언리얼 엔진을 이용한 화려한 광원효과에 할
말을 잃었던 것이다. 미션 중간중간 보이는 물의 그래픽, 폭발 효과, 배경과 튀지 않는 캐릭터들의 3D 그래픽은 지금까지 나온 어떤
게임들보다도 멋졌고 사실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사양의 압박은 상당했고, 라데온을 비롯한 몇몇 그래픽 카드에선 제대로 효과를 맛보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국내에 발매된 한글판은 출시가 늦게 되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수정되어 나와, 사양만 좋다면 멋진 그래픽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에 나온 다른 3D게임들과 비교한다면 압도적으로 좋은 그래픽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발매 당시를 생각해보면 이 그래픽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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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중요한건 사운드
사운드는 잠입 액션이라는 특성상 그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주는 것이 필요한데, 스플린터 셀은 충실한 사운드를 보여준다. 유리를 밟을 때,
누군가에게 들켰을 때, 멀리서 들리는 무전기 소리 등 게임에 몰입하기에 충분한 효과음들과 미션 성공, 실패시에 들리는 음악들은 계속 귓가에
남을 정도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씨프나 메탈기어 솔리드에 못지 않은 몰입도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어딘지 모르게 아쉬운 게임성
반면에 게임성이라는 부분을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상당히 많다. 첫째로 연출력이 꽤나 떨어진다. 이 부분은 일본과 미국의 게임성향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본은 내용상 멋진 것을 추구하는 반면 미국은 사실적인 것을 추구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메탈기어 솔리드와
비교하면 스플린터 셀은 너무 밋밋하다. 이벤트 발생시에도 단순히 게임 화면을 보여주기만 하는데 그칠 뿐이다. 또한 적들의 대화나 인물간의
대화시에도 별다른 모습은 안보이고 게임 화면 그 자체에서 자막만 뜰 뿐이다. 둘째로, 사실적인 것을 추구 하지만 자유도가 엄청나게 떨어진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앞의 미션에서는 비슷한 크기의 파이프에 매달려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뒤의 미션에서는 잡지조차 못하고, 충분히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난간도 약간의 틈이 있다는 이유로 올라가지를 못한다. 특별히 연출된 것도 아니면서도 각 미션마다 해결하는 방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게임을 반복해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적을 죽일 것인가 그냥 생포할 것인가 지나갈 것인가의
문제뿐이다. 최소한 키패드 락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하고, 매달리고 올라가는 것에 제한은 없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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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스플린터 셀은 잠입액션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메탈기어 솔리드의
화려한 연출과 몰입도는 게임을 할 때는 재밌지만 직접 해보면 잠입이라고 하기에는 모자란 부분들이 보인다. 스플린터 셀은 게임의 스토리 특성상
왜 이번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지 이 적들은 왜 죽이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충실한 설명을 해주고, 미션에서 강제전투를 요구하지 않는 이상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 그대로의 '잠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준 높은 한글화.
이제 한글판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자. 예전의 스퀘어와 마찬가지로 Ubi는 한글화를 하는데 있어 한국의 유통사에게 맡기지를 않고 자기들이
직접했다. 물론 한국의 스탭들이 참여는 했지만, 한글화하는 스탭의 수장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관계로 어색한 부분이 조금씩 보인다. 자막에서
줄바꿈을 자기들 임의대로 했다거나 한군데 번역이 이상한 부분이 있다던가 하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해도 영문 게임의 한글판 중에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퀄리티는 좋다. 폰트도 나쁘지 않고 번역도 좋다. 매번 반복되는 인포그램 코리아의 쓰레기같은 한글화보다는 100배 낫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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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한글판의 문제점
한글판의 문제점은 영문판보다 출시가 5개월이나 늦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패치가 적용되지 않은 상태로 출시가 되었다는
것이다. 정품 발매 후 1주일만에 1.2 패치가 나오기는 했지만 시스템 사양을 타는 몇몇 미션의 버그를 고치지 않고 출시한 것은 유통사와
제작사에 모두 문제가 있다. 유명한 버그인 엘리베이터 도청 미션의 경우 영문판 때부터 말이 많았고 잘 알려졌는데도 후속 패치로 무마하려 한
것은 성의가 부족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또, DVD박스에 CD 3장을 이쁘게 잘 넣고 그 안에 매뉴얼까지 넣은 것은 좋았지만 패키지에는
그것밖에 없다. 간결함을 좋아하는 미국사람들과는 달리 조금 더 비싸더라도 풍성한 것을 원하는 한국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다름이다. 이것이
국내의 패키지 게임 시장 불황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 더 아쉽다.
2편을 기대하며...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다른 면이 너무 좋기 때문에 그것이 부각될 정도로 스플린터 셀은 분명히 매우 훌륭한 게임이다. FPS 게임들만
난무하던 3D게임의 장르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줄 게임인 것이다. 내년 초 스플린터 셀 2편이 나올 예정이다. 멀티플레이어를 지원하는
획기적인 게임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코만도스의 멀티처럼 잘 플레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거나 레인보우 식스의 복사판이 않을까
우려가 된다. 하지만, 1편이 게이머들의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켜 준 만큼 2편도 멋진 게임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물론 2편이 출시되기
전에는 무더운 올 여름을 스플린터 셀과 함께 극복해 보는 것도 추천할 만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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