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액션이다...
시작하며...
미국 뉴욕이라는 새로운 배경, '타이가 신지로'라는 새로운 주인공. 사쿠라 대전 시리즈의 최신작 '사쿠라 대전 V'는 너무나 새로워서 기존
팬들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대 변화를 공언했습니다. 이번에 리뷰할 게임인 '사쿠라 대전 V 에피소드 0'은 그러한 변화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이지요. 지금까지의 시리즈와 비교해서 너무나 이질적인 이 게임은, 기존의 팬들과 신규 유저 중 어느 쪽을
잡으려는 목적일까요?
이번엔 액션이다!
이 게임에서 우선 눈에 띄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게임 방식의 변화입니다. 전통적인 일본식 어드벤처 게임에 전략 시뮬레이션을 연상케 하는
전투 모드를 끼워 넣은 것이 기존의 사쿠라 대전 시리즈의 게임 방식이었습니다만, 이번 사쿠라 대전 5 에피소드 0은 지금까지의 시리즈와는
완벽하게 다른, 마치 코에이의 '진 삼국무쌍'을 생각나게 하는 방식의 3D 액션 게임입니다. 주인공 제미니와 그녀의 애마 라리를 조작해,
엄청난 수로 밀려 오는 적들을 격파하는 상쾌감은 지금까지의 시리즈에선 전혀 느낄 수 없던 것이지요. 게임의 그래픽은 일반적인 PS2 액션
게임들과 비교해 보면 조금 수수합니다만, 수많은 적 캐릭터들과의 격전을 벌여도 느려짐이 거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무수히 많은 적들을 격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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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보스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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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의 로데오 액션
게임 오버가 될 때를 제외하고 제미니는 절대로 말에서 떨어지지 않으며, 이러한 인마일체(人馬一體)라는 컨셉 덕분에 이 게임의 진행은 여타
'삼국무쌍류' 게임과는 달리 매우 스피디합니다. L2 버튼을 눌러서 말에 박차를 가해야 검에 깃든 힘이 밖으로 나타난다는 게임 시스템도
스피디한 진행에 한 몫을 하지요.

말을 달리며 바람을 가르는 스피드를 느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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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스피드를 최고로 올리면 검의 힘이 해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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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된 공격방법은 제미니가 가진 검으로 베는 것이지만, 언제나 말을 타고 있다는 특성을 이용해 달려가다 미끄러지며 적들을 공격한다거나(이 게임에선 이걸 '드리프트'라고 부릅니다. 이니셜 D도 아니고...), 뒷발로 걷어찬다거나 하는 다양한 '로데오 액션'이 존재하는 것도 비슷한 류의 다른 게임들과 이 게임을 구분해 주는 요소지요. 게임을 진행하며 얻을 수 있는 마구(馬具)를 장비함에 따라 추가/변경되는 이 로데오 액션은, 앞서 설명했던 것 이외에도 말의 앞발로 내리찍는 공격이라던가 공중 회전 공격(섬머솔트 킥...)등 기상천외한 것들이 많습니다.

19세기, 미국인들은 말을 타고 드리프트를 하며
고갯길을 누볐다고 한다(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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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셨나? 텍사스 명마에게 섬머는 기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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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제미니에게는 위기에 몰렸을 때나 일망 타진을 노릴 때 사용할 수 있는 '필살기'가 있으며, 이 필살기를 사용할 때는 제미니의 컷 인 그래픽과 화려한 연출이 동반되어 보는 재미까지 선사해 주지요. 하지만 필살기에는 정해진 사용 회수가 있으므로 필요한 때만 사용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일발 역전의 필살기 발동!
체인으로 보너스를 줄줄이 이어 나가자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독창적인 요소 중 하나로 '체인'이 있습니다. 적을 파괴하면 체력 게이지 아래에 있는 체인 게이지가 일정량
채워진 후 시간에 따라 감소하기 시작하며, 이 게이지가 없어지기 전에 다른 적에게 대미지를 주거나 격파하면 체인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는
것이죠. 제미니의 공격보다 라리의 공격이 체인 게이지를 더 많이 채울 수 있지만 적에게 주는 대미지가 약하므로, 체인을 잘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제미니와 라리의 공격을 시기 적절하게 이어서 사용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만약 체인 게이지가 떨어져 가는데 주변에 적이 없다면,
상자나 기둥 등의 지형 지물을 부숴도 어느 정도의 체인 게이지가 회복되므로 그것으로 버텨가며 적을 찾아 다니는 것도 방법 중 하나.
5 체인이나 10 체인 등 일정 수의 체인을 달성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HP 회복 등의 포상이 주어지며, 얼마나 많은 수의 체인을 이어
나갔는지는 클리어 후의 랭크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므로 기왕이면 한 스테이지 안의 모든 적을 없앨 때까지 체인을 계속 이어 나가는 것이
좋겠지요.

체력 게이지 아래의 주황색 게이지가 체인 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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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수의 체인을 성공시키면 보너스도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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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가는 재미가 상당한 체인 시스템이지만, 체인 게이지가 다 떨어져서 체인이 끝나는 것 외에도 적이나 지형 지물에 의해 대미지를 받게 되면 무조건 체인이 끊겨 버린다는 점은 필요없는 제한을 또 하나 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캐릭터 육성의 묘미
이 게임에선 스테이지 클리어 후에 얻게 되는 SP로 제미니의 공격력/스피드와 마력(말의 공격력)을 상승시킬 수 있으며,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면 주어지는 기본 SP 이외에도 특정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체인 보너스를 받으면 추가 SP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게임 도중에는 스토리와 상관
없이 스코어 어택만을 목표로 하는 스테이지도 등장하므로, 만약 게임이 어렵다면 이런 곳을 반복 클리어 하며 SP를 모아도 되겠지요.

SP를 모아 제미니를 더욱 강하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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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에 파란색 S로 표기된 곳은 SP를 모으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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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스테이지 진행 중에는 가끔 '액션 타이머'라는 것이 등장하는데, 제한 시간 내에 화면에 표시된 조건(주로 특정한 적의 격파)을 성공시키면 추가 SP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액션 타이머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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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 시간 내에 조건을 완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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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제미니가 쓰는 검과 라리의 마구(馬具)를 얻을 수 있는데, 검은 각각 다른 공격력과 속성, 필살기를 지니며 마구에는 각기 다른 로데오 액션이 들어 있지요. 이 검과 마구의 조합에 따라서 제미니와 라리의 공격 스타일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검의 속성에 따라 적이 얼어붙는 등의 추가 효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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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가지의 로데오 액션을 자유롭게 조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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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대전의 전통은 건재
뉴욕으로 향하는 제미니의 여정은 수많은 스테이지로 나뉘어져 진행되게 되는데, 스테이지의 시작이나 끝에는 기존 사쿠라 대전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2D 기반의 이벤트나, 게임 상의 3D 캐릭터가 그대로 사용된 이벤트가 등장합니다. 또한 사쿠라 대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새로운 느낌의
선택지 시스템 LIPS도 이러한 이벤트 신에서 등장하지요. 장르가 바뀌어도 이러한 요소들이 '사쿠라 대전 다움'을 살려 주어서 좋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전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2D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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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액션 게임이라는 점을 살린 3D 이벤트도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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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제한 내에 일정한 선택지를 골라야 하는('무응답'도 선택지의 하나로 처리됩니다)보통의 LIPS는 물론, 이전에 발매된 '사쿠라 대전 – 뜨거운 열정으로'에서 볼 수 있었던, 응답의 강도를 선택할 수 있는 아날로그 LIPS도 등장합니다. 이 LIPS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벤트의 전개가 약간씩 바뀌며, 좋은 선택을 하면 특유의 효과음과 함께 호감도 수치가 상승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지만, 이 수치가 기존 시리즈처럼 게임 진행이나 엔딩에 미치는 영향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혹시 앞으로 발매될 5 본편과의 연동에 숨겨진 요소가 있을지도?

사쿠라 대전의 대명사격인 L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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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아날로그 LIPS.
이런 녀석에게는 크게 소리쳐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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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을 위한 다양한 재미
이 게임에 준비된 기존의 팬들을 위한 서비스는 다양한데, 우선 기존 시리즈와 이어지는 설정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적 세력의
두목은 '패트릭'이라고 불리는 마인으로, 이 캐릭터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사쿠라 대전 활동사진'에 처음 등장했던 캐릭터입니다. 또한
극장판에서 패트릭이 조종하고 있던 미국의 거대 기업 DS(더글러스 스튜어트)사와, 극장판에서 등장한 인간형 증기(蒸機) 야후키엘의 강화형
버전인 야후키엘 2가 게임에서 등장하기도 하지요.

극장판에서의 패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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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에서 등장하는 야후키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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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등장하는 패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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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등장하는 야후키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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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이 준비한 또 하나의 커다란 팬 서비스는 바로 기존 사쿠라 대전 시리즈 캐릭터들의 등장인데요. 제미니로 스토리 모드를 클리어 하면 기존 시리즈의 주인공인 '오오가미 이치로'가 등장하고, 클리어 후 특정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기존의 히로인인 '진구지 사쿠라'와 '에리카 폰티느'도 등장합니다. 또한 해당 캐릭터로 스토리 모드를 클리어하면 이들이 타는 영자갑주 '광무'로 플레이 할 수 있어, 반복 플레이의 의욕을 고취시켜 주지요. 광무로 플레이할 때는 지금까지의 게임과는 상당히 다른 전투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메리트입니다.

사쿠라 대전하면 역시 사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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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감각으로 즐길 수 있는 광무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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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예산 게임의 한계
지금까지 '블록 버스터급 스케일'로 만들어져 왔던 기존의 시리즈와는 달리, 이 게임은 저 예산으로 제작되었다는 인상을 여러 곳에서 받게
됩니다. 우선 사쿠라 대전 시리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2D와 3D가 절묘하게 융합된 애니메이션 영상 '네오 CG'가 오프닝에만 등장하는
점이라던가, 무기에 따라 바뀌는 필살기의 타입이 고작 세 개라는 것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또한 비슷한 생김새와 역할의 적들이 너무 많이
등장해서, 후반으로 가면 게임이 단조로워진다는 것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뛰어난 수준의 한글화
제한 시간 내에 선택지를 골라야 하는 특성상 한글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 게임은, 이전에 한글화되어 호평을 받은 '사쿠라 대전 – 뜨거운
열정으로'와 마찬가지로 일본어 음성에 자막 한글화라는 방식으로 출시되었으며, 번역의 수준은 전체적으로 뛰어난 편입니다. 하지만 전투나 필살기
사용 시 나오는 일본어 음성에는 자막이 붙어 있지 않다는 점이라던가, 몇몇 고유 명사의 번역이 잘못 되어 있는 점은 조금 마음에 걸리는군요.
마치며...
비록 다양한 팬 서비스로 지금까지 사쿠라 대전 시리즈를 응원해 왔던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기는 하지만, 이 게임은 기존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의 게임이라기보단 PS2로 처음 사쿠라 대전을 접하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용 게임의 측면이 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진 삼국무쌍'식의 호쾌한 액션 게임을 기반으로 하면서 사쿠라 대전만의 요소(LIPS 등)을 넣어 사쿠라 대전만의 특징을
어느 정도 인식시킨 후, 앞으로 발매될 사쿠라 대전 5 본편에 대한 대비를 하는 의미의 게임이랄까요? 사쿠라 대전에는 흥미가 있는데 너무
시리즈가 많아서 무엇을 먼저 해 봐야 할지 고민이신 분이라면, 우선 이 게임으로 새로운 사쿠라 대전의 시작을 접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