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神 오영종, 황제 임요환을 잠재우다’
매서운 가을바람을 일으킨 사신의 낫이 황제를 갈랐다.
매 경기 명승부를 뿜어내며 한 때 케이블 방송으로는 이례적인 순간 시청률 3.5%에 육박하는 등 수많은 이슈를 낳은 'So1 스타리그', 지난 5일 인천 시립인천전문대 체육관에서 펼쳐진 결승전에서 '사신 토스' 오영종(플러스)은 '테란의 황제' 임요환(SK텔레콤T1)를 잠재우며 첫 스타리그 진출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오영종 선수
이번 우승으로 오영종은 임요환, 김동수(은퇴), 이윤열(팬택앤큐리텔), 박성준(POS)에 이어 다섯 번째로 스타리그 첫 진출 만에 정상에 오르는 '로열로더'의 길을 걷게 됐다. 뿐만 아니라 오영종은 8강에서 서지훈(GO), 4강에서 최연성(SK텔레콤T1)에이어 임요환까지 무너뜨려 국내 최정상급 테란 들을 상대로 모두 승리하며 2천만 원의 상금을 챙겼다.
반면 사상 첫 스타리그 3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눈앞에 둔 '테란의 황제' 임요환은 눈물을 삼키며 기록 달성을 차기 스타리그로 미뤄야 했다.
'방송 경기 사상 최고로 많은 캐리어일 것'이라는 엄재경 해설위원의 설명처럼 압도적인 화력으로 1경기를 잡아 기세에 오른 오영종은 2경기마저 다수의 셔틀을 이용한 리버 드롭 플레이로 임요환을 '농락'하며 승부를 매치 플레이까지 몰아갔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압승이 계속되자 관람하러 온 2만여 게이머들뿐만 아니라 관계자들까지도 '싱거운 승부로 끝나는 것 아닌가' 라며 침을 삼킬 정도였다.
하지만 임요환은 역시 '황제'였다. 3경기의 맵 '알포인트'에서 철저한 준비를 해온 듯이 임요환은 프로토스가 꼼짝 못하는 '칼 타이밍'으로 마린과 탱크를 동원하며 3경기를 잡아내더니, 4경기마저 침착한 탱크 조이기로 오영종의 GG를 받아냈다.
승부는 다시 원점. 오영종이 보여준 1, 2 경기의 압도적인 기세와 마찬가지로 3, 4 경기를 연거푸 잡아낸 임요환의 관록. 다시금 경기장은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어느덧 분위기는 서서히 '임요환의 역전승'으로 기울어가기 시작했다. 임요환은 이런 상황을 몇 번이나 겪어왔고, 그때마다 이겨낸 '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을은 프로토스의 바람이 부는 계절'이란 말이 있듯 오영종이 꺼내든 사신의 '낫'은 황제의 관록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오영종은 1경기와 5경기의 맵이 '라이즈 오브 발키리'로 같다는 점을 착안해 1경기와 전혀 다른 전술을 꺼내들었고, 질럿과 드라군을 쏟아내며 임요환의 지상 병력을 무력화 시키고 대규모 캐리어를 생산, 최후의 일격을 가하며 첫 스타리그 우승의 감격을 차지했다.
열광하는 관중들, 행사장을 가득 메운 스타크 팬들은 오영종의 승리에 감격과 경악을 되풀이 했고 임요환의 팬들은 고개를 숙이며 물결처럼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울먹거리며 우승 트로피에 키스하던 오영종, 그는 "1년 동안 외출한 날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연습에만 몰두했다"며, "존경하는 선배인 임요환 선수와 다시 한번 이 자리에 또 한번 명승부를 펼쳐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결승전에는 SBS의 웃찾사 공연 팀들과 함께 한나라당 원희룡, 맹형규 국회의원,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의 장원진 선수 등 각계각층의 게임팬들도 참가, 양 선수의 명승부를 끝까지 지켜봤다.
인천 = 조학동 게임동아 기자 (igelau@gamedong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