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영화를 게임으로 체감한다, 모던 워페어 2
전세계에서 1,200만장 판매, 2007년 해외 유명 게임 전문지들이 경쟁하듯이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했던 게임. 바로 영화 같은 연출과 치밀한 스토리로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전해줬던 FPS 게임 콜 오브 듀티 4의 이야기다.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콜 오브 듀티 4의 후속작이 등장해 게이머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모던 워페어 2라는 제목으로 등장한 이번 작품은 미국과 영국 시장에서 발매 첫 날 470만장이 넘는 판매량을 보였다니, 이 게임에 대한 게이머들의 기대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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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게이머들의 반응도 해외의 게이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임 발매 전에 실시한 예약 판매 당시, 1시간도 안돼 예약판 물량이 매진됐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던 것. 과연 모던 워페어 2가 어떤 게임이기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게이머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는 것일까?
기승전결이 뛰어난 스토리, 그에 어울리는 화면 연출로 압도한다
이번 작품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한 가지 사건을 다양한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을 띄고 있다. 단, 전작이 중동 테러리스트와의
대립을 그리고 있었다면 이번 작품은 전작에서 연합전선을 구축했던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은 냉전
시대부터 냉전이 끝난 지금도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이런 스토리를 띄고 있다는 점은 조금 진부한 느낌을 전해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진부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야기의 흐름이 뚜렷하게 기승전결을 띄고 있으면 이야기의 전, 후 인과관계가 맞아 떨어지기에
소재가 진부하게 느껴지더라도 이야기의 서사 구조가 엉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평범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입담꾼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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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짜여진 이야기를 마치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와 같은 연출로 풀어내는 게임 화면은 말 그대로 게이머를 압도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게임 자체가 다양한 인물의 시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모던 워페어 2는 장소와 시간을 오가는 다양한 미션을 준비하고 있다. 사막 지역에서의 전투와 설원 지역에서의 전투, 브라질 빈민 지역의 판자촌에서의 추격전은 물론 박물관에서의 전투와 우주에서의 작전까지 말이다. 특히 게임 초반에 등장하는 러시아 공항에서 테러리스트들이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는 장면은, 저절로 눈이 찌푸려질 정도의 연출을 보여, 모던 워페어 2를 폭력 게임 논쟁에 빠트리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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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들 미션은 각 지역의 특색을 제대로 묘사하고 있는 그래픽과 극적인 카메라 구도, 특수효과 등의 연출에 힘입어 게이머가 저절로 게임에 몰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마치 손에 땀을 쥐며 액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손에 땀을 쥐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연출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모던워페어 2의 특징이다. 문제는 이런 스토리를 영어로 감상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작품은 한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게임의 스토리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게임의 모든 대사가 한글로 번역된 대사집이 동봉되어 발매됐지만, 아무래도 게임 플레이 중에 직관적으로 게임의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번 작품은 주요 대사가 미션 브리핑을 통해서 모두 쏟아지던 전작과는 달리 적과의 교전 중에도 대사가 나오기 때문에 시스템 적인 측면에서도 게임의 스토리를 파악하기가 이전보다 조금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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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게임의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일으킨 것인가?
앞선 문단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게임은 매우 영화의 향기가 짙은 게임이다' 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무리 영화의 향기가 짙은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게임은 게임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불거진다. 모던 워페어 2는 게임임에도 지나치게 영화의 냄새를
내려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연출적인 측면이 아닌, 게임의 구조를 아예 영화처럼 풀어내면서 말이다. 게이머가 주체가 되어 게임 속
캐릭터를 직접 조작하고, 짜여진 틀이 있긴 하지만 그 틀 안에서 스스로 돌파구를 찾는 것이 최근의 게임들이 보여주는 특징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근래의 게임들은 한 번 싱글 플레이를 즐기더라도 다시 한 번 게임에 몰입해서 반복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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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모던 워페어 2의 싱글 플레이는 이런 흐름을 따르고 있지 않다. 영화 같은 연출을 보여주려다 보니 게임의 흐름이 상당히 직선적이고 단선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스토리의 진행 뿐만 아니라, 미션 개개의 진행도 적과의 교전과 목표 지점으로 이동의 반복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대하는 적이 달라지는 전작의 방식을 띄고 있어, 게임의 진행이 단순하게 느껴지는 아쉬움이 남는다. 게임이 영화와 같은 감동을 전해주기 위해 집중한 탓일까? 과장을 좀 보태자면 싱글 모드의 플레이 타임이 마치 영화처럼 짧은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다. 6시간 정도면 엔딩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아무래도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은 전작인 콜 오브 듀티 4에서도 지적된 단점으로, 많은 게이머들이 차기작에서는 이런 점이 수정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단점이 이번 작품에서 개선되기는 커녕, 더욱 심화되어 게이머들 앞에 나타나 게이머들에게 아쉬움을 남기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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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워페어2를 명품으로 만들어주는 멀티플레이 모드
전작이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를 받았던 이유는 싱글 플레이의 완성도도 있지만 쾌적한 환경과 재미, 두 가지 모두를 잡은 멀티플레이 환경도 빠질
수 없는 이유였다. 이번 작품의 멀티플레이도 전작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마치 짧은 싱글 플레이 타임을 멀티 플레이를 통해 보상하려는
듯, 게이머가 파고들 요소가 많은 것이 모던 워페어 2의 멀티플레이 모드인 것이다. 매치메이킹 방식을 통해 빠르게 게임에 입장할 수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 모드, 다양한 총기와 각종 퍽을 이용한 캐릭터들의 개성 등 온라인 게임에 버금가는 멀티플레이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연속으로 상대방을 쓰러트릴 경우 다양한 보상을 얻을 수 있던 전작의 킬 스트릭 시스템을 보완해 연속으로 사망할 경우 보상을 주는 데드
스트릭 시스템이 추가돼, 초보 게이머들도 보다 편하게 멀티 플레이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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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맵 밸런스가 전작에 비해 조금은 캠핑에 유리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새롭게 등장하는 총기류도 중거리 이상의 거리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총기가 많아, 멀티 플레이의 박진감이 전작에 비해 조금은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올해의 게임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하나
여러 단점을 언급하긴 했지만, 확실히 모던 워페어 2는 그 이상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다. 적어도 현대전을 다루고 있는 FPS 게임
중에서 이 이상의 박진감과 박력을 전해주는 게임은 없기 때문이다. 게임을 즐기며 박력과 잘 짜여진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는 게임이기에 모던
워페어 2가 벌써부터 올해의 게임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2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린 게이머들은 물론, 이번 작품을 통해 FPS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까지 당분간은 모던 워페어 2의 세계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