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007년 게임 업계가 걸어가야 할 길

지난 2006년은 게임산업에 있어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게임산업의 큰형 격인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명의도용사건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으며 문화부와 게임개발원은 '바다이야기'로 몇 개월 동안 고통스러운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모든 게임인 들의 관심사인 게임진흥법과 게임물등급위의 새로운 발촉 등도 지난 2006년에 발생한 게임산업의 이슈들이다. 하지만 이중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점은 '바다이야기'도 명의도용사건도 아닌, 바로 대작들의 연이은 참패다. 명의도용이나 '바다이야기' 그리고 게임진흥법은 하나의 사건이라 불릴만 하지만 대작들의 참패는 시장이 변해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동안 게임은 특정 소수가 즐기는 독특한 하나의 문화였다. 아니 '제한된 이들만 즐기는' 놀거리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게임은 특정 소수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즐기는 놀거리로 변했다. 아직까지 국민 게임으로 불리고 있는 넥슨의 '카트라이더', 그리고 '메이플 스토리', 게임하이의 '서든어택'이나 네오위즈의 '스페셜포스' 등의 게임은 이미 인터넷을 사용하는 국민이라면 한 번쯤은 즐겨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이가 많아져 게임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게임을 바라보는 사용자들의 입맛도 각각 달라졌고 원하는 바도 많아졌다. 즉, 이제 게임을 개발하면서 변해가는 사용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읽어내지 않으면 흥행에 실패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는 게임산업에 있어서 굉장히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한정적이었던 게임시장의 영역이 몇 배로 늘어났다는 의미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의 변화에 민감한 게임업체들은 이런 변화들에 대해 신속하게 변모하고 있다. 기획과 마케팅 팀을 강화하고 그들로 하여금 시장에 대한 분석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한다'라는 기본적인 상업 행위에서 '제품을 만들어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팔 수 있는가'로 진화한 것이다. 이것은 산업이 그만큼 크게 성장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하튼 이런 변화에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한, 소위 '대작'들의 흥행 실패는 게임산업 전반에 걸쳐 '성장과 투자의 위축'이라는 심각한 상황을 연출해냈다.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 게임들이었기에 그만큼 게임산업에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많은 투자자들의 투자를 일순간 움추리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 연쇄 작용으로 게임 주들은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많은 투자자들이 자금을 손에 쥔 채 국내 게임시장을 조심스럽게 살펴보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어느 정도 자금을 보유한 대형 회사들에게는 그다지 문제가 되는 일은 아니지만 중소규모의 게임 개발사들에게는 치명적인 형태로 다가왔다. 투자 받기로 한 자금이 동결되면서 개발사의 자금이 고갈됐고 그 결과는 회사의 파산이라는 형태로 진행 됐기 때문이다. 어느 산업이든 똑같겠지만 중소기업 층은 사람으로 말하면 허리에 해당된다. 이 층이 두터우면 두터울수록 산업은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충분히 이겨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층이 얇으면 얇을수록 산업은 쉽게 무너지게 된다. 그만큼 이런 중소 개발사들이 기본적으로 탄탄해져야 게임산업이 더욱 발전 할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그렇다면 대작 실패에 대한 투자 위축 등으로 게임산업이 점점 암흑의 길로 간다고 확정지을 수 있을까? 아니다 본 기자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실 이 모든 일들은 게임산업이 보다 크게 성장하기 위한 '인고의 시간'들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이 매년 50%이상씩 성장을 해 작금에 이르러서는 8조원에 달하는 시장 규모를 지니게 됐고, 새롭게 게임진흥법이 탄생했다 사실도 본 기자의 생각을 뒷받침해준다.

게임진흥법, 이 법 덕분에 게임산업이 여러 모로 제재를 받기는 하겠지만 반대로 진흥법에 의해 게임산업이 여타 다른 문제들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까지 게임에 관련된 문제들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등으로 법적 처리를 받아야만 했다. 그 뿐인가, 무슨 사회적인 문제만 발생하면 마치 게임이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치부 받아야만 했다. 2006년 초에 발생된 명예도용 건만 해도 그렇다. 주민등록이 노출된 원인을 규명하고 그에 대한 처리가 필요했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일어난 곳만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아야만 했던 것이다. '바다이야기'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바다이야기' 덕분에 게임산업이 함께 마치 산업 모두가 '도박이 아니냐'라는 의혹의 눈길을 받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도박과 게임을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게임과 도박은 다르다고 주장했던 여러 게임 전문가들과 게임업체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이 든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이러한 법을 토대로 중소 개발사들을 배려하고 중소 개발사들이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면 또 한 번 게임산업이 더욱 단단해 질 수 있도록 하는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미 게임업계는 과거처럼 '모 아니면 도'식의 도박을 한다는 느낌처럼 게임 하나에 회사의 사활을 걸었던 방식은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황이다. 이미 많은 개발사들이 타겟에 맞는 게임을 개발하고 대박을 만든다는 생각보다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시장 상황에 맞추어 게임을 개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어느 정도 자금이 생겼다고 무분별하게 퍼블리싱을 진행하고 게임포털을 만드는 모습도 이제는 시장에서 거의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이는 그만큼 중소개발사들도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퍼블리싱사들도 마찬가지로, NHN이나 네오위즈 등 국내 대표적인 퍼블리싱사들도 보다 다양한 게임들을 포섭하고 그에 맞는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개발사와 퍼블리싱간의 이해관계들이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시장생리에 따라 개발사와 보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퍼블리싱사에 많은 게임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그들의 입맛에 맞는 제안과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런 변화들은 게임산업이 작년 보다는 올해 더욱 성장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영화산업이 보다 글로벌해지기 위해 많은 인고의 시간을 겪어 냈듯 지난 해는 게임산업이 그동안 지니고 있던 많은 문제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그런 인고의 시간들이었다. 이제 그동안 쌓였던 많은 문제점들과 불만들을 해소하고 새롭게 시장을 이끌어 나갈 시기가 됐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그로 인해 게임산업의 수출금액도 몇 단계 더 상승시켜야만 한다. 또한 더 나아가 해외 주식시장에도 국내 게임업체들이 상장을 해 보다 많은 해외 자금을 국내로 끌어들여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국내에서의 경쟁은 그만 두고 세계로 나아가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아마 올해는 게임산업이 크게 성장 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다시 퇴보 할 것인가를 가늠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게임산업이 걸어온 인고의 길들을 살펴보면 오히려 과거 보다는 작금의 상황들이 훨씬 좋다고 볼 수 있다. 비디오 게임시장의 총아가 일본과 북미로 집약 되었다면 이제 '온라인 게임 시장은 한국'이라는 공식을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다. 국내에서의 여러 문제들에 비해 해외에서의 문제들은 더욱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해 간다면 언젠가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을 한국이 완전히 주도하는 그런 시대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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