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게임시장, 한국과 비슷? 천만에'

섬나라인 대만은 한국 면적의 약 30%, 인구 2300만명, GNP 1만4000달러의 나라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나라이지만 전 국민의 30%인 약 600만명 정도가 게임을 즐기는 '게임왕국'이다.

대만은 대부분 알고 있다시피 장제스 총통이 중국 본토에서 공산당 수장이었던 모택동에게 패퇴 당하고 도피해서 세운 국가다. 그러다 보니 대만이라는 국가는 중국 본토 냄새를 아직까지 물신 풍기고 있다. 한마디로 또 다른 중국이라고 할까?

'게임왕국'이라고 지칭했지만 국내처럼 전자오락실이 중심가에 널려 있거나 하지 않는다. 이들 대만인들은 PC 게임과 비디오 게임은 광적으로 좋아하며 우리나라의 유흥지에서나 볼 수 있는 '공던지기' '인형뽑기' 등 직접 몸을 쓰는 게임들을 좋아한다.

대만 게임시장 현황

대만의 게임시장은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다. 초창기 PC게임들이 게임산업의 주를 이뤘으며 1990년대에는 수입된 PC게임들과 조잡한 자국의 게임들이 시장을 장악했었다. 하지만 1990년대 말에 와서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가 국내 게임시장을 장악했다면 대만은 '신조협려' 등 무협 롤플레잉 게임이 시장을 지배했다.

나름대로 탄탄하게 성장해온 대만의 PC 게임시장에 본격적인 균열이 생긴 건 2000년대부터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보급되기 시작한 PC방과 온라인 게임이 시장에 급속도로 퍼져 나간 것이다.

온라인 게임이 급속도로 퍼져나가게 된 주요 원인에 대해 많은 분석들이 존재하는데 그중 가장 신빈성이 있는 내용은 △ 2000년에 급속도로 성장한 PC방의 증가, △ 대만의 게임시장의 대표적인 기업이었던 감마니아의 온라인 게임 산업 진출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시기 감마니아가 대만에 서비스한 국내 온라인 게임은 바로 '리니지'다. 적당한 타격감과 중독성 그리고 아이템의 차별화는 빠른 속도로 PC방을 따라 대만 전역에 퍼졌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만에서도 '리니지'의 아이템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될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이후 '리니지'를 필두로 '뮤', '씰 온라인' 등이 차례로 대만 온라인 게임시장의 주도세력으로 성장했으며 현재는 '리니지', '리니지2', '씰 온라인', '김용전기', '뮤' 등 롤플레잉 게임들이 대만 온라인 게임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감마니아 본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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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대표적인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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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전자상가

현재 대만 게임시장 중 분명 온라인 게임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크다. 하지만 한국 게임시장과는 다르게 PC 게임시장이 전체 게임시장에서 20%를, 비디오 게임시장이 25%를 차지할 정도로 패키지 시장도 강세다. 이런 패키지 게임들을 구입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타이페이 전자상가다.

타이페이 전자상가는 국내의 용산전자상가를 생각하면 된다. 다만 규모에 있어서 용산전자상가의 10%정도 밖에 안되는 작은 전자상가이지만 일본에서 직 수입된 각종 콘솔용 기기부터 비디오 게임, PC 게임, 핸드폰 등 모든 게임관련 상품들을 취급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다른점은 성인용 DVD 등이 너무나 버젓히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수입된 AV 동영상은 물론 18금 애니매이션까지 판매하는 업소가 상가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타이페이 전자상가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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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용산전자상가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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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의 산실 '세븐 일레븐'

대만을 이루는 민족은 크게 세 분류로 나뉜다. 대만에 원래 거주했던 원주민인 고산족이 2%, 1644년 만주족의 중국 침입 때 이주해온 중국 본토인이 70%(선사시대부터 이주해온 중국인들도 포함), 마지막으로 장개석 총통이 모택동에게 패퇴하고 함께 이주해온 중국인이 28%로 구성되어 있다. 즉 98%가 중국 본토인이란 의미다.

전통적으로 중국 사람들은 오직 현물만 신뢰한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 결제시스템이나 아바타 등은 구매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들은 대부분 패키지 형태의 선불카드로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가장 이득을 본 회사가 있다. 대만의 주요 퍼블리싱 회사들이 선불카드 구매처로 선택한 '세븐 일레븐'이다. 이유는 대만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상점이기 때문이다. 대만에서는 한 블럭당 하나씩 '세븐 일레븐'이 있다. 대신 다른 편의점은 거의 볼 수 없다. 대만 온라인 게이머들은 이곳 '세븐 일레븐'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온라인 게임의 선불카드와 동봉된 클라이언트를 구매해서 게임을 즐긴다. 한때 대만시스템을 잘 모르는 국내 모 업체가 '세븐 일레븐'을 통하지 않고 한국처럼 온라인 다운로드 정액제를 택했다가 참패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대만 온라인 게임시장의 게임 분포도를 파악하려면 '세븐 일레븐'에 전시된 게임을 확인하면 될 정도다.

대만의 PC방

현재 대만에 존재하는 PC방은 약 6000여개다. 2000년대 초반에는 거의 1만여개까지 있었지만 한국처럼 경쟁과열에 의한 사용료 하락 등에 버티지 못한 PC방들은 사라지면서 정리됐다. 대만 PC방의 모습은 국내 PC방과 별다른 차이점가 없다. 그러나 PC방을 통한 온라인 게임 정액 서비스가 없다는 것은 국내와 다르다.

대만 PC방에 가서 "'씰온라인'을 하려고 하는데요?"라고 물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당한다. 게이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게임을 '세븐 일레븐'에서 구입한 뒤 PC방에 와서 사용한다. 물론 클라이언트도 직접 설치하고 업데이트도 직접한다. 이런 점은 PC 패키지 게임도 마찬가지다. 물론 근래에는 잘나가는 게임들은 미리 설치하고 업데이트도 미리 해놓는다고는 하지만 이런 PC방은 찾기 힘들 정도다.

만약 대만에서 게이머가 서비스 문제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이나 주인에게 항의하면 돌아오는 답은 하나다. "돈 돌려줄 테니 당장 꺼져!!". 또, 대만 PC방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게임 업체들이 PC방을 적극 보호하고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처럼 PC방과 업체 간의 사용비로 인한 분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 부분에 있어서 대만의 대부분의 게임 퍼블리싱 회사들은 "PC방이 온라인 게임의 시장 마케팅 도구의 가장 큰 축이기 때문에 육성하고 보호하는 것"이라 답한다.


대만의 pc방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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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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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게임의 습격?

아직 국내에는 '중국 온라인 게임의 습격'같은 일들이 소문이나 우려 정도지만 대만은 현실에 가깝다.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 '김용전기', 이 게임은 아직 5위 정도의 순위에 머물고 있지만 빠른 상승세를 타고 있어 조만간 3위 정도는 랭크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또한 7위부터 10위까지는 이미 대만과 중국에서 제작된 온라인 게임들이 차지하고 있다. 작년 8월까지만 해도 1~9위까지 한국 온라인 게임이 차지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한국 온라인 게임들이 밀리고 있는 추세다

이런 시장 변화에 대해 대만 게이머들은 "문화적인 부분에서 익숙하게 접근 할 수 있는 게임을 택하거나 가격이 싼 게임을 택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만의 대부분의 개발사들도 "내년에는 중국 온라인 게임과 한국 온라인 게임 비율이 반반 정도 될 것"이라며 중국 강세를 예상하고 있어 한국 온라인 게임 업체들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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