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가 본 PS3의 위기'

필자가 판단하기에, PS3는 사실상 차세대 DVD 표준인 블루레이의 기술 데모의 성격이 강하다. 완벽한 복사 방지 기능을 기반으로 영화사에게 확고 부동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 Xbox360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지연된 출시와 가격 문제는 PS3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많은 언론에서 차세대 게임기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인 원인이 가격이라 말하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필자는 승부를 자르는 근본이 소프트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리 가격이 비싸더라도 게임이라는 근본 콘텐츠가 좋다면 충분히 비싼 가격이라도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더구나 하드웨어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충분히 내려가게 되어 적정한 '희망 판매가'가 정해지게 된다. 일본의 경우 강력한 엔의 힘으로 아무리 고가라도 충분한 구매를 할 수 있는 강력한 구매 파워가 존재하고 있고 엄청난 숫자의 얼리 아답터가 있다.

PS3의 진정한 위기는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에 있다. PS1이 나왔을 때도 늘 나오던 기사가 바로 게임 소프트가 PS1의 능력 중 10%도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다는 기사가 종종 PS1의 압도적인 성능을 표현할 때 등장했다. 그리고 PS2에서도 같은 기사가 나왔다.

PS1과 PS2는 슈퍼 컴퓨터 프로세서로 유명한 MIPS의 검증된 프로세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미 완전한 C/C++ 컴파일러가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개발 방법론과 미들웨어 엔진이 나오기까지 아주 긴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인지 PS1, 2의 모든 하드웨어 퍼포먼스를 이용을 못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는 지금까지도 끝없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많은 게임 개발자들은 PS가 개발이 어려운 플랫폼이라는 이야기를 상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 이미지를 개선하고 좀 더 프로그래머가 편한 개발 환경을 제공하고자 PSP의 경우 MS의 DirectX와 유사한 API와 쉬운 개발 환경을 제공하여 PSP의 개발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필자가 지금 시점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셀'이라는 혁신적인 프로세서에 대한 문제와 개발 환경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지금까지 상업적으로 검증된 C/C++ 컴파일러와 개발 환경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의 대형 개발사들은 충분한 자금력과 경험으로 커버가 가능하겠지만(어셈블리 노가다 혹은 저글링 러시) 웬만한 자금력을 가지지 않은 개발사의 경우 R&D(Research & Development: 연구개발) 조차 힘든 것이 특징이다.

소니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셀 프로세서는 소니와 IBM이 공동 개발하고 있는 프로세서로 그리드 방식이라는 인터넷을 이용한 수퍼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즉, PS3의 프로세서는 인터넷을 연결하고 있는 일정 자원과 CPU 성능을 공유하는 혁신적인 프로세서이다.

이미 우주의 외계인을 찾는 세티 프로젝트에서 인터넷을 통해 그리드 슈퍼 컴퓨팅 기술의 저렴한 상업적 가치는 증명되었다. 이런 그리드 컴퓨팅으로 콘솔 게임기의 본래 성능을 뛰어 넘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 만으로 PS3의 기술적 혁신은 인정 받아야 한다.


셀 칩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인터넷 CPU라고 정의될 수 있다. SCE의 표현대로라면 PS3의 보급이 많아질수록 방대한 가상 현실의 게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치 실사와 구분되지 않는 그런 게임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드 프로그래밍의 복잡도와 난이도로 인하여 당분간은 그리드 슈퍼 컴퓨팅 기술을 이용한 PS3 게임이 나오기 힘들 것이다. 만일 일정 랜더링이나 연산을 맡고 있는 PS3의 전원이나 네트워크가 불량할 경우의 예외 상황 처리는 끔찍하기까지 하다. 반면, 과학 기술이나 고도의 연산이 필요한 상업 분야에서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IBM도 개발자 웹사이트를 열면서 자바, 리눅스, 그리드 컴퓨팅 관련 자료는 충분하고 넉넉하게 올려 놓은 것을 보면 IBM이 얼마나 엔터프라이즈 분야에서 Cell Broadband Engine™ (Cell BE)의 가능성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은 순수하게 게임이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동영상 플레이도 되고 MP3도 되고 무선 인터넷도 되고 모든 기능이 되면서 간단한 게임기까지 되는 국산 PMP 플레이어의 경우 결국에는 게임의 수준과 타이틀 수량에서 죽느냐 사느냐가 결정되었다.

반면 MS는 XNA라는 PC/X-BOX 크로스 플랫폼 개발 환경을 공개하여 마치 Flash로 게임 만들듯이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개발 지원 툴을 릴리즈할 태세이다.

콘솔 게임기는 우수한 게임을 많이 가지고 있는 회사가 승리하게 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MS가 X-Box 타이틀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서 개발 환경 및 개발 코스트 절감을 위한 혁신적인 개발 툴로 승부한 것이 효과적인 선택이라 생각된다.


X-Box360과 PS3 모두 서로 다른 HD TV 규격을 지원한다. 기존의 320240, 640480의 저해상도와 다르게 섬세한 그래픽을 요구하는 게임이 기본이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개발자 입장에서는 고해상도 그래픽은 돈과 개발 기간 상승의 원천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하나 개발하더라도 생산성을 따지고 원가와 예상 매출을 생각한다.

만일 SCE가 PSP 수준의 개발 환경을 지원하지 못하고 예상보다도 더 늦게 출시 된다면 MS와 경쟁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블루레이 독점으로 출시되는 차세대 DVD 영화 타이틀이 북미와 일본에서 얼마나 선전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게임기는 언제나 게임 자체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개발 기간과 단가가 높아지면 중소 게임 개발사는 PS3 개발 자체에 엄두를 낼 수 없게 되고 소수의 대작 타이틀이 띄엄띄엄 발매되어 게이머들이 골라먹는 재미가 없는 삭막한 게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개발 생산성과 효율은 차세대 게임기의 운명을 좌우하는 한 축이 될 것이라 더더욱 판단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OS 및 DirectX(XNA), Visual C++와 같은 성공적은 소프트웨어와 개발 환경을 가지고 있는 MS가 상당한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된다.

물론 게임기의 콘텐츠를 좌우하는 서드 파티의 압도성은 PS3의 라인업이 아직까지는 최강이다. 그런 라인업 역시 언제든 개발이 용이하고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게임기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명가가 항상 명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콘솔 게임 역시 빛나는 스타가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PS 진형의 풀뿌리로 자리 잡고 있는 2억 엔 미만의 타이틀을 출시하는 중소 규모의 게임 회사들이 PS3를 안정적으로 개발할 R&D의 능력, 몇 년을 개발해도 참을 자금력이 있는지가 PS3의 성공 관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런 SCE PS 진형의 위기 상황은 PS3가 출시되고 1년 이내에 증명될 것이다.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지만 PS3를 개발하기 위한 충분한 개발 환경과 안정적인 피드백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MS의 XNA는 그 엄청난 생산성으로 PS 진영의 콘솔 개발자들을 X-BOX로 끌어 들이고 있다. 개발 환경과 생산성의 보강이 되지 않는다면 PS 진영은 전에 32비트 게임기의 경쟁자들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technical writer 김호광(testcod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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