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작 전 나오는 로고들, 정체가 뭘까? [게임 인더스트리]

우리가 흔히 게임을 켜면 EA나 유비소프트 등 게임 회사의 로고 외에도 정말 다양한 로고를 만날 수 있는데요, 많이 익숙한 언리얼 엔진이나 유니티 엔진 외에도 크리웨어, 하복, 빙크 같은 로고가 이어집니다.

짧게 등장하는 이 로고들은 게임을 만드는 도구와 소리와 영상 그리고 물리 기술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상표입니다. 언리얼 엔진과 유니티는 게임 전반을 만드는 기반이며, 씨알아이웨어와 FMOD 등은 특정 기능을 맡는 미들웨어입니다.

게임은 종합 예술의 영역인 만큼 정말 다양한 기술들이 어울려 최종버전을 완성합니다. 이에 오늘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한 번쯤은 만나봤을 로고와 이름을 살펴보며, 게임에 또 다른 기술을 공급하며 게임 서비스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회사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언리얼 엔진 (출처=에픽게임즈)
언리얼 엔진 (출처=에픽게임즈)

먼저 이제는 정말 익숙해진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과 유니티 테크놀로지스의 유니티는 그래픽 표현부터 캐릭터, 공간, 게임의 작동 규칙까지 구성하는 종합 제작 도구입니다. 개발사는 이러한 엔진을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고 PC나 모바일, 콘솔 등 여러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도록 게임을 개발합니다.

같은 엔진을 사용하더라도 개발진이 어떻게 설계하고 구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게임이 나올 수 있습니다. 참고로 엔진 로고를 못 봤다고 해서 그 엔진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유니티 6부터 무료인 퍼스널 버전 이용자도 시작 로고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정책을 마련했습니다.

압축 등에 사용하는 ‘씨알아이(CRI)웨어’. 출처=CRI
압축 등에 사용하는 ‘씨알아이(CRI)웨어’. 출처=CRI

소리와 영상 분야에서는 일본 CRI(씨알아이) 미들웨어의 통합 브랜드 ‘씨알아이(CRI)웨어’가 익숙합니다. CRI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는 크라이나 크리 정도로 불리는 회사입니다.

스피커와 디스플레이를 본뜬 로고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씨알아이웨어’의 대표 제품인 ADX는 소리를, Sofdec은 영상 재생을 담당합니다. 특히, 소리와 영상 데이터를 압축하고 기기 특성에 맞춰 재생해 저장 공간과 처리 부담을 줄여줍니다. 과거에는 디스크 등의 용량에 한계가 있어 압축하지 않은 사운드 관련 파일들을 담기가 힘들었기에 정말 많은 게임 개발사들이 사용한 제품입니다.

파이어라이트 테크놀로지스의 FMOD 역시 게임 속 소리와 관련한 제품입니다. 전투나 탐색 등 플레이 상황에 맞춰 음악과 효과음을 재생하고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개발자는 게임 진행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도록 설정해 장면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높이는 형태로 사용했습니다.

FMOD (출처 = 파이어라이트 테크놀로지스)
FMOD (출처 = 파이어라이트 테크놀로지스)

캐릭터가 물체에 부딪히거나 쓰러지고, 주변 사물이 움직이는 모습을 표현할 때는 엔비디아 피직스(PhysX)와 하복 같은 물리 기술을 활용합니다. 특히, 피직스는 오픈소스로 제공되는데요. 유니티의 기본 3D 물리 시스템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하복은 물리 외에도 천의 움직임이나 길찾기를 구현하는 제품도 있죠.

빙크 비디오는 오프닝과 컷신 등에 쓰이는 동영상을 압축하고 게임 안에서 재생하는 기술입니다. 현재 Bink 2는 플레이스테이션 5와 엑스박스 시리즈 X|S, 닌텐도 스위치 2 등을 지원하며 언리얼 엔진에도 내장돼 있습니다. 오래된 게임에서 보던 로고지만, 그 기술은 여전히 최신 기기에서도 계속 쓰이고 있습니다.

우들은 영상뿐 아니라 게임 데이터와 텍스처, 네트워크 패킷 등을 압축하는 제품군입니다. 게임의 다운로드 용량과 저장 공간을 줄이고, 로딩과 통신 부담을 낮추는 데 활용됩니다. 바위와 절벽, 풀, 지면 등을 스캔한 메가스캔은 배경을 만들 때 가져다 쓰는 소재 모음으로, 현재 Fab에서 유료·무료 콘텐츠를 배포하고 있습니다. ‘퀵셀 메가스캔’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볼 수 있죠.

퀵셀 메가스캔 (출처= 퀵셀)
퀵셀 메가스캔 (출처= 퀵셀)

이러한 기술 업체들이 돈을 버는 방식도 서로 다릅니다. 언리얼 엔진은 일반적인 게임 라이선스에서 작품의 누적 총매출 100만 달러(약 13억원)를 넘는 부분에 기본 5%의 로열티를 적용하며, 에픽게임즈 스토어 매출 등에는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유니티는 개발자 좌석별 구독이 중심으로, 2026년 Pro의 연간 선결제 요금은 1인당 2310달러(약 307만원)입니다.

FMOD는 개발 예산이나 상업적 목적 등에 따라 게임당 무료 또는 2.000, 6.000, 1만 8.000달러(약 266만, 798만, 2,395만 원)를 받고, 기술지원이나 로고 표시 면제 등에도 별도 조건을 두고 있습니다. 하복이 공개한 요금은 개발비 2.000만달러(약 266억원) 이하 게임을 기준으로 제품당 5만달러(약 6,652만 원)입니다.

한 업체가 여러 기술을 묶어 제공하기도 합니다. 에픽게임즈는 RAD 게임 툴즈를 인수한 뒤 2021년 언리얼 엔진 4.27에 우들과 빙크를 통합해 언리얼 개발자들이 추가 비용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퀵셀도 인수해서 메가스캔 라이브러리를 언리얼 엔진 개발자들 에게 제공하고 있죠. 개별 기능을 판매하면서 동시에 엔진을 사용하는 개발자들에게 더 많은 도구를 제공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기술 업체들이 얼마나 큰 사업을 하는지는 크리(CRI)의 실적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2025년 9월 결산 기준 연결 매출은 34억 4,800만엔(약 292억원)에 달합니다. 물론 게임 외에도 자동차와 가라오케 등 다양한 분야에 기술과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하죠.

유니티 6 로고 (출처 = 유니티)
유니티 6 로고 (출처 = 유니티)

유니티는 개발 도구 및 서비스 사업 부문에서 2025년 약 6억 2,141만달러(약 8,267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 관련 매출은 정확히 공개된 바는 없으나 시장 조사 업체 사크라에 따르면 2021년 1억 5000만 달러에서 2023년 2억 7500만달러(약 3,658억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죠.

오늘 살펴본 것처럼 게임 시장에는 완성된 작품을 이용자에게 판매하는 사업과 함께, 개발사가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도구와 기술을 공급하는 시장도 있습니다. 이제 게임을 즐기면서 이러한 로고들을 보고 궁금했던 궁금증이 해결됐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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