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휴대용 게임기 복사, 대책마련 시급하다
휴대용 게임기 복제가 심각하다.
본 기자는 휴대용 게임기의 복사 범람에 관한 기사 작성을 위해 심층 취재를 한 결과, 국내 휴대용 게임기의 복제 상황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에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용산과 국제 전자상가 등의 오프라인 밀집 매장 중 몇몇 곳과 더불어 인터넷 온라인 상에서 이런 휴대용 게임기의 복제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활발히 복제되고 있는 게임 중에는 아직까지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게임도 심심치않게 눈에 띄어 더욱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원래 게임기는 노마진(이익이 없는)을 전제로 판매되기 마련. 게임기가 노마진으로 판매되는 이유는 게임기 하드웨어 자체가 '팔아서 남는' 수익모델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팔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점 덕분에 NDS나 PSP 등의 차세대 하드웨어들이 대단히 높은 하드웨어 성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10만원대 후반이나 20만원대 후반의 가격으로 발매되어 왔다.
하드웨어 개발사들은 이렇게 게임기 자체를 싸게 내놓지만, 기기가 팔린 후에 소프트웨어를 팔아 손해분을 메워야 회사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가 팔린 상태에서 소프트웨어가 팔리지 않는 현상이 계속되면 문제가 야기된다.
즉, 하드웨어 업체는 하드웨어로 벌지 못한 수익을 소프트웨어로 만회하지 못해 타격을 입게 된다. 소프트웨어 업체 또한 비싼 돈을 들여 게임을 개발하더라도 그 게임을 사주는 게이머가 없으면 타격을 먹고 후속작을 낼 엄두를 못 내게 된다.
실제로 X비디오 게임기의 경우 하드디스크를 이용한 복제가 광범위하게 퍼지자 국내에서 아예 손을 쓰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 경우도 있고, 국산 휴대용 게임기로서 큰 기대를 모았던 G게임기 역시 복제가 심하게 나돌면서 날개를 펴지 못하고 사장된 대표적인 케이스로 회자되고 있다.
문제는, 앞의 두 게임기처럼 현재 메이저 휴대용 게임기로 인식되고 있는 NDS와 PSP 역시 과도한 복제에 휩쓸려 사장될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PSP의 메모리카드 게임 복제는 제야에 묻혀있는 수준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논의될 정도로 퍼져나가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미 국내엔 10만대 이상의 PSP 하드웨어 기기가 보급되어 있어 복제만 아니면 소프트웨어 판매는 순조롭게 이뤄지고도 남을 상황. 하지만 점차적으로 메모리를 이용한 복제가 이뤄지면서 소프트웨어의 판매가 주춤하고 있는 상태다.
과거에는 메모리 카드 복제 게임의 경우 '일부 스테이지'가 삭제됐다거나, '사운드'가 나오지 않는 식의 불완전한 점이 있었지만 최근 등장한 복제 기술을 사용하면 90% 이상 완벽한 게임을 즐길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원래는 특정 게임만 가능했던 것이 복제 기술의 발달로 인해 대부분의 게임 복제가 가능해졌고, 해외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아직 발매되지 않은 게임조차 다운이 가능해지고 있어 해당 게임을 국내에 들여오려던 유통사 측의 사업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NDS의 경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직까지 NDS는 국내에 4만대 정도의 물량이 풀려PSP만큼은 이슈가 되진 못한 상태이지만, 불법 복제기기가 돌면서 소프트웨어 판매가 더욱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게 복제가 활성화되면 생기는 문제가 또 있다. 현재 국내의 휴대용 게임기인 PSP와 NDS를 유통하고 있는 SCEK와 대원의 경우 '국산 게임의 활성화'를 목표로 지속적인 국산 게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PSP의 경우 10만대 판매를 넘어서면서 20여개의 국내 게임개발사가 관심을 표명한 바 있으며, 대원 역시 NDS의 국산 게임화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말로 복제가 광범위하게 퍼져버리게 되면 개발사들도 두손 두발 다 들고 떠날 수 밖에 없게 된다. 기껏 만들어내고 수만명이 즐기면서도 개발사 자체는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복제 문제에 대해서 근본부터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지금도 SCEK와 대원 측에서 지속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좀 더 광범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우선 PSP의 경우 메모리카드를 이용한 복제가 주를 이루고 있으므로 복제가 불가능한 PSP의 펌웨어의 업그레이드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게이머들이 좀 더 PSP의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도 PSP의 최신 펌웨어의 경우 인터넷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동기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롬 유포를 막아야 한다. 과거 SCEK는 이런 인터넷 유포방지에 총력을기울여 PS2의 '하드로더'라는 복사도구를 효율적으로 막아낸 경력이 있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한 PSP의 롬 유포를 확실히 막아낸다면, 더 이상 심각하게 복제로 문제가 야기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NDS의 경우에도 복제 기기가 버젓이 나돌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소수로 파악되기 때문에 이를 취급하는 온라인 사이트 몇몇 군데를 막고 용산 등지의 몇몇 오프라인 판매처를 봉쇄하기만 하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해외의 사이트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물량이 있겠지만 이 또한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국내의 온라인 사이트를 막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복제 얘기는 각 게임 커뮤니티의 중고장터 등에서 음성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적발이 어렵지만 지속적인 검열과 감시로 상당부분 막아내는 게 가능한 것이 특징으로 단속하는 이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단속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 있다. 국내의 경우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이 같은 복제 문제는 끊임없이 야기되고 있지만,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던 이유는 복제품을 사용하는 게이머 이상으로 정품을 구매하는 '정직한' 게이머가 많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이 다음 게임을 개발 할 수 있는 여건을 소비자가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해외 게임 시장은 현재 국내의 비디오 게임 시장처럼 채 3000장도 팔리지 않는 처절한 '비 판매상황'에 도달하지 않은 것이다.
결론으로 넘어와서, 보다 높은 퀄리티의 게임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것이 생산자의 몫이라면 그에 정당한 대가를 주는 것이 소비자의 몫이다. 복제도 복제지만 '게임이 공짜'라는 게이머들의 인식이 가장 큰 문제인 요즘, 게임의 미래를 위해, 게이머들 스스로가 정품을 써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며, 개발사들도 보다 우수한 게임으로 게이머들에게 보답해야 할 것이다.
조학동 게임동아 기자 (igelau@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