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힐이라는 이름으로 나왔지만...
5가 아니라 홈커밍이다
일본에서 제작되어 지는 유명한 공포게임 몇 개를 들어보라고 하면 필자는 사일런트 힐(이하 사힐)을 꼭 집어 넣을 것 같다. 그 이유는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그래픽에 의한 섬뜩함과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를 이용하여 시야를 가리는 공포, 그리고 이상하고도 기괴한 사운드의
공포와 깊이 있는 스토리까지 공포게임으로서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대작이기 때문이다. 이 사일런트 힐도 처음부터 공포게임의 대작인 것은
아니었다. 하드웨어의 성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던 PS시절, 고퀄리티의 3D를 쓰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한정된 공간과 안개를
이용하여 불필요한 소스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편법을 이용하여 게임제작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만 그런 요소들이
공포물이라는 컨셉과 잘 어우러지면서 공포감이 극대화 되어 게이머들의 인정을 받게 되었다. 또한 그 이후 PS2로 무대를 옮긴 뒤에 등장한
후속편들도 계속해서 좋은 평가를 받아 현재 공포 게임 장르를 대표하는 인기 시리즈로 등극했다. 이렇게 인기를 얻고 있으면 그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는 팬들을 위해 후속작을 계속 만드는 것이 당연하지만 개발사의 생각은 약간 다른가보다. 4편 이후에는 갑자기 1편 이전의 과거를 다룬
사힐 오리진이 PSP로 등장했으며(후에 PS2로 이식이 되었지만...), 차세대 게임기로 등장한 첫작품 역시 사힐 5가 아니라 홈커밍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다. 처음 필자는 왜 5편이 아니라 홈커밍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게임을 플레이 해가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오랜만에 등장 사힐 홈커밍!
전통적 요소와 새로운 요소들의 조합
필자는 인기 시리즈의 후속작이 나올 때 몇가지 눈여겨보는 것들이 있다. 바로 전작의 중요 요소들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전작의 단점들이
얼마나 고쳐졌는지, 새로운 요소들은 얼마나 생겨났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사힐 홈커밍 역시 1여년만에 등장한 신작이기에 이런 점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는데 다행히 전작들의 요소와 새로운 요소들이 적절하게 조화되어 이질적인 느낌은 없었다. 그중 가장 눈에 들어왔던 과거의 요소는 역시나
사힐이라는 느낌이 들게끔 하는 안개와 사운드였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처음에는 한정된 하드웨어의 성능 때문에 안개를 사용하였고 거기에
라디오를 이용한 기괴한 사운드를 접목시켜 공포감을 더욱 극대화 시킬 수 있었다. 이 점은 게이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사힐 시리즈의
전통적인 요소가 되었는데 이번 홈커밍에서도 당연하게도 안개와 라디오를 채용하고 있었다. 그 이외에도 사힐의 전통인 멀티엔딩, 코스츔의 변경,
그리고 엔딩에 따른 특수 무기 입수 같은 점들 역시 그대로 가지고 왔다.
안개요소는 그대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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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역시나 그대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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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어진 것이 있는 반면 전작과 다른 모습으로 변한 요소도 많다. 첫 번째로 전투시스템이 전작에 비해 강화되었다. 전작들 중 가장 전투시스템이 뛰어났던 것이 3편이었는데 그 3편보다 더욱 진화된 전투시스템을 가지게 된 것이다. 바로 회피와 다양한 콤보가 생긴 것 때문인데 적들의 공격이 전 시리즈를 통틀어 제일 까다롭기 때문에 회피와 적절한 콤보를 이용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게임오버다. 두 번째로 변경된 것이 대화에 의한 선택문인데 전작들은 대화에 대한 선택문이라는 요소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번작에서는 대화도중 무엇을 물어볼 것인지에 대해 선택을 하게 되고 이는 후에 멀티엔딩에 영향을 준다. 이렇게 전편의 요소들을 새롭게 바꾼 요소들은 전편의 요소들과 적절하게 어우러져 나름 발전한 사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코스츔 부분도 역시 채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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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도입된 회피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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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중 선택문이 생겼다
전편에 비해 발전한 그래픽인가? 긴가민가
사힐 시리즈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라면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그래픽으로 들 수 있다. 핏빛으로 얼룩진 건물이나 현실에서는 있을 수조차
없는 크리쳐의 모습에 노이즈 등 기타 여러 가지 효과들이 겹치면 더욱 소름끼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런 사힐의 전통적인 지저분하며
그로테스크한 그래픽이 홈커밍에 와서는 어째 좀 말끔해진 느낌이다. 그 이유는 첫째로 해상도의 상승 때문이다. 이전 PS2는 480i의 낮은
해상도를 이용했지만 홈커밍에서는 720p로 해상도가 높아져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이 강해졌다. 두 번째로는 텍스쳐가 고해상도를 이용하게 된
것 때문이다. 이전 작품들의 텍스쳐는 저해상도로 조금 지저분한 느낌이 상당히 많이 들었는데 홈커밍에 와서는 콘솔의 성능이 더 좋아지고
해상도가 높아진 만큼 텍스처 역시 고해상도가 되어 전편의 지저분한 느낌이 많이 사라졌다. 또한 하드웨어의 성능 덕분에 그래픽 자체가 좋아진
만큼 이면세계로 가는 연출이나 실시간으로 처리되는 그림자는 이전 사힐 시리즈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기술력 때문인지
조금 넓고 지형물이 많다고 싶은 곳에서는 어김없이 프레임 드랍이 발생하는 것은 조금은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이렇듯 전작들에 비해 성능이
올라가 고해상도를 사용하게 된 것은 좋았지만 사힐 시리즈 특유의 그래픽을 생각하면 더 좋아진 것이라고 해야 할지, 안 좋아진 것이라고 해야
할지 참 애매한 느낌이 든다.
전편은 저해상도라 특유의 지저분한 느낌이
엄청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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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상도 바뀌면서 어째 좀 말끔한 느낌이 드는건...
필자뿐만이 아닐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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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세계 연출은 영화의 그것을 그대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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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그림자 효과는 대단하다
이렇게 넓은곳에서는 프레임 드랍이 생긴다
게임의 깊이가 사라지다...후~
이번 사힐은 그래픽이 좋아진 것 이외에는 대체적으로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는 작품이라고 감히 얘기하고 싶다. 그 이유는 바로 게임의 깊이가
얕아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딱 두 가지인데 어드벤처 요소의 대폭적인 난이도 하락, 그리고 강화된 액션성으로 인한 것이다. 먼저
어드벤처 요소의 난이도가 하락된 부분을 보면 이전작들은 퍼즐을 풀거나 특정 아이템을 얻기 위해 맵을 돌아다녀야 하는 경우가 많아 긴장감이
느껴졌지만 이번 홈커밍에서는 퍼즐이 쉬워지고 특정아이템을 얻기 위한 과정이 많이 쉬워져 특정 장소를 탐험하는 것 보다 일직선으로 그냥
통과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이는 게임의 긴장감을 떨어뜨려 덩달아 공포감까지 떨어뜨리고 있었다. 또한 위에서 언급했던 발전된 전투는 적들과
싸움의 긴장감을 실어주긴 했지만 주객이 전도될 정도로 강조되어버려 과연 홈커밍이 어드벤처 게임인지 단순한 액션 게임인지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렇게 이 두 가지의 요소가 같이 합쳐지면서 전반적으로 사힐 특유의 공포감과 긴장감이 떨어진 것은 상당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퍼즐이 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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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아이템을 얻는 것도 무지 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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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이 너무 강화 되어 주객이 전도된 느낌...
콘솔에서 버그??
콘솔게임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무엇일까? 스토리? 그래픽? 아니다. 가장 위험하고 치명적인 것은 바로 버그다. 콘솔의 특성상 이미
게임을 출시하고나면 더 이상 수정을 할 방법이 없어진다. 덕분에 콘솔게임 제작업체들은 Q/A(Quality Assurance)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 그렇기에 콘솔게임에서 치명적인 버그를 보기란 상당히 힘든일인데도 불구하고 홈커밍에서는 상당히 황당한 버그가 있었다. PS3용
홈커밍만의 버그였는데 바로 버튼 설정이 제대로 안되는 것이었다. 게임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버그가 있다는 것은 제작사의 기술력
문제라는 것이 확실하다. 물론 편법을 이용하여 플레이 할 수는 있지만 전자제품으로 비유하면 기능 하나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지만 특수한
상황에서만 동작하는 제품을 판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이 버그 이외에도 게임 중 상당히 많은수의 버그사례가 모 게임웹사이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지만 정작 유통사나 제작사에서는 패치나 정상제품의 교환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있는 것이 더욱 문제다. 물론 한국시장에서 리콜을
하게 된다면 상당히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이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물건을 판매한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패치라도
발빠르게 제공해주는 것이 제작사와 유통사의 도리가 아닐까 생각된다.
처음 키설정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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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을 쓰지 않으면 로딩후에는
다시 처음설정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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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외에 버그들이 모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
안타까운 한글화...
사힐 3편이 나올 무렵은 한국 비디오게임 시장의 황금기였다. PS2의 폭팔적인 보급으로 인해 상당히 많은 게임들이 한글화가 되어
출시되었고 그중 사힐 3편과 4편은 처음부터 한글화를 고려하여 제작되어질 정도였다. 거기에 한글화 수준도 상당히 높은편이었기 때문에 게임을
더욱더 몰입하여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불법물과 기타 다른 사행성 게임들의 여파로인해 비디오게임 시장이 상당히 축소되어 오리진 부터는
한글화가 생략되게 되었고 홈커밍 역시 한글화가 생략되어 버렸다. 사힐의 스토리들이 전통적으로 상당히 심도있게 진행되기 때문에 대사와 스토리에
대해 알지 못하면 상당히 몰입감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거기에 과거에 사힐 3편과 4편이 한글화 된 점들을 생각한다면 홈커밍이 한글화가 안
된 점은 상당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이전 3편 센스있는 한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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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역시 한글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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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작이 한글화가 안된 것은 좀 안타깝다
사힐답지 않은 사힐이로다
이번 홈커밍의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면 사힐답지 않은 사힐, 조금 심하게 표현을 하면 사힐의 껍데기를 쓴 사힐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중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이때까지 사힐을 제작해온 코나미의 팀이 아닌 외주형식으로 더블헬릭스라는 제작사에서 게임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외주팀이 기술이 뛰어나고(더블헬릭스는 그다지 뛰어난 것 같진 않지만..)제작능력이 탁월하다고 하더라도 그 게임의 전통적인
부분이나 그 게임의 깊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오리지널 제작팀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위에서 얘기한 어드벤처
요소의 난이도 하락과 전투방식의 변화이다. 이렇게 게임의 기본 바탕이 되는 요소가 상당히 바뀌어 예전처럼 계속해서 깊은 곳에 도달하여 진실을
알게 되는 긴장감이 없어진 것과 그로인해 줄어든 공포감 때문에 사힐답지 않은 사힐이라는 얘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 큰 불만은
위에서 얘기했다시피 치명적인 버그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제대로 대응해주지 않는 제작사와 유통사에 있다. 불량품을 팔아놓고 나몰라라 하는게
말이 되는가! 이런 많은 불만점들에 의해 사힐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사힐팬의 필자로써는 상당히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제발 다음
작품에서는 외주형식이 아닌 오리저널 사힐팀에서 제작하여 사힐 특유의 깊이와 긴장감 그리고 공포감을 살려 '역시 사힐답다!'라는 얘기가 나올
수 있는 작품으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이번 사힐 홈커밍 제작사 더블헬릭스...다음에는 제발 원작팀이 제작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