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게임 표절' 소송 초읽기
'카트라이더' '신야구' 등 일본 게임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국내 온라인게임이 조만간 일본 '지적재산권전략본부'에 의해 대규모 소송에 휘말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어 업계의 주의가 요망된다.
일본의 '지적재산권전략본부'는 아시아 각 국가 기업들 중 일본 제품을 표절하거나 유사 상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을 감시하고 관련 데이터를 축적, 향후 소송에 승소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단체로 대부분의 일본 기업들이 후원하고 있다.
현재 '지적재산권전략본부'가 관심을 두고 진행중인 분야가 바로 한국 온라인 게임. 그동안 간간이 한국 온라인 게임의 일본 게임 표절 의혹이 일어났지만 별다른 제재 없이 꾸준히 자료만 준비해 오다가 이제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이 어느 정도 성장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업체가 소송에 걸린 사례도 있다.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대표적인 예. '봄버맨'을 표절했다고 의혹을 받고 있던 넥슨은 허드슨과 지루한 표절공방을 계속하다가 결국 넥슨이 허드슨에 일정 라이센스를 지불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사태를 종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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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넥슨의 '카트라이더'가 '마리오카트' 표절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일본 '실황 파워풀 야구'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한빛소프트의 '신야구'까지 다방면의 게임들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상태다.
개발사들은 하나 같이 같은 장르의 게임일 뿐, 기존 게임의 아이디어를 응용해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게이머들까지 구차한 변명일 뿐이라며 자발적으로 나서 '워록'의 '배틀필드' 사운드 파일 도용사건과 '제라'의 '그라나도 에스파다' 일러스트 도용사건까지 밝혀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표절 의혹 사태가 발생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에 게임동아에서는 국내 저작권법 권위자인 한양대 법대 윤선희 교수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봤다.
저작권법은 완벽한 법이 아니다.
"게임은 표절과 응용의 경계선을 규정짓는 명확한 잣대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작권을 정확히 규정짓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죠. 또한 저작권법 자체도 완벽한 법이 아닙니다. 일단 권리자가 고소를 해야만 법정으로 갈 수 있고 판사에 따라, 또는 해외 업체와의 문제라면 그 당시 국제정세에 따라 얼마든지 판결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특허법처럼 명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죠"
윤 교수가 지적하는 부분은 특허법의 경우 특허를 신청해 인정받으면 더 이상 분란의 소지가 없지만 저작권법의 경우 등록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분란의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양측 주장의 옳고 그름을 밝혀줄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재판에 간 다음 판사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판사가 누구인가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 등 변수가 많아 심적으로는 의심이 가더라도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기 전까지 고소를 기피하는 게 현실이다.
저작권법에서는 아이디어를 보호하지 않는다.
"저작권법에서는 아이디어를 보호하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표절의혹을 받고 있는 게임들을 보면 캐릭터가 똑같거나 시스템이 비슷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캐릭터 표절의 경우 눈으로 바로 확인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표절 판결이 나오기 쉽지만 아이디어의 경우에는 표현방법이 다르다면 저작권법으로 표절인가 아닌가를 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즉 기존에 있던 게임의 시스템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고 하더라도 그 시스템의 단점을 개선하거나 캐릭터, 배경 그래픽 등을 개선해서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면 표절이 아니라고 윤 교수는 주장했다.
윤 교수는 또 어떤 산업이든 간에 새로운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며 게임 역시 기존의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고 하더라도 기존 게임의 단점을 개선하는 등 창조적인 요소가 인정된다면 표절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저작권법에서는 전체가 아닌 부분만 가지고도 표절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
"위의 말을 들으면 똑같이 만든 다음에 한부분만 살짝 바꿔도 표절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건 절대 아닙니다. 저작권법에서는 일부분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소송을 걸 수 있습니다."
윤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기존 게임을 개선했다고 하더라도 똑같은 부분이 일부분이라도 발견된다면 표절 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신야구'의 경우 야구 경기장을 한국식으로 바꾸는 등 변화를 보이려 했지만 흡사한 캐릭터 때문에 얼마든지 표절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이렇게 한부분만 가지고도 표절판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캐릭터만 바꾸면 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은 해서도 안된다며 모방을 하더라도 살짝 바꾸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현재 가만히 있는 것은 시장을 키운 다음에 잡겠다는 속셈이다.
"현재 표절시비가 일어나는 게임은 많지만 실제적으로 일본에서 소송을 걸거나 판결이 난 게임은 많지 않습니다. 이것은 저작권법이 매우 애매한 법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측면도 있지만 시장을 키운 다음에 표절을 잡겠다는 측면이 더 강합니다"
윤 교수는 현재 일본이 '지적재산권전략본부'를 세워 아시아 지역의 일본 제품 표절에 관련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가 아직까지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재판을 걸어 승산이 보이고 또 그만큼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가차없이 달려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본에서는 자신들의 권리를 불확실한 저작권법에만 의존하지 않고 특허를 취득하는 쪽이 바뀌고 있다며 국내 게임 산업 역시 특허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