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내 권력이동, 남성 게이머에서 여성 게이머로
철저하게 남성들 대상의 문화 콘텐츠로 여겨졌던 게임에 '여성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10년 전만해도 여성들에게 게임이란 '생소하고 취향에 맞지 않는 취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제 웬만한 10~20대 여성들은 잘하는 게임이 한두 개는 있을 정도로 게임과 친밀해졌다. 여성 게이머 층이 점점 확대되어 가면서 게임 타겟층, 성향, e스포츠 등 전방위 게임 분야가 여성 위주로 변모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위 '인기있다' 싶은 게임 중에는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게임이 많다. 국내 FPS 게임 중 동시접속자가 가장 많은 '서든어택'의 경우 여성 회원이 35%에 달한다. 또 댄스게임으로 유명한 '오디션'도 절반은 여성 게이머들이다. '메이플 스토리' 등 인기 MMORPG나 '리니지2' 등 하드코어로 분류되는 게임에도 여성 게이머 층은 두텁다.
이렇다 보니 게임 업계의 마케팅이나 게임성도 여성 위주로 변해가고 있다. CJ인터넷은 최근 자체 개발하고 서비스를 시작한 '프리우스 온라인'을 서비스하기 하루 전날 여성 게이머에게 먼저 개방했다. 보통 남성을 타겟으로 하는 MMORPG 장르로서는 파격적인 조치다. 이러한 여성 우대 정책으로 '프리우스 온라인'은 여성 게이머가 전체 게이머 중 30%에 달하는 높은 참여율을 기록하고 있다.

또 엔씨소프트에서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댄스 게임 '러브비트'도 대표적인 '게임 속 여성 권력'을 상징하는 게임이다. 아예 '러브비트'의 개발사인 크레이지 다이아몬드에서는 60% 이상의 개발자를 여성으로 뽑아 여성 위주에 힘쓰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러브비트'에는 여성들을 유혹하기 위해 신곡과 '신상(신상품을 뜻하는 은어)'이 매주 빠르게 업데이트 되고 있다. 또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모드도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러브비트'에 있는 '너는 내펫 모드'의 경우 게임 속에서 남성 게이머가 '펫'으로 설정되고, '애교미션'을 성공하면 파트너인 여성 게이머는 '칭찬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애완남'을 만나보고 싶다는 여성들의 생각이 게임 속에서 고스란히 표현된 것이다. 또 '러브비트'에는 남성이 여성에게 화려하게 고백하거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등 여성 위주의 시스템이 많으며, 조작 방법 또한 여성들을 위해 다른 댄스 게임보다 훨씬 쉽게 리듬감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FPS 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에서도 '여성 캐릭터가 없다'는 게이머들의 불만에 따라 최근 여성 캐릭터가 업데이트 됐다. 실제로 새로 추가된 여성 테러리스트 '제니퍼'와 여성 대테러리스트 '나타샤'는 등장하자마자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

---|---
e스포츠에서도 여성들의 활약은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에 PC파크 뮤즈로 활약했던 온게임넷 스파키즈 스페셜포스팀은 팀원의 80% 이상이 여성들로 구성됐지만 '스페셜포스 마스터리그'에서 수많은 남성 팀을 꺾고 준우승을 차지하며 거센 여풍을 예고했다. 또 몇 년 전부터 남성 프로게이머들과 대등하게 대결을 펼치고 있는 서지수 선수나 2~3년간 프로리그의 정상에 서서 e스포츠의 핵으로 불리우고 있는 삼성전자 칸의 김가을 감독도 이러한 기류를 더하고 있다. 또 지난 GNGWC 대회에서도 '아틀란티카' 본선에 참가한 브라질의 모니카가 참신한 전략과 과감한 공격 플레이를 통해 3위에 입상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개최됐던 한국 최대 게임쇼 지스타에서도 여성 위주 현상이 두드러졌다. 네오위즈에서는 여성 게이머들을 유치하기위해 여성 화장품 브랜드인 베네피트와 제휴해 기본 메이크 업을 해주는 뷰티 공간을 행사장 내에 마련했다. 또 엔씨소프트는 '러브비트' 관에 늘씬한 남성 도우미들을 배치해 여성 게이머들을 유혹하기도 했다.

또 이런 추세에 따라 여성 전용의 게임 주변기기도 나왔다. 앱솔루트코리아(대표 이태화)에서 최근 출시한 아이언레디 시베리아 풀사이즈(iron.Lady SIBERIA Full-Size) 헤드셋(핑크)과 Qck(화이트/핑크) 마우스 패드 2종이 그것. 이 헤드셋은 여성의 취향에 맞게 핑크색으로 구성됐으며, 남성에 비해 머리둘레가 작은 여성들에게 맞게 제작됐다. 또 Qck 마우스 패드는 여성들을 배려해 일반 Qck 미니 사이즈보다 가로 크기가 45mm 더 크게 제작됐다.
이렇게 게임 곳곳에서 거센 여풍이 불고 있는 현상에 대해 한 관계자는 "보통 여성이 10명이 있으면 남성은 저절로 30명 쯤 모이더라"라며 "최근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추구하고 있는 여성 게이머 모심 현상들은 이러한 부분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제 여성 게이머들은 게임에 능숙하지 많은 초보자란 이미지가 아닌 새로운 게임을 즐기는 계층이 된 만큼, 앞으로도 이들을 위한 마케팅과 홍보 전략들은 점차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