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

제이씨엔터테인먼트(대표 김양신)의 '프리스타일' 글로벌 리그 현장, 기자석 한 쪽 구석에 낯설은 이가 한 명 앉아있다. 누군가 물어보니 모 대기업 마케팅 총 책임자였다. 그는 새로운 마케팅 채널을 검토하기위해 리그가 열린 제주도까지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대기업 중역의 직접적인 움직임 외에도 게임 시장에는 이미 '카트라이더'나 '워크래프트3'의 새 리그 기획에 은행권을 비롯해 대기업들의 다양한 제안이 오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e스포츠 관련 업계에 주목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SK텔레콤, KTF, 화승, STX, 신한은행 등 이미 최소 10개 이상의 대기업들이 '스타크래프트' 메인 스폰서로 자원하면서 e스포츠에 깊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대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며 e스포츠에 뛰어들 태세다. 대체 e스포츠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들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 높아진 게임의 위상에 업계 '주목'

대기업들이 e스포츠에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높아진 게임의 위상' 때문이다. 광안리 10만 관중 모집 등 정식 스포츠 종목인 축구나 야구 못지않은 관중동원을 '척척' 해내는 스카이 프로리그에 대한 소문, '카트라이더'와 연계한 마케팅으로 대박을 터뜨린 코카콜라의 사례 등 게임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레 e스포츠가 대기업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는 얘기다.

특히 국내 최대의 게임쇼 지스타에서 보여준 해외 2억9천달러의 수출상담 실적, 그리고 WCG 등 국제 게임대회에 50여개국이 참여해 대회를 치른다는 소식 등은 대기업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가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주 소득원인 태백시의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게임시티'를 지목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며, '스타크래프트' 양대리그 뿐만 아니라 듀얼이나 서바이버 리그 등의 하위 리그에서도 계속적으로 대기업의 스폰이 들어오는 것도 이를 대변해주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 미래의 구매력에 호소한다

대기업들은 지금 당장의 수익성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지만, 앞으로 10년 후, 혹은 20년까지의 거시적인 미래까지도 내다본다. 지금 당장의 구매력은 없지만, 이들에게 계속적으로 자사의 브랜드를 노출함으로써 10년 후 이들이 구매력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 효과를 본다는 판단이다.

특히 한창 성장기인 10대의 소년 소녀들은 자신들이 한 번 긍정적으로 바라본 기업에 대해서 깊이 신뢰하는 성향이 강하다. 어른이 된 후 이들을 자신의 기업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것 보다 아이들에게 각인을 시키는 것이 훨씬 쉽다.

그런 시점에서 게임은 대기업의 기호에 적절하다. 아이들이 그만큼 주목하고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과 그 게임의 대회에서 자연스럽게 자사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은 대기업 입장에서 스폰 비용에 비해 훨씬 큰 효과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서 '면도기는 질레트만 쓴다, 은행은 신한은행을 이용할 거다' 라는 식의 얘기가 종종 눈에 띄는 것을 보면 이러한 'e스포츠 효과'가 입증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일상의 게임화, 계속적인 노출이 가능

대기업이 e스포츠에 참여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그만큼 노출이 잘 되기 때문이다. e스포츠의 대표적인 종목이라 할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 같은 경우 스포츠 지에서 연일 '펑펑' 터뜨려주고 있으며, 일간지에서도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CJ에서 전략적으로 들고나온 e스포츠 대회 '슈퍼파이트'의 경우 네이버와 곰TV뿐만 아니라 케이블 TV XTM 등을 통해 웬만한 공중파 TV 못지않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어 더욱 e스포츠에 대한 대기업의 관심을 고무시키고 있다. 유명 프로게이머가 60만명 이상의 팬클럽 회원을 보유하는 등 연예인 못지않은 주목을 끄는 것도 관심 이유 중 하나다.

또한 게임이 점점 일상화 됨에 따라 스폰을 할 경우 자연스럽게 지속적인 노출이 되는 것도 게임을 택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전국 PC방을 통한 대회의 스폰을 하게 될 경우 한 달 혹은 두 달 가까운 기간 동안 전국의 게이머들에게 지속적으로 자사 브랜드가 노출된다는 점은 굉장한 매리트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에 와서는 게임 속에 브랜드를 노출하거나 자사의 제품과 '아이템' 마케팅을 진행해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모 게임과 삼각김밥을 연계했더니 전국 삼각김밥이 씨가 말랐더라' 등의 소문은 게임을 통한 마케팅과 '위력'을 단숨에 증명해주는 사례다.

이러한 대기업의 참여에 대해 e스포츠 협회의 이헌구 국장은 "이런 현상은 99년부터 시작된 e스포츠가 이제 성숙된 시장으로 인식되었음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또 "e스포츠는 타 스포츠에 비해 훨씬 저렴한, 연간 15억~20억 정도면 프로게임구단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지출 대비 효과가 크다. 신규 창단 기업도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최근 슈퍼파이트의 스폰서로 참여한 인텔 코리아의 이희성 대표 또한 "게임이야 말로 미래에 가장 성장할 가능성이 큰 산업"이라며 "인텔도 꾸준히 게임 개발사와 함께 게이머들을 위한 마케팅을 펼쳐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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