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 후..

레퀴엠을 시작하기 전, 마음이 상당히 불안했다. 필자는 비위가 약해 잔인함이나 혐오와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레퀴엠의 장르는 하드코어. 레퀴엠 개발 총괄을 맡은 그라비티 윤상진PD는 '쏘우', '스크림'과 같은 영화들을 예로 들며 게임 속에 진정한 하드코어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물론 필자는 위의 영화들을 보지 않았다. 휴, 얼마나 잔인한 연출과 징그러운 몬스터들이 등장할런지.. 걱정스러운 마음과 함께 레퀴엠을 인스톨했다. 그래도 게임을 시작하며 하나의 위안은 있었다. '노출 수위가 좀 높은 캐릭터와 몬스터 가지고 성인용이라고 부르짖는 게임은 아니니 다행이다'라는 것.

하드코어의 분위기?

게임을 처음 시작하고 로그인 화면이 뜨면 붉은 화면 속에서 공기 방울이 피어오르기도 하고, 무언가가 관을 타고 내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알고 보니 인체의 속 적혈구의 이동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로그인 화면이 지나고 서버 선택, 캐릭터 생성 화면으로 전환되며 카메라도 인체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다른 게임과 다른 로그인 화면, 캐릭터 생성 화면 등 게임 속 플레이 외에도 하드코어적인 분위기를 위해 제작진이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캐릭터를 만들고 로딩화면이 나오면 하드코어의 절정이 느껴진다. 로딩화면이 뜨면 실로 꿰맨 살갗이 로딩이 진행되며 실밥이 하나씩 뜯어진다. 비위가 약한 필자는 절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하드코어 그 자체... 그런데 게임에 들어가서 캐릭터를 만들려고 하니... 아니 왜 평범 그자체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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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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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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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로그인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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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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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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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투크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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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투크 남자

캐릭터가 움직이지 않아요!

처음 접속하고 플레이를 시작하려다가 놀랐다. 아무리 마우스 버튼을 클릭해도 캐릭터가 움직이질 않았다. 비단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채팅창에 캐릭터가 움직이지 않는다며 게임 시작 장소에 모여 다들 서있기만 했다. 잠시 고민하던 필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키보드 W키에 손을 얹고 키를 눌렀는데.. 역시나 캐릭터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갑옷을 바꾸고, 캐릭터의 변화된 모습을 보려 아무리 마우스 우측 버튼을 누른 채 마우스를 움직여도 캐릭터의 앞모습은 볼 수 없었다. 게다가 처음 접속하면 시작지점은 마을이 아니다. 마을은 나중에 퀘스트를 통해서나 알아서 찾아가야 한다. 물론 초반엔 장비를 사냥을 통해 충분히 구비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마을에 있을 필요는 없지만 필자처럼 마을을 나중에 들렀다간 쏟아지는 퀘스트의 압박에 몸서리가 쳐진다. 클로즈 베타 테스트이니 튜토리얼이 없는 것은 이해하고 넘어간다 하더라도 게이머가 보든 보지 않든 처음의 접속 몇 번엔 팝업 창이라도 해서 게이머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적어도 게임에 접속해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도록.. 오죽하면 게이머들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동이 불편하네, 왜 도움말이 없냐고 그렇게나 많이 썼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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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의 캐릭터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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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엔 퀘스트가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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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코어의 실현

그라비티에서 레퀴엠에 대해 그렇게나 강조하던 하드코어. 게임에 들어가 사냥을 시작했더니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았다. 피가 난무하고, 캐릭터의 마지막 타격에 몸이 절단 나는 몬스터. 그리고 낮과 밤에 따라 중 보스 급의 몬스터가 등장하고, 주변의 환경이 달라지는 나이트메어 시스템, 레벨 15가 되면 퀘스트를 통해 나이트메어 몬스터로부터 얻을 수 있는 빙의수(빙의수로 변신하면 몬스터를 갈기갈기 찢거나 녹이는 등 더 강력한 액션을 보여준다)등 그라비티에서 왜 그렇게 하드코어를 목 놓아 부르짖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고 준비는 해 놓았지만 즐길 수 없었다. 그에 대해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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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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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 젖은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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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 몬스터를 만나 사망;;

기존 게임들의 문제점을 답습한 레퀴엠

국산 온라인 게임들의 단점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꼽힌 것 들이 무의미한 반복 사냥, 단순한 레벨 노가다, 어쨌든 사냥해야 하는 퀘스트 등이었다. 레퀴엠 역시 다를 바 없다. 우선 레퀴엠엔 2 종류의 퀘스트가 있다. 레퀴엠의 스토리와 연관된 시나리오 퀘스트와 중개인을 통해 돈을 주고 구입하는 스크롤 퀘스트가 그것인데, 두 퀘스트 모두 퀘스트를 주는 NPC와 퀘스트에 어떤 이야기가 들어 가느냐만 다르고 '어디 가서 누구에게 이걸 줘라', '어디 가서 이 몬스터 몇 마리 잡아와라'라는 식의 진행 방식은 같다. 시나리오 퀘스트의 시나리오가 재미가 없으니 스크롤 퀘스트나 시나리오 퀘스트나 거기서 거기다. 게다가 보상은 또 왜 그렇게 짠지 차라리 사냥이나 하는 게 레벨업에 도움이 된다. 보상 아이템 역시 사냥으로 얻는 아이템이 더 좋다. 결국 퀘스트가 재미없으니 사냥만 하게 되고, 다른 게이머와의 경쟁에서 얻는 우월감 외에는 레벨업에 대한 아무런 당위성도 없다. 물론 레벨 10이 되면 전직을 하고, 29엔 각성을 한다. 하지만 그 레벨까지 전직과 각성만을 보고 달려가기엔 메리트가 없다. 그럼.. 하드코어의 재미가 느껴지는 전투가 재미있지 않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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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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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이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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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한 전투 시스템

위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면 피가 난무하고 사지가 절단되는 등 하드코어의 느낌이 난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전투를 해보면 일단 기본적인 타격감은 요즘 나온 게임들에 비해서는 좋다고 할 수 있으나 눈에 띄게 뛰어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요즘 나오는 게임들의 타격감이 빈약해서 그렇지 레퀴엠의 타격감 역시 칼, 둔기, 지팡이 등 무엇으로 때리든 같은 느낌이 들며, 전직 이후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엔 스킬 이펙트가 너무 빠르게 간단히 지나가 스킬을 쓰는 재미도 적다. 그리고 일단 피가 난무하기는 하지만 몬스터만 피에 젖어갈 뿐이다. PS2용으로 나온 액션게임 베르세르크를 해보면 짧은 시간이기는 해도 캐릭터 역시 몬스터와 함께 피를 뒤집어쓴다. 전투 한번 치르면 칼과 몸이 붉게 닳아 오르는 듯 보인다. 하지만 레퀴엠은 몬스터만 피를 뒤집어쓸 뿐 캐릭터의 몸과 무기는 언제든 깔끔하다. 그리고 사지절단 시스템. 하복 엔진으로 물리력을 강화했다고는 하는데, 몬스터의 몸을 두 동강 내거나 팔이나 다리를 잘라버리는 마지막 일격은 일반 타격과 다르지 않아 한 방의 맛이 떨어지고, 절단된 몬스터의 신체 부위는 붕 날아가 땅에 떨어져선 굴러가는데, 비탈길이건 평지건 무조건 잘 굴러가니 오히려 "하복엔진으로 뭘 했을까?"라는 의문만 생겨났다. 게다가 내 캐릭터는 죽어도 깔끔히 사지 멀쩡하게 누울 뿐이니 하드코어라고 하기엔 너무 밋밋한 전투 시스템이 아닐까? 결국 개발사에서 이야기하는 성인용 하드코어라는 것은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도 모르겠고,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으니, 내가 문제일까, 게임이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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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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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이 낭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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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가 두 동강 난채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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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연기의 스킬효과가
너무 빨리 지나가 찍기 힘들었다

빙의수는커녕 팅김질 덕에 전직도 못하고

어느 게이머가 홈페이지에 '빙의수 뽑으신 분 있나요?'라는 물음에 단 답변이다. 필자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2번밖에 튕기지 않았지만 어떤 게이머는 30분에 한 번씩 튕겼다고도 하고, 게임 좀 플레이 하려고 하면 서버 임시점검 때문에 게임을 나와야 했다는 게이머들이 많았다. 안 그래도 테스트 기간이 5일밖에 되지 않는데다 테스트 시간도 오후 4시부터 저녁 10시까지(주말은 12시까지)였는데, 테스트 시작은 서버 점검이다, 패치다 해서 늦게 시작하고, 종료는 똑같이 하니 전체 테스트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생각이다. 필자 역시 전체적으로 레퀴엠에만 시간을 투자할 수 없어 플레이 시간이 짧았는데, 테스트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겨우 레벨 10의 캐릭터 하나 만들 수 있었다. 개발사에서 뭐가 그렇게 바빴는지는 모르겠지만 2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도 실시한다면 시간을 좀 더 여유 있게 잡았으면 좋겠다. 대신에 전날 문제시 되었던 점들이 다음날 바로 패치가 되는 등 대응은 빨라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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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이 있었던 서버 점검


최적화에 신경 써주길..

테스트에 참여한 컴퓨터의 사양은 펜티엄 4 2.8Ghz, 램 1GB, 라데온 X850의 그래픽 카드 였다. 이 사양에선 큰 무리 없이 게임을 플레이 했다. 옵션과 같은 것도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그런데 펜티엄 4 2.8Ghz, 램 1GB, 지포스 FX5700의 컴퓨터에선 최소 옵션으로 돌려도 뚝뚝 끊기며 돌아가는 화면에 플레이는커녕 접속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래픽 카드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최소 옵션으로 설정했음에도 굉장한 차이를 보여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는 '하복 엔진을 사용해서 그 정도 밖에 표현하지 못하면서 최적화는 이따위로 하냐!'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마치며...

레퀴엠은 게임 자체만으로 보면 괜찮은 게임이다. 로딩 화면만 아니라면 필자도 오픈 베타가 시작했을 때, 달려들어서 해보고 싶은 게임이다. 하지만 본격 성인용이니, 하드코어니 개발사에서 이야기 한 것이 게임에 제대로 녹아있지 않은 이상엔 레퀴엠은 그저 그런 또 하나의 MMORPG 게임일 뿐이다. 정말 '이 정도니까 성인들만 플레이 하게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의 개발사가 이야기한 하드코어를 게임 속에 담아 라그나로크부터 시작된 그라비티의 명성을 이어가 주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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