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은 분명한데...

대도 슬라이 쿠퍼 일당들이 '슬라이 쿠퍼 3 : 최후의 대도(이하 슬라이3)'란 이름으로 다시금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변함없이 한결 같은 그 모습 그대로 말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변함이 없다는 표현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일이 많다. 특히, 그 대상이 어떤 시리즈물의 후속작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후속작이라면 마땅히 전작과는 다른 어떤 변화를 보여주어야 할 의무 아닌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변함이 없다는 표현은 곧 전작에 비해 아무런 발전이 없었다는 의미의 다분히 부정적인 평가를 내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라이3를 평가함에 있어서 사용한 변함이 없다는 표현은 어디까지나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표현이다. 슬라이 쿠퍼 시리즈는 이미 그 첫 작품을 통해서 변해야 할 것들보다는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더 많은 하나의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었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슬라이 쿠퍼 시리즈는 그 시작부터가 범상치 않았다는 것이고, 뒤따른 후속작들도 범상치 않았던 그 최초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오히려 좋은 평가를 계속 받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여전한 그래픽
그래픽 면에서도 시리즈의 첫 작품과 비교했을 때 전체적인 모습은 어느덧 세 번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때나 지금이나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 이미 첫 작품을 통해서 카툰 렌더링의 정점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최상의 그래픽을 선보였었기 때문에 변함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세세한 부분에서는 새로운 동작이 추가됐거나 좀 더 효과가 화려해졌다거나 하는 식으로 작은 변화가 엿보이긴 하지만, 이는 변화라고 하기에는 다소 민망한 수준이기 때문에 전작에서 미처 다듬지 못했던 부분을 세세한 손길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결국 슬라이3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변함 없이 완벽에 가까운 최상의 그래픽을 선보이고 있다는 의미이며, 그 덕분에 플레이어는 이번 작품에서도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황홀한 착각 속에서 게임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즐거움의 늪에서 허우적되게 될 것이다. 감히 어느 한 부분 흠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슬라이3의 그래픽은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하기 때문에 이 이상은 더 할 말이 없다. 나머지는 직접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도록 하자. 최상의 카툰 렌더링 기법을 통해서 완성된 완벽에 가까운 그래픽이 당신의 눈을 한없이 즐겁게 해줄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소위 양키 풍의 캐릭터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개개인의 취향 문제는 잠시 논외로 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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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슬라이 쿠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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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벤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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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힘짱!! 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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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훌륭한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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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툰 렌더링의 정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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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소개도 한 편의 만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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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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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의 퀄리티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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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도 마찬가지
사운드도 변함이 없다. 여전히 훌륭하며, 여전히 흠 잡을 곳이 없다. 게임의 분위기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배경음악하며, 좀 더 게임에 집중할 수 있게끔 바람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효과음하며 모든 부분에 걸쳐서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 또한 순찰을 돌고 있는 경비병의 등 뒤로 몰래 다가가 소매치기를 하려 할 때 배경음악이 천천히 잦아들면서 종종거리는 발걸음 소리만 크게 들리는 식의 게임 플레이와 결합된 음악적 효과도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어 게임의 재미를 한껏 돋우고 있다. 뇌리에 콱 박혀버릴 정도로 뛰어난 음악을 들려주진 않지만 게임음악의 존재의의는 어디까지나 게임의 분위기를 얼마만큼 잘 살려내느냐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슬라이3의 사운드는 매우 훌륭한 경지에 도달해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글화 과정에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생한 성우들의 미흡한 목소리 연기 문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음성까지 완벽하게 한글화된 것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몇몇 부분에서 게임의 분위기나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억양의 목소리 연기가 펼쳐지는가 하면 실소를 머금게 할 정도로 어설픈 사투리 연기를 선보이기도 해 오히려 게임의 재미를 떨어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 건너 오면서 다시금 음성 녹음 작업을 하다 보면 이러한 실수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트집 잡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항상 아쉬움은 감출 수가 없는 법이다.

여전히 즐거운 그들의 버라이어티 액션 어드벤처!!
슬라이 쿠퍼 시리즈만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마치 종합 선물 세트와도 같은 버라이어티한 게임 플레이일 것이다. 이미 시리즈의 첫 작품을 통해서 장르와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게임 플레이를 선보인 바 있는 슬라이 쿠퍼 시리즈의 이러한 전통은 슬라이3에도 여전히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니, 이번이 세 번째 작품인 만큼 더욱 다양해졌고, 더욱 화려해졌으며, 더욱 새로워졌다.
슬라이3는 기본적으로 잠입을 바탕으로 한 액션 어드벤처 스타일을 취하고 있다. 경비병의 눈을 피해 숨어들어가 목표가 되는 지도나 보물따위를 훔쳐내는 식의 게임 플레이가 주를 이루며, 때때론 경비병들과의 힘겨운 사투를 벌이기도 하는 등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 방식은 전형적인 잠입 액션 어드벤처의 구도를 띄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게임 플레이 방식에 있어서 슬라이3는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 방식에 더해 레이싱이나 슈팅 장르의 특성을 채용한 미니 게임 형태의 색다른 게임 플레이 방식을 게임 내에서 다양하게 제공함으로써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를 하고 있다.
슬라이3에서 플레이어는 게임의 스토리에 따라 물의 도시 베니스를 배경으로 적과의 보트 추격전을 벌이기도 하며, 비행 대회에 출전한 한 명의 선수가 되어 적기를 모두 격추시켜야만 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어디 그 뿐 인가. 원격 조종 무인 보안 시스템을 움직여 공격해오는 적들을 막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알 수 없는 힘으로 거대해져 버린 카멜리타 형사와의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이 들 정도로 슬라이3에는 장르와 장르를 넘나드는 수많은 게임 플레이 방식이 미니 게임 형태로 공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슬라이3의 장르는 초절정 버라이어티 액션 어드벤처라고 표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다소 번잡하다고 할 수 있는 이러한 게임 플레이 방식은 주된 게임 장르의 묘미를 희석시킨다는 차원에서는 다소 단점으로 부각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이 모든 것들이 게임의 스토리와 교묘하게 결부되어 게임 내에서 아주 유효 적절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슬라이3에서는 결코 단점이 되지 않는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미니 게임 하나하나의 퀄리티도 뛰어나기 때문에 이런 버라이어티한 게임 플레이 방식은 게임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려주고 있다는 차원에서도, 질리지 않는 색다른 재미를 계속해서 창출해내고 있다는 차원에서도 슬라이3를 비롯한 슬라이 쿠퍼 시리즈만의 특징이자 커다란 장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슬라이3에 이르러 이러한 슬라이 쿠퍼 시리즈의 전통이 비로소 가장 완전한 모습으로 완성되었단 생각이 들 정도로 슬라이3의 게임 플레이는 모든 면에서 완벽하기 때문에 슬라이3를 하는 내내 플레이어는 다양한 게임 플레이 방식이 선사해주는 즐거움의 숨쉴 틈조차 없는 융단 폭격 속에서 환희에 찬 비명을 지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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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은 잠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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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풍기 통로를 이용해 잠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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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변장을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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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키지 않게 숨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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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추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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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 게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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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시스템을 이용해 적군의 침입을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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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와 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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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유치함
하지만 슬라이3는 유치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심하게 유치하다. 이것이 바로 슬라이3는 물론 지금까지의 모든 슬라이 쿠퍼 시리즈가 등에 엎고 있었던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래픽이면 그래픽, 사운드면 사운드, 게임 플레이면 게임 플레이, 게임의 모든 부분에 걸쳐서 감히 자그마한 트집하나 조차 잡아낼 수가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에서 거의 완벽한 모습으로 완성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바 킬러 타이틀만큼의 흥행을 하지 못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아이들보다는 알 거 다 알고 화끈한 거 좋아하는 성인들이 게이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 대상 또한 바로 이들임에도 슬라이3는 그 첫 작품에서부터 지금까지 고집스럽게 다분히 아동 취향의 유치함을 유지해왔다.
이러한 유치함이 아동들에게 있어서는 꿈과 모험의 환상적인 세계일지 몰라도 그 옛날 디즈니 만화 풍의 과장된 그래픽 보다는 실사를 방불케 하는 현실적인 그래픽에 더 마음이 가는 것이, '머레이맨은 뭐든 못 하는 게 없는 천재거든!!' 따위의 유치한 대사를 쉴 새 없이 남발하는 캐릭터보다는 '악마는 절대 울지 않아!!' 같은 멋들어진 대사 한 마디를 절규하듯 외치는 캐릭터에 더욱 애정이 가는 것이 바로 어느덧 흘러간 세월 속에서 소위 우스갯소리로 세상의 쓴 맛 좀 본 어르신들의 취향이란 것이다.
슬라이3가 탁월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에 걸 맞는 평가와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다분히 아동 취향의 게임 스타일을 유지함으로써 수많은 성인 게이머들로부터 어쩔 수 없는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그 사람의 절대적인 취향을 대변한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슬라이3를 재미있게 즐길 성인 게이머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월이 흘러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나면 어렸을 때 즐겨 보던 디즈니 만화 동산이나 뽀뽀뽀 대신 드라마나 뉴스를 먼저 챙겨보게 되기 마련이다. 가혹한 세월의 칼바람 속에서 지난 날의 순수함과 동심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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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사투리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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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머리… 잔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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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머레이맨…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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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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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세월과 사라진 동심, 그리고 명작의 가치
그래서 필자는 슬라이3를 권하기 전에 먼저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은 몇 살입니까?' 만약 당신의 나이가 '어리다'고 표현되는 사회의 보편적인 나이 기준에 부합한다면 슬라이3를 꼭 즐겨보기 바란다. 슬라이3는 최고의 재미와 만족감으로 당신의 기대에 화답할 것이다. '당신은 언제든 동심으로 다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첫 번째 질문에서 열외된 사람이라면 자기 스스로에게 한 번 이 두 번째 질문을 던져보자. 만약 언제든 다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당신이 지난 날의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마찬가지로 슬라이3를 꼭 즐겨보기 바란다. 진한 명작의 향기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 두 가지 질문 모두에서 열외된 사람이라면 슬라이3를 즐기기에 앞서 심각하게 한 번쯤 더 고민해보기 바란다. 슬라이3는 명작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정말 대단한 게임임이 분명하지만, 연령대 차이에서 오는 보편적인 취향 문제에 극도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임이기 때문에 명작이란 수식어에 걸 맞는 만큼의 재미를 당신이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한 아무런 보장을 해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슬라이3가 명작이란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란 점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유치하다고 해서 명작이 아니라면 이 세상 모든 아동용 게임은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명작이 될 수 없다는 얘기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명작의 가치는 개개인의 취향 문제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재미의 정도나 흥행 성적 따위와는 무관하게 얼마나 잘 만들어진 게임인가를 기준으로 절대 평가를 통해서 정해지는 것이며, 명작은 명작이라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커다란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러니까 슬라이3를 플레이 해보고 만약 그다지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면 슬라이3가 재미없음을 탓하지 말고, 흘러간 세월과 그 세월 속에서 어느새 사라져버린 당신의 동심을 탓하도록 하라. 필자도 그래서 담배 한 모금과 함께 흘러간 세월 속 어딘가에 두고 왔을 동심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있는 중이다. 슬라이3는 명작임이 분명하건만 어째서 생각만큼 그다지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역시 세상 모든 걸 다 속여도 세월만큼은 좀처럼 속일 수가 없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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