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애니메이션과 아름다운 풍경
오랜만에 만나는 비폭력 게임
요즘 게임들의 추세를 보면 대부분 굉장히 뛰어난 그래픽으로 현실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현실적인 표현을 이용하여 인간의 잠재된 본능 중 하나인
폭력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것은 자극적인 게임일수록 판매량이 늘어나는 시장의 생리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하지만, 가끔은
폭력과 무관한 비폭력 게임에 빠져 보는 것도 나름대로 색다른 경험이 되곤 한다. 필자가 최근에 접한 게임이 바로 이런 게임인데 이름은
허디거디(우리말로 번역하면 목동 거디 정도)라 한다. 새롭게 출시된 게임이냐고? 아니다. 이 게임은 PS2 출시 초창기에 출시된 게임으로
출시된지 벌써 몇 년이 된 게임이다. 하지만 출시 시기가 무슨 상관이랴. 이제라도 이 게임을 알게 되었으면 된 것이지.
이 게임은자신이 보호해야할 여러 동물들을 보호해가며 동물 우리에 넣어두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다. 어떻게 보면 전혀 느낌도 오지 않고 재미있는
요소라곤 눈꼽만큼도 없어 보이는 게임이지만 동화풍의 카툰 렌더링 그래픽과 심플하면서도 간단한 조작, 그리고 쉬운 규칙 등이 나름대로 가치
있는 게임성을 지니고 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목동 거디를 따라서 동화 속에 들어가보자.

이 녀석이 바로 목동 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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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배경이 주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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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정말 간단하단 말이야!
허디거디 게임의 규칙은 여러 지역에 존재하는 동물들을 울타리에 가두면 되는 것이다.(설마 울타리에 가둔다고 해서 동물 학대라는 어이 없는
발상을 하는 게이머는 없겠지?)필드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들을 우리에 가두면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 것인데, 동물들의 습성과 이에 맞는 도구들을
활용하여 빠른 시간내에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어때? 간단하지 않은가?
우선 가장 먼저 플레이어가 만날 수 있는 동물로는 '둡(DOOPS)'을 들 수 있다. 둡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닭을 소형화해서 귀엽게
바꾼 모습을 하고 있다. 둡은 플레이어를 보면 도망가는 습성이 있으며 집단으로 서식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지능이 조금 단순하다고 표현되어
있는데 필자가 볼 때는 모든 생물이 다 그러는 것 같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둡은 몰이도 가능하지만 집단으로 모아놓기 위해선 거디가 사용하는
'목동의 지팡이' 가 필요하다. 이 목동의 지팡이를 사용하면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나오고 둡은 그곳으로 몰려든다. 이 특징을 잘 이용하면
쉽게 동물 우리에 가두는 것이 가능하다.
두 번째로 만날 수 있는 동물은 '블립(Bleeps)' 이다. 블립이란 동물은 거디가 다가가도 무시하는 독특한 센스를 가진 동물로(어떻게
보면 건방진 센스다)무리로 지내는 것보단 적은 수로 지내며 포식자 동물이 와도 도망가지 않는 골치 아픈 동물이다. 이런 건방진 블립을 동물
우리에 가두기 위해선 '마법 피리'가 필요하다. 마법 피리를 사용하면 블립들은 거디의 뒤를 졸졸 따라오게 되고 손쉽게 울타리에 넣을 수
있다. 이 블립은 생김새가 꼭 '사막여우'처럼 생겼는데 신기하게 꼬리로 날아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다.(이 장면이 귀엽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포식자인 '그롬프(Gromps)' 를 들 수 있다. 그롬프는 만화에 나오는 바보 곰처럼 생겼는데.. 애석하게도 곰은
아니고(게임엔 곰이 따로 존재한다)정체불명의 포식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롬프는 육식이며 식욕이 왕성하다라고 설정되어 있어서 눈에
보이는데로 블립이나 둡을 잡아 먹는다. 이 덕에 플레이어는 항상 그롬프를 동물 우리에 먼저 가둬야 하며 동물 우리의 위치 및 그롬프의
위치까지도 빨리 파악해둬야 한다. 특히 이 놈은 거디가 다가가면 전속력으로 달려와서 승룡권(?) 을 날려주는데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서 맞아주는
그런 건 하지 말자. 나중엔 안맞고 싶어도 신나게 맞을테니깐 말이다. 그롬프는 동물 우리에 한마리 밖에 가둘 수 없으며 플레이어가 놓아둔
목동의 지팡이까지도 두 조각으로 부셔버리는 괴력을 보여준다.
게임은 각각의 동물들을 해당 우리로 몰아가기만 한다면 지루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 개발사에선 친절하게 어드벤처 요소들을 곳곳에 넣어두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간단한 퍼즐처럼 보이는 게임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게 된다. 자, 규칙은 이정도면 된 것 같은데.. 이 게임의
장점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이 동물이 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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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지 않은가? 블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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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얼굴을 들이대는 그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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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목동 거디는 이렇게 도망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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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툰 렌더링의 동화풍 그래픽
허디거디의 가장 큰 장점은 남녀노소 누구나에게나 끌리는 그래픽이다. 만화처럼 표현되어 있는 다양한 동물 캐릭터와 아름다우면서 끌리는 주변
풍경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든다. 거기에,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이 상당히 부드러워 한편의 애니메이션이나 동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가상의 동물인 둡이나 블립 등의 모습은 어린 아이들이 보면 인형을 사달라고 조를 정도로 귀엽게 생겼으며, 그룸프의
경우는 '톰과 제리' 같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악당처럼 아둔하고 못된 모습을 하고 있다. 물론 그룸프의 행동은 유쾌하면서도 엉뚱한 면이
있으며 이로 인해서 플레이어는 웃음을 짓게 된다. 그 밖에 다양한 등장 인물들은 게임의 재미를 올려주면서도 게임의 컨셉인 동화풍에 잘
어울리게 해주는데 큰 역할들을 한다. 흔들의자에서 리듬에 맞춰 움직이시는 거디의 할머니부터 왠지 로맨스가 벌어질 것 같은 이름 모를 소녀,
거디에게 피리를 주는 레드 등 게임은 전혀 거부감 없는 캐릭터들로 꽉 차있다. 그리고 이 캐릭터들은 정말 동화 같은 풍경 속에 들어 있는데
플레이어가 접할 수 있는 숲, 눈밭, 어두운 풀 숲, 동굴 안 등 어느 하나 자연스럽지 않은 곳이 없다. 또한, 이런 풍경들은 편안한
배경음악으로 인해서 더욱 분위기가 살아나는데, 이런 요소들은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게임만 찾는 요즘 게이머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화적인 풍경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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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조금 못생긴게 단점이라고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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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은 동화책 느낌을 잘 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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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100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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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적인 내용이 강하면 재미가 떨어진다.
허디거디는 비 폭력적인 내용과 간단한 규칙으로 이루어진 게임이다. 그러나 게임이 이런 보여주기나 교훈적인 역할에 너무 충실했던 것일까...
정작 게임이 줘야 하는 재미라는 요소에는 큰 점수를 줄 수 없을 것 같다. 이제부터는 허디거디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서 조목조목 따져보도록
하자.
첫번째는 허디거디가 가지고 있는 규칙성이다. 허디거디의 규칙은 포식자를 피해서 동물들을 각각의 동물 우리에 가두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퍼즐 같은 규칙이지만, 게임내에는 이 규칙들을 제대로 시행할만한 요소가 없는 것 같다. 허디거디의 퍼즐은 퍼즐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거의 액션 게임 수준이며 여러 가지의 행동을 미리 예측하고 움직여야 한다. 단순한 룰만 숙지하면 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3D 맵을
모두 파악해야 하며, 이 맵들 구석 구석에 존재하는 동물 우리의 위치를 파악해야 조건을 달성할 수 있다. 덕분에, 쉽게 접하길 기대한
유저들에겐 지루함을 안겨주고 어린 아이들이 즐기기엔 맵이 너무 복잡하고 크다. 물론, 이 요소가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꺼라고 생각한다. 맵이 넓으면 많은 요소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뛰어다는 것 자체가 재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허디거디에서 이런 기분은 초반 30분정도일뿐 나중에는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이고 긴 동물우리 채우기 놀이를 해야 한다. 더군다나
위에서 이야기했던 규칙 부분에 등장하는 동물의 수가 너무 적은 것도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게임 진행에 한몫을 한다. 복잡해지면 좀 그렇겠지만
맵의 크기를 줄이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규칙이 오히려 게임적으로는 더 끌리는 내용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두 번째는 힌트가 너무 부족한 어드벤처라는 것이다. 초반에 존재하는 퍼즐은 몇 개의 조건만 달성하면 클리어가 가능하다. 그러나 후반에
등장하는 퍼즐들은 여러 가지의 숨겨진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하고 게임에선 대부분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플레이어는 스스로 조건을
찾아봐야 하고 이 조건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를 찾아 다녀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이해를 하지 못할 경우 플레이어는 단순한 동물 가두기만
반복적으로 하게 되고 이내 곧 게임에 질리게 된다. 어드벤처적인 요소는 횡스크롤 아케이드처럼 한 개를 클리어하면 새로운 요소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여러 가지의 조건을 클리어 해야지 한 가지의 조건을 만족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철저하게 어드벤처의 룰을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임 자체의 심플함에 비해서 어드벤처가 주는 난이도나 느낌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불편하면서도 게임을 하면서 짜증을 불러 일으킨 요소인 시점 문제를 들 수 있다. 게임 내내 이 시점 때문에 플레이어는
신경질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시점이 심심하면 주변 사물에 의해서 가려지거나 거디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등 시종일관 답답하다. 더 황당한
점은 시야가 위 아래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제한적이게 나마 약간 움직이긴 하지만 높은 곳을 봐야할 경우나 아래를 봐야 하는 경우에 시야는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며 스스로 그 위치까지 가서 봐야 한다. 이 요소가 결정적으로 게임의 재미를 상당히 깎아버린 것 같다.

미션을 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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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서도 시야는 굉장히 제한적으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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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워보이지만 저곳까지 가기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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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야적인 제한 때문에 게임의 난이도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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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은 비폭력적인 게임도 즐겨보자
허디거디의 리뷰는 여기까지이다. 수채화 같으면서도 한 권의 동화책을 보는 듯한 느낌을 잘 살린 허디거디는 앞에서 이야기한 단점만 극복했다면
상당히 좋은 게임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단점에 대해서 꽤 많은 내용을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이런 요소는 느끼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한번쯤은
자극적인 게임을 떠나서 예전 게임처럼 간단한 규칙과 편안한 그래픽을 보면서 편안 게임을 즐겨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이 게임은
아이들이 즐기는 것보단 자극적인 것만 찾는 어른들이 더 즐겨봐야 하는 게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독이 든 동물을 먹은 그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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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옛날 동화에서 피리부는 사나이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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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 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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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목동일이 힘들어도 현실비관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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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도움을 많이 주는 두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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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디의 할머니. 귀엽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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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감 넘치는 젖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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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모험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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