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셔와 개발사의 관계, 이제는 변해야 한다

게임 마케팅의 규모가 커지면서 개발사가 단독으로 게임을 서비스하기 보다는 대형 퍼블리셔와 손잡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때문에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 것이 바로 개발사와 퍼블리셔간의 호흡. 서로가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 게임을 성공시키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발사와 퍼블리셔는 서로의 빈틈을 채워줘야 합니다. 단지 개발사가 부족한 마케팅 능력을 퍼블리셔가 대신하는 수준을 넘어서 개발과 마케팅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넥슨에서 퍼블리싱QM팀을 담당하고 있는 노정환 팀장은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관계에 있어서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주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퍼블리셔는 마케팅을, 개발사는 개발만을 담당하는 단순한 업무분할은 금방 한계가 드러날 수 밖에 없다는 것.

노팀장은 이럴 경우 게임이 단기간에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깨져 최악의 경우에는 게임을 포기하는 단계까지 갈 수도 있다며, 함께 고민해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넥슨의 퍼블리싱QM팀은 마케팅이나 상용화 모델 설계 등 일반적인 퍼블리싱 업무 뿐만 아니라 클로즈 베타 테스트부터 상용화 단계까지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노팀장의 말에 따르면 퍼블리싱QM팀은 게임기획자와 프로그래머, 통계학 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어, 게임 기획에 참여하거나 기술적인 문제에도 컨설팅도 하고 있다. 또한 개발사가 놓치기 쉬운 부분을 지적해 개선을 요구하기도 한다. 게임 서비스 경험이 없는 개발사들은 대부분 비슷한 문제를 겪기 마련이고, 넥슨은 그런 부분에 있어 충분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게임 기획에 관여할 때나 마케팅 전략을 짤 때 모두 현재의 추세보다는 개발사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게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독특한 전략을 수립하려고 노력한다. 때문에 가끔은 개발사 입장에서 내부를 설득하는 경우도 생겨, "왜 개발사편을 드냐"는 얘기를 들을 때도 있다고 한다.

최근 넥슨에서 시도한 '엘소드 체험 아이디' 이벤트는 퍼블리싱QM팀이 하는 일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사례다. 엘소드의 상황을 전문적으로 분석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것에 대한 대한을 제시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엘소드의 단계별 이탈율을 분석해보니 홈페이지에 왔다가 게임을 시작해보지도 않고 이탈하는 경우가 다른 게임에 비해 굉장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물론 게임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것일수도 있었지만 그것과는 다른 문제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때문에 노팀장은 엘소드 홈페이지에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찾는 페이지에 대한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얻은 데이터는 아이디, 패스워드 찾으려고 들어와서 성공하는 사람이 10%도 안된다는 것. 아무래도 게임의 대상이 어린이들이다보니 회원가입이나 아이디, 패스워드 찾는 일에 어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퍼블리싱QM팀은 이것에 대한 대안으로 특별한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체험아이디 도입을 개발사에 건의했다. 체험아이디로 게임을 즐기다가 게임이 재미있다고 느끼면 그 때 회원 가입을 하도록 유도한 것. 물론 메신저의 친구 추가 안되고, 거래도 안되는 등 문제가 될 소지를 없앴다.

이는 개발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가는 일이었다. 콘텐츠를 추가하는 작업도 밀려있는 상황인데다 체험아이디 방식은 회원 가입 체계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사도 아이들이 아이디, 패스워드를 찾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퍼블리싱QM팀의 의견에 공감하고 작업을 실시해 신규 가입자 수가 전월 대비 비교 4배 이상 증가하고 동시접속자도 80%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게임만 잘만들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구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때문에 많이 공감해주는 것 같습니다. 결과도 굉장히 좋게 나오고 있고요"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중간에 서서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만드는 것. 노팀장을 비롯한 퍼블리싱QM팀이 일을 진행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항이다. 특히 게임에 대해 개발사만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발에 개입하려고 하면 바로 개발사의 불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항상 게임의 성격이나 개발방향을 정확히 이해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 한다고 한다.

"앞으로 퍼블리싱 업무는 좀 더 전문적으로 변할 필요가 있습니다. 던전앤파이터나 테일즈런너처럼 1년 이상 긴호흡으로 가져가서 성공하는 케이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로가 신뢰를 가지고 서로의 빈틈을 보완해주면 게임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기싸움 하다가 좋은 게임이 망가지는 일은 있어서는 안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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