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만에 만나는 코나미의 독창성
체인즈 오브 파워라 쓰고 오즈(OZ)라 읽는다
체인즈 오브 파워(이하 COP)의 원제는 오즈(OZ). 어느 정도 눈썰미가 있는 유저라면 L. 프랭크 봄(L. Frank Baum)의 소설을
토대로 영화화 된 '오즈의 마법사'에서 제목을 차용했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게임의 소재를 동화에서 차용하는 것은 그다지 선례가 많지
않지만 00년 작품인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의 경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그 소재를 차용했던 적이 있다. 게임의 변화무쌍한 다양성
때문에 동화에서 그 소재를 따왔다고 게임의 내용 또한 어린이에게 적합하거나 할 수는 없는 법, 따라서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의 경우 3인칭
액션 어드벤처에 호러성을 가미하여 원작과는 전혀 다른 차별화를 이뤄냈다고 할 수 있다. COP에서는 원작의 도로시라는 이름을 빌려오고 그 외
인물인 양철나무꾼, 허수아비, 사자의 반대되는 특성을 유저가 운용하는 캐릭터인 필과 알미라, 레온에 부여했다. 인물을 빌려옴에 있어 그들의
외형이나 이름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설정을 이에 적용했는데, 일례로 양철나무꾼의 경우 약한 정신력을 갖고 있지만 이를
모태로 하는 필은 이와는 반대로 강한 정신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게 된다.
물론, 스토리도 원작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신이 등장하고, 세계의 멸망이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가 나오긴 하지만 전체적인 주축은 도로시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필 일행(필, 알미라, 레온)의 모험에서 여러 사건사고를 거치며 필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인물로 이야기의 갈등을 대립시켜 긴장감을 불어 넣었고, 수려한 일러스트는 유저의 눈을 자극하여 원작과는 전혀 다른
스토리에 유저를 몰입시킨다.

이렇게나 귀여운 동화속 캐릭터들이...
|

코나미에 의해 재창조되는 순간이다
---|---

잔혹동화라 불리는 아메리칸 맥기의 앨리스.
칼을 든 앨리스의 모습이 가히 엽기적이다
|

꽤나 멋들어진 일러스트
---|---
왜! CHAINS OF POWER는 3名인가?
위 문구는 다름아닌 COP의 타이틀에 매겨진 문구 중 하나다. 왜 3명이 아니면 안 되는지의 이유는 전투시스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COP의 액션은 한마디로 독특하다. 아니, 좀 더 엄밀히 얘기하자면 배구에서 팀원들끼리 공을 주고받는 것과 비슷한 공격방식은 독특함을 더 해
게임을 이끌어가는 핵심요소라 할 수 있다. 삼위일체 콤비네이션이란 멋들어진 작명의 공격 방식은 적을 지상에 발붙이지 못 하게 한 채 동료와
적을 주고받으면서 텐션 게이지를 얼마나 모으느냐를 관건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모아진 텐션 게이지는 레벨에 따라 단독 필살기, 혹은 2인
이상의 필살기로 게임을 한결 쉽게 풀어나가는 요인이 된다. 덧붙여 다수의 보스전에서는 삼위일체 공격으로 텐션 게이지를 모아 필살기로만
대미지를 줄 수 있는 보스들이 등장하기에 동료와의 연계공격은 게임을 진행함에 있어 절대 간과 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다. 또, 필살기로
적을 제거 할 경우 캐릭터를 육성 하는데에 사용되는 많은 량의 에테리아를 얻음은 물론 스테이지를 클리어 한 후 높은 랭크를 받게 된다.
나아가 베스트 엔딩의 충족조건 중 하나가 전 스테이지의 A랭크 등급을 요하고 있어, 삼위일체 콤비네이션 시스템은 COP의 중심을 이루는
요소라 말 할 수 있다.
난 배구를 못한다며 으레 겁먹지는 말자. 목적은 하나, 적을 떨어뜨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동료와 주고받는 것이며 이것은 타이밍이 열쇠를 쥐고
있다. 동료가 적을 넘겨 줄 때는 해당하는 동료의 이름을 부르니 귀를 쫑긋 세우고, 동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 자신에게 적이
넘겨오면 타이밍을 맞춰 적당히 콤보를 넣은 후 필살기로 적을 제압하거나 다시 동료에게 보내는 것이 연계 공격의 기본. 적을 떨어뜨려도
에어레이드나 슬라이딩 공격으로 적을 다시 띄울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자. 이처럼 다채롭고 부수적인 공격방법들이 뒷받침되어 유저 개인의 적은
노력에도 COP의 가장 큰 특징인 삼위일체 콤비네이션을 통해 지속적인 재미를 느끼게 된다.

동료가 적을 던져주면 타이밍에 맞춰
연계공격을 펼쳐 나가자
|

필의 1인 단독 필살기
---|---

필과 쥬쥬의 2인 합체 필살기
|

궁극의 필살기인 3인 합체 필살기, OVER ZENITH!
---|---

에테리아를 수확하여 이와 같은 아이템을 구매 해
캐릭터를 성장시켜 나가게 된다
|

참고로 베드엔딩의 충족조건은 모든 스테이지를
C랭크 이하로 받는 것이다
---|---
감칠 맛 나는 스테이지 구성
총 22개의 스테이지에 4가지의 멀티 엔딩이 준비되어 있어 마음잡고 파헤쳐 보면 게임의 수명은 꽤나 긴 편이다. 특히, 2회차 플레이에서
부터는 각종 코스튬이 추가되거나, 특전이 주어져 꾸준하게 즐길거리를 만들어 두고 있다. 9번째 스테이지를 제외한 각 스테이지마다 보스가
등장하며, 각 스테이지를 연결하는 중간고리에서는 인물들간의 대화를 통해 스토리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인물들과의 대화에서 나오는 선택문은
엔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캐릭터의 호감도에 영향을 미쳐 중반부에서 캐릭터 선점의 차이를 보여주게 된다. 같은 맥락으로 가룸(ガルム),
쥬쥬(ジュジュ)2명의 보스를 만나게 되는 6번째 스테이지에서는 누구를 먼저 처리 했느냐에 따라 뒤에 동료로 맞게 되는 인물이나 이후의
보스전에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 엔딩은 멀티엔딩으로 나누어지게 되지만 이처럼 엔딩으로 가는 길에 다양성을 부여하여 2회차를 넘어 3회차
에서도 매번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 이미 클리어 한 미션을 다시 플레이 할 수 있는 EX모드에서는 한 때의 적이었던 보스들을
동료로 맞아 새로운 파티를 구성함은 물론, 필을 제외한 다른 캐릭터를 운용 할 수도 있다.

영화의조각 입수개수에 따라 주어지는 특전 중
캐릭터 설정집과
|

타이틀 갤러리
---|---

스테이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보스전은 각각의 약점을
공략하는 재미가 있다
|

선택지에 따라 레온과 알미라의 호감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
멋지다는 말로는 부족한 음악의 매력
COP의 영상을 한껏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것에는 감미로운 음악이 자리 잡고 있다. 곡들 대부분이 세계의 멸망을 암시하는 COP의 스토리적
성격과 결합되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뿜으며, 유저에 있어 감정이입을 돕고 있다. 이런 음악은 뭐라 확실히 장르를 내리기도 애매하다. 단지,
게임의 성격에 무척이나 잘 어울려 흡사 COP에 사용되지 않았다면 이 음악들이 빛을 보지 못 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총 8곡의
곡들은 오프닝, 로딩, 전투 중 적재적소에 다양한 음악을 들려줘 유저에게 청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글화의 부재
COP를 국내유저와 만나게 해준 코나미마케팅아시아(이하 KMA)에 출시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며 고개를 숙여야 할까, 아니면 단순하게 매뉴얼만
한글화하고 게임을 발매해 준 그들의 무성의함을 원망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COP는 액션의 성격이 짙음에도 인물들간의 대화에서 그들의 밀고
당기는 갈등과 필의 과거 등 유저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사건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옆나라 일본어로는 대부분의 유저가 스토리 이해를 할 수
없을거란 생각이 든다. 물론, 정식발매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한글화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퍼블리셔
측면에서 이왕 출시하는 것,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거기에는 한글화라는 요소가 따라 붙기 마련이다.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의 열악한 비디오 게임시장을 생각하면 참으로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스토리의 이해는 둘째 치고 정작 게임에서 사용되는
아이템의 능력조차 알 길이 없다.

대화의 이해불능은 물론, 각 스테이지의 소제목이나...
|

아이템의 용도 또한 알 수가 없다
---|---
코나미의 또 다른 모습
삼위일체 콤비네이션이란 기능 하나만으로도 COP는 액션의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본다. 단순히, 동료와의 협공공격이 아니라 적을
대상으로 연계공격을 펼치는 시스템은 코나미의 또 다른 전문분야인 리듬 액션게임을 하듯 날아오는 적을 타이밍에 맞춰 처리하는 느낌과 같다.
또, 부수적인 특전과 멀티엔딩 시스템은 반복 플레이에서 오는 지루함을 덜어주고 있다. 상당한 수작이 될 수 있었음에도 퍼블리셔의 단순한
매뉴얼 한글화 때문에 현지화에 실패한 느낌이 강하지만, 모처럼만에 코나미의 독창성을 맛 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개성 넘치는 타이틀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