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월드의 드래곤 라이더가 되어보자
판타지 세계의 단골손님, 드래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생물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또 가장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존재 중 으뜸 가는 것이라면 단연 드래곤(용)을 들
수 있다. 드래곤은 동서양을 굳이 가리지 않더라도 신화나 설화 속에 단골 손님으로 등장했고, 검과 마법, 그리고 요정의 세계를 그린 영화나
소설 속에서도 거의 빠지지 않는다. 물론,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판타지 세계를 무대로 하는 일이 잦은 RPG의 세계는 물론이고, 액션이나
슈팅 게임에서도 드래곤은 주역, 혹은 조연으로 등장한 일이 많았다. 작품마다 등장하는 드래곤의 모습이나 역할을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드래곤들은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신비로운 존재라는 점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

드래곤은 판타지 세계를 그린 게임에서도 단골 손님이다.
사진은 유명한 드래곤 액션게임 팬저드라군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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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3의 성능을 빌어, 풀HD 그래픽과 7.1 채널 사운드를
갖춘 드래곤 게임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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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강하고, 신비로운 존재인 드래곤을 소재로 한 액션 게임인 레어(Lair)가 드래곤의 이미지 만큼이나 강력한 성능을 갖춘 하드웨어, 플레이스테이션3(이하 PS3)용으로 등장했다. 레어는 PS3의 성능에 걸맞게 1080p 풀HD 그래픽과 함께 7.1채널 서라운드 사운드를 지원한다. 그야말로 최상의 영상과 음향을 자랑하는 차세대 드래곤 액션 게임, 레어에 대해서 살펴보자.
강력한 드래곤이 활보하는 레어(Lair) 의 세계
레어의 주인공은 번영한 국가인 '아실리아'의 드래곤 라이더인 '론'으로서, 그가 속한 드래곤 부대는 아실리아에 적대하는 야만족이나 이교도인
'모카이'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임무를 맡고 있다. 플레이어는 드래곤 라이더, 론이 되어 그의 드래곤을 타고 전투에 나서게 되는데, 드래곤은
기본적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싸우지만 가끔은 땅에 착륙하여 지상전을 벌이기도 한다.

주인공인 '론'은 아실리아국의 드래곤 라이더로,
이교도인 '모카이'를 증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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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자격을 갖춘 주인 외의 명령에는 따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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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가장 대표적인 공격수단은 입에서 불을 뿜는 브레스 공격으로, 공격 버튼을 짧게 연타하면 마치 기관총과 같이 연사되며 멀리 떨어진 적을 공격할 수 있다. 반대로 공격 버튼을 길게 누르면 연속적으로 화염이 방출되면서 사정거리는 짧지만 넓은 범위의 적들을 공격할 수 있다. 또한, 적 드래곤이 가까이 있을 경우 서로 맞붙어서 육탄전을 벌일 때도 있는데, 이 때는 플레이어의 커맨드 입력에 따라 화려한 연출과 함께 적 드래곤을 물리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브레스 공격으로
적을 물리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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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끼리 접근전을 하기도 하며, 플레이어의 커맨드
입력에 따라 화려한 연출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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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드래곤이나 비행 몬스터를 상대로 싸우는 공중전과 달리, 지상전에서는 주로 인간 병사들을 상대로 싸우게 된다. 플레이어가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드래곤인 만큼 지상전은 비교적 쉬운 편인데, 드래곤을 타고 돌진하거나 앞발을 한번 휘두르기만 해도 적 병사들은 추풍 낙엽처럼 쓰러지고, 심지어 그 병사들을 잡아먹어 드래곤의 체력을 회복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병사들이 해당 스테이지의 주요 목표물로 등장하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 굳이 지상전을 하지 않아도 게임 진행에 지장을 주는 일은 별로 없지만 드래곤이라는 생물의 강력함을 느끼기에는 제격인 게임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지상전에서 드래곤은 인간 병사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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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요새로 잠입, 거대 보스와의 혈투 등,
다양한 스테이지가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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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인, 하지만 생소한 조작법
이 게임의 소개에서 빼 놓을 수가 없는 점 중 하나가 바로 독특한 조작법이다. 이 게임은 방향키로 조작하는 여타의 액션 게임들과 달리,
PS3 전용 식스액시스(SIXIS)컨트롤러 안에 내장된 모션 센서를 이용해 드래곤을 조작한다. 조작 방법은 매우 직관적으로서 식스액시스
컨트롤러를 좌측, 혹은 우측으로 기울이면 드래곤이 좌우 방향으로 이동하며, 컨트롤러를 안 쪽으로 '탁'치면 드래곤이 돌진을 하고, 앞쪽으로
밀면 180도 선회를 하는 식이다. 이 외에도 상승, 하강 긴급 회피 등 매우 다양한 동작을 식스액시스를 직접 움직이며 하게 되는데,
익숙해지면 무리 없는 조작이 가능하고, 마치 드래곤의 고삐를 직접 잡고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게임에의 몰입감을 더해준다.

방향키가 아닌 식스액시스 컨트롤러의 모션 센서를 이용,
컨트롤러를 직접 기울이며 드래곤을 조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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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조작법을 익히게 하기 위해 충실한 튜토리얼
모드가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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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개성적인 조작법 때문에 초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리며, 아무리 모션센서를 이용한 조작에 익숙해진다 해도 방향키에 의한 조작 보다는 아무래도 감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으므로 플레이어에 따라서는 매우 짜증나는 조작법일 수도 있다. 더욱이 발매 당초 레어는 드래곤의 조작을 오로지 모션센서로만 할 수 있었고, 이 조작법을 방향키로 바꾸는 옵션 메뉴가 전혀 없었으므로 모션센서 조작에 거부감을 느끼는 플레이어에게는 게임 하기가 여간 곤혹이 아니다.

튜토리얼 모드 이후에도, 게임 중 지속적으로
조작법을 설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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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션센서 외에 아날로그 방향키로도 조작을
할 수 있게 하는 패치가 제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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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최근부터 방향키로도 드래곤을 조작할 수 있게 하는 패치가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고 있지만, 이미 게임이 발매되고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인지라 이를 주목하는 게이머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듯 하다. 이 게임의 제작자들은 아무래도 PS3의 새로운 기능인 모션센서를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방향키로 인한 조작 기능을 넣지 않은 듯 한데, 아무래도 그 실험은 무리였던 듯 하다. 처음부터 게이머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스테이지 방대하나 불친절한 시스템 아쉬워
레어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상당히 넓은 스테이지다. 단지 넓을 뿐만 아니라, 스테이지 상의 건축물이나 자연 풍경 등이 상당히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상당한 몰입감을 주고 있다.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기 위한 조건은 목표물을 파괴하거나 지정된 장소까지 이동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화면 우측 상단에는 목표물의 방향을 나타내주는 화살표가 표시된다. 하지만 스테이지가 상당히 넓고, 현재 위치를 표시해 주는
레이더가 없어 단지 화살표 하나만 가지고는 목표물과의 거리나 올바른 위치를 가늠하기가 다소 힘든 편이다.

스테이지는 넓고 방대하며, 그래픽도 상당히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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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우측 상단의 레이더만 봐서는 목표물과의
거리나 올바른 위치를 가늠하기 어려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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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적들과 전투를 할때, 상대방과의 거리를 가늠하기가 힘들어 '이 상황에서 어떤 공격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조준을 도와주는 락온(Lock-On)기능이 있긴 하지만 적 뿐만 아니라 아군까지도 락온이 되므로 자칫 잘못하면 아군을 공격하게 되는 우려도 있으며, 어느 정도 떨어진 물체의 경우 이것이 적인지 아군인지를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든 난점도 있다. 이러한 몇 가지의 시스템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소 직관성이 떨어지는 모션 센서로 조작을 할 경우 답답함은 배가된다.

적과 아군이 대량으로 출현하면 조준에 어려움이 많으며,
락온 기능이 어설퍼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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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 후에도 몇몇 조작은 모션센서로 해야 한다. 특히
보스전과 같은 특수한 조작의 경우 이러한 경우가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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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패치 후에는 모션 센서가 아닌 방향키로도 조작을 할 수 있으므로 조작성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아쉬움이 덜해진다. 하지만 게임이 당초부터 모션 센서 조작을 염두하여 만들어지다 보니 패치 후에도 측면 회피 등과 같은 몇 가지의 조작은 여전히 모션센서로만 해야 하는 등, 다소 어정쩡한 느낌을 준다. 이와 더불어, 조작 패치 후에도 시스템적인 단점은 여전하므로, 이 게임의 구성 자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게이머들을 설득시키기는 힘들 것 같다.
최상급의 그래픽과 사운드, 그리고 매력적인 스토리
이렇게 단점이 제법 눈에 띄긴 하지만 레어는 여전히 매력적인 게임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플레이어를 압도하는 그래픽과 사운드를
갖췄다는 것이다. 배경과 캐릭터, 그리고 캐릭터들의 묘사는 매우 사실적이며, 이 모든 것이 1080p 풀HD급 화질로 구현된다. 또한, 요즘
게임들이라면 기본이 되어버린 5.1ch 돌비디지털급 사운드를 넘어, 7.1ch 무압축 PCM 사운드 출력까지 지원하는 것은 놀라운 점이다.
물론 이러한 고품질 영상과 음향을 완벽히 즐기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홈시어터 장비가 필요하지만, 굳이 이러한 점을 꼬집어 말하지
않더라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게임이라는 것은 이견을 달 수 없을 듯 하다.

풀HD급의 그래픽과 화려한 연출은 플레이어의
눈을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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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압축 PCM 7.1채널로 뿜어지는 오케스트라
배경음악은 매우 수준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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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가치를 더하는 또 한 가지는 매력적인 스토리와 아름다운 음악을 들 수 있다. 주인공인 론은 초반에는 아실리아국을 지키는 드래곤라이더로서, 자국을 침략하는 모카이족을 '야만인'이라 부르며 증오했지만 각종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조금씩 아실리아와 모카이의 진실을 알게 되고, 배신과 반전을 겪으며 진정한 드래곤라이더로서 성장해간다. 론의 이러한 흥미로운 여정은 저명한 영화음악 작곡가인 '존 데브니(John Debney)'의 장중한 오케스트라 배경 음악과 함께 분위기를 돋군다. 레어의 배경음악은 때로는 슬프게, 또 가끔은 격렬하게 플레이어의 가슴에 파고 드는 힘이 느껴질 정도로 수준이 높다.

주인공인 '론'은 각종 배신과 반전을 겪으며
인간적으로 점차 성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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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악을 맡은 '존 데브니'는 '씬시티', '패션오브
크라이시스트' 등을 담당한 저명한 영화 음악 작곡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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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은 싫어하지만 나머지 3명은 '미치도록' 좋아할 만한 작품
레어는 최상급의 영상과 음향, 그리고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조작성이나 편의성, 그리고 시스템 면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마무리 작업에 좀 더 힘을 기울였다면 걸출한 '물건'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작품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적지 않은 단점을
가진 게임이지만 장점 또한 무시 못할 정도로 돋보이기에, 이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히 나뉠 것으로 보인다.
굳이 비유하자면, 10명 중에 7명은 싫어하고, 나머지 3명은 미치도록 좋아할 만한 게임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