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2의 헤일로...
킬존의 신고식
킬존이 국내 정식발매 되기 얼마전인 5월 18일 미국 LA 컨벤션 센터에서는 2005 E3가 한창 열리고 있었다. 이번 E3는 차세대기의
등장으로 그 열기가 한층 뜨거웠으며 하루하루가 지남에 따라 베일에 쌓였던 게임들이 한꺼풀씩 그 모습을 드러내 전세계 게이머 모두 새로운
게임의 등장과 공개 영상에 탄성을 자아내기에 바빴다. 이미 북미에 출시된 킬존은 차세대기로 2편이 준비중에 있으며, 이번 E3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냈는데 문제는 공개된 영상이 실제 게임플레이 화면인지 CG인지에 대한 의견이 모호하여 취재를 나간 기자는 물론 게이머들까지 문제의
진상을 놓고 줄다리기 식의 대립을 하게 된 것. 결론적으로 해당 영상은 CG인게 판명났지만 시기상으로 아직 1편이 국내에 발매되기 전의
상황인지라 킬존에 대한 게이머들의 궁금증 및 기대치는 올라갔으며, 킬존 2의 영상은 'Best of E3 어워드 2005'에서
'Special Commendation for Graphics'을 받으며, 화려한 신고식을 마쳤다.

E3에서 공개된 영상의 한 장면
전쟁의 중심에 서서...
킬존에서 유저는 지구를 침략하려는 헬가인에 맞서는 ISA 부대원의 한명이 되어 지구를 지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하프라이프 이후
FPS(First Person Shooter)에서도 스토리의 비중이 커진게 사실인데 킬존에서는 미션 중간 고퀄리티의 CG를 삽입하여 각
인물의 성격과 스토리적 이해를 도왔으며 반전과 전우애 등의 요소를 절묘하게 조합해 전체적인 스토리 구성에 빈틈이 없는 편이다.
게임은 헬가인과 지구인간의 전쟁을 바탕에 깔아 시각적으로 전쟁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그래픽의 좋고, 나쁨은 두 번째 얘기고, 해당
그래픽이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얼마나 근접해 있느냐에 중점을 둔다면 킬존의 그래픽은 전쟁의 암울함과 황폐함을 시각적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설명 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미션의 배경이 폐허가 된 도시나 건물들이 주를 이루는 것이 아니며 중반부 이후 늪지대와 정글, 눈덮인 산 등
배경이 되는 장소에 있어서도 무척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 같은 스테이지의 반복에서 느끼게 될 지루함은 유발되지 않는다.
무기 같은 오브젝트들의 표현도 굉장히 세밀한 편이며 적과 교전 후 벽에 총알자국이 남거나 다양한 모습으로 널부러진 헬가인들의 시체. 유리창에
총알을 박으면 중심점을 기준으로 금이 번져나가면서 깨지는 현상 등 물리효과에 있어서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포그 효과라 불리는 안개를
스테이지 전면에 과도하게 사용하여 계단현상을 가리려는 흔적이 역력하지만 게임의 분위기를 돕는데도 어느정도 일조 했으며, FPS 에서는
쥐약이라 부를 수 있는 프레임 저하 현상도 그리 심한편이 아니다.

CG의 퀄리티도 상당한 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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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의 퀄리티도 상당한 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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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건물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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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날리는 눈발의 표현도 매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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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마다 디자인이 다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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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만 더 쏘면 깨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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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동수단 같은 탈것의 부재로 평지에서만 이루어지는 전투에 금방 식상해 질 수 있으며, 아쉬운대로 해당지역에 장착된 기관총류의 무기를 다루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 싶다. 또, 점프가 없어 특정 구조물에 너무 깊이 들어 갈 경우 사방이 가로막혀 이동이 불가능한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돌비 프로로직의 힘?
앞서 언급한 전쟁의 분위기는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귀를 통해 청각적인 전달에도 부족함이 없다. BGM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
할 정도로 둔탁한 효과음만 들릴 뿐 이지만 사실감 넘치는 총소리를 비롯하여 실감나는 폭발음과 동료들과의 무선 교신음은 돌비 프로로직의 힘과
함께 다소 진부한 표현을 빌어 유저를 전쟁의 한복판에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만든다. 추가로 헬가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공격타이밍을 알 수 있는 등 게임의 진행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듀얼쇼크의 조작성
헤일로가 FPS는 PC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완성도 높은 게임성과 조작성으로 입증했지만, 킬존은 게임성은 인정하더라도 조작성에서 많은
FPS 유저들의 고개를 설레설레 하게 만든다. 이 문제는 굳이 게임자체의 문제로 보기 보다는 듀얼쇼크라는 패드의 문제를 집고 싶은데,
듀얼쇼크의 아날로그 스틱에 대응하는 조작의 한계에서 느끼게 될 짜증은 생각보다 큰 편이다. 물론, 미션을 진행함에 따라 처해진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게 사람이라는 동물의 특성이지만 아날로그 스틱의 익숙함에 따른 이동과 조준은 어떻게 보면 유저가 게임내내 짊어져야 할 부담거리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콘솔 FPS 게임에서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자동 조준 기준이 지원되지 않아 조작에서 고배를 마시는 유저도 많다. 자동 조준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이유는 헤드샷 때문으로 자동 조준이 될 경우 자신이 원하는 부위에 사격을 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헤드샷으로 자동조준 기능이 기본으로 설정되고 옵션에서 On/Off 하는 정도의 기능을 추가했다면 게임의 난이도는 비약적으로 낮아지겠지만 샷을
날리고자 하는 유저나 조작에 미숙한 유저의 작은바람에는 어느정도 보답이 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다행인 것은 옵션에서 아날로그의 감도를 비롯해
설정된 키들을 유저에게 맞게 수정을 할 수 있어 개인의 노력만 있다면 조작에서 오는 불편함을 충분히 극복 할 수 있다는 것.
특별히, 듀얼쇼크만을 지칭하여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콘솔 패드가 FPS에 있어 PC의 마우스와 키보드 조합에 비해 월등한 이점을 자랑
할만한 요소는 단연 진동기능이다. 킬존에서는 이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여 무기사용에 따라 진동기능을 추가하였는데 중량이 무거운 무기일수록
강한진동 기능을 부여하여 묵직한 타격감과 함께 실제 총기류를 다루고 있는 듯한 느낌을 전해 주고 있다.

아날로그의 감도를 나에게 맞게 조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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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무기일수록 진동은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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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대원이 되어...
FPS 치고는 특이하게도 4명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미션 시작시 골라서 플레이하는 재미가 있다. 동료들은 미션을 진행해 나감에 따라 한명씩
추가되는 방식으로 이들의 성격을 관찰해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기본적인 밸런스형 캐릭터인 템플러를 시작으로, 좁은 통로를 통과 할 수
있고, 적외선 투시경의 사용이 가능한 은닉 작전요원 루거. 엄청난 화력을 자랑으로 하는 리코와 헬가인과 지구인의 잡종인 하카는 헬가인이
매복한 지뢰에 피해를 입지 않는 등 각기 다른 개성과 특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들을 모두 얻은 이후부터 어떤 캐릭터로 미션을
진행해 나갈지는 유저의 몫이며, 선택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과 이동경로가 조금 바뀌게 된다. 이동경로가 다르더라도 어차피 목적지는 같기에 게임
스타일의 변화가 있다고 보면 된다.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는 미션에 같이 참여하여 보조적인 역할을 해주지만 자체적으로
공격에 큰 역할을 할 정도는 아니다. 4명 정도의 인원 정도면 하나의 분대개념으로 좀 더 세부적인 명령을 하여 체계적이면서도 전략적인 전투를
펼칠 수 있겠지만 그 정도의 인터페이스 및 시스템은 갖추고 있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리더쉽이 강한 템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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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을 벗기 전엔 여성인지 몰랐던 루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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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불장군, 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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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중 계급이 가장 높은 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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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게임플레이를 관철하면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무릎밖에 안 되는 높이를 점프가 지원되지 않아
못 올라가는데 뭐가 리얼하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전쟁의 한 부분에 참여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이동이나 무기사용에 있어서는
실제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진행 중 사다리를 올라가거나 낮은 턱을 넘기 위해서는 동작으로 설정된 X키를 눌러야 하는데, 사다리의
경우 실제와 유사하게 양팔을 하나하나 뻗어 난간을 잡는 장면이나 턱을 넘기 위한 모션들이 실제와 유사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무기를 재장전
할 때도 각 무기의 특성에 맞게 리로드 시간이 현실과 비슷하게 펼쳐지고, 적과 가까운 위치에서 근접전을 할 경우 서로 밀고 당겨 무기로
공격하는 모습이 상당히 리얼하다. 이러한 여러 리얼리티적인 요소들은 게임의 플레이를 저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캐릭터의 모션 정도에 국한되어
자유롭게 표현되었기에 실제 전투에 있어 이것이 걸림돌이 되기보다는 자그만한 재미요소가 될 수 있다.
무기에 있어서 16종류의 무기가 등장하지만 최근 FPS 게임의 추세에 맞추어 3개의 무기 밖에 들고 다닐 수가 없다. 헬가인을 제거하여
무기를 갖거나 해당 무기를 이미 가지고 있을 경우 총알획득이 용이해 총알 부족 현상에 따른 난감한 상황은 없다. 무기의 밸런스에 있어서도
소총류의 경우 위력은 약하지만 줌(Zoom)이 가능 해 정확한 사격을 할 수 있고, 중화기급의 무기는 파괴력이 강한 반면 줌이 불가능해
기본화면의 조준점에 의지해야 하기에 어느 특정 무기의 선별도가 뛰어나기보다 자연스럽게 다채로운 무기의 사용을 돕고 있다. 하지만, 수류탄에
있어서 파괴력의 약함과 조준점이 나오지 않아 정확한 위치에 투척을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사다리를 올라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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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시간도 꽤나 사실적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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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땡겨야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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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다 투척을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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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가인의 IQ는?
FPS에 있어 적들의 인공지능은 전체적인 난이도와 함께 게임의 재미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본적인 베이스의 3개 난이도(쉬움,
보통, 어려움)로 게임을 시작 할 수 있지만 설정된 난이도를 무시하고 헬가인들의 지능은 어느정도 우수하지만 멍청한 유전자의 헬가인들도 발견
할 수 있다. 우수인자의 경우 전투의 공식을 충실히 이행하여 엄폐물을 찾는 습관을 잘 들이고 있으며, 뭉치면 산다는 진리를 알아 몰려다니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멍청한 헬가인들은 옆의 헬가인이 공격을 받아도 묵묵히 제 할일만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헬가인들의 맷집은 상당하여 총알 몇방에 저세상으로 갈 일은 없어 유저는 우회하여 뒤를 친다거나 엄폐물 밖으로 살짝 보이는 머리를 향해
헤드샷을 노리는 등의 플레이로 전투를 펼치게 된다. 이러한 헬가인들의 2가지 성향은 한쪽으로 크게 치우지지 않아 적당한 비율로 섞여있기에
인공지능의 한계로 인해 재미가 반감되는 요소는 없다.

배경이 어두운 곳에서는 저들의
빛나는 눈이 표적이 되기도 한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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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이 어두운 곳에서는 저들의
빛나는 눈이 표적이 되기도 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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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에서 실력 쌓고 온라인으로...
싱글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캠폐인 모드와 2인 플레이 및 온라인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배틀필드 모드가 있다. 특히, 배틀필드의 오프라인
전용에서는 여분의 컨트롤러가 있을 경우 2인 플레이가 가능하여 온라인에서처럼 다른 유저대신 봇(Bot)들을 추가하여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최대 16명이 참여하여 익히 알려진 데스매치, 팀 데스매치, 어썰트, 도미네이션 등 총 6종류의 모드를 즐길 수 있지만 FPS
멀티플레이 모드의 백미라 할 수 있는 CTF(Capture the Flag)가 없는 것은 조금 실망이라 할 수 있다.
킬존의 온라인 서버를 보면 인지도 및 홍보부족으로 그렇게 많은 유저들이 온라인의 세계에 빠져 있지는 않다. 아직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은
문제도 있지만 SCEK에서 온라인 이벤트를 개최함에도 불구하고 접속한 인원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은 게임자체의 퀄리티가 낮다기 보다는
PS2 온라인의 활성화가 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더 크다. SCEK는 추가적인 타이틀이 온라인 플레이를 지원 할 경우 좀 더 많은 유저들의
참여를 위해서라도 양질의 온라인 타이틀 출시와 홍보 및 이벤트 등에 좀 더 아낌없는 투자를 펼쳐야 할 것이다.

가로로 자르나 세로로 자르나 보기 어려운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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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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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로 킬러가 뭐 길래...
킬존의 소식이 나올 때면 꼭 앞에 붙는 수식어가 있었으니, 바로 '헤일러 킬러'. 헤일로 킬러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어떤 매체를 통해 킬존에게
처음으로 붙었는지의 출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필자의 경우 이 광고문구를 적지 않게 인정하게 되었다. 물론, 게임의 재미는 취향차이기
때문에 이런 광고문구에 기대를 잔뜩 했다가 실제 게임플레이 후 느끼게 되는 실망감은 더 클 수가 있다. 하지만, 이런 광고문구를 퍼블리셔에서
먼저 했든 웹진에서 퍼뜨렸던간에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는 꽤나 훌륭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팔리는 타이틀만을 만드려는 추세에 후속작과 리메이크
작품이 판치는 천국에서 킬존과 같은 신작 타이틀에는 한번에 게이머들의 눈길을 끌만한 요소가 필요했고, 헤일러 킬러라는 수식어는 Xbox의
FPS 유저들까지도 끌어 들일 수 있는 포괄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킬존은 밀리터리 성격이 강해 헤일로와의
직접적인 비교는 조금 억지 같기도 하지만, PS2 유저에게 있어서는 헤일로 킬러로 느껴질 만한 타이틀임에 틀림이 없다.

헤일로가 별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